정치

새누리당은 아직도 과반의 다수당인 줄 알고 있는가?

강일형(본명:신성호) 2016. 9. 27. 00:20

 

지난 금요일 밤 국회에서 김재수 농·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이 새누리당의원들과 각부장관이 한편이 되어 교묘한 지연작전과 장관들 밥먹이자는 필리밥스터까지 총동원했는데도 불구하고 집권당인 새누리당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야3당 의원들만이 참석하여 가결시켰다.

 

사실 이 과정에 새누리당의 몇몇 의원과 정진석 윈내대표는 우리가 한동안 보지 못한 막말이나 거친 행동을 서슴없이 하면서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 자기도취에 빠져 되는 말 안 되는 말 해대면서 국회의장 보고 "정의원, 정세균씨" 심지어는 "야,‘"라고까지 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필자는 정진석의원이야말로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4선 의원으로서 걸출한 정치인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는 기본적인 인성과 품성이 훌륭한 아주 점잖은 정치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을 본 이후로는 실망이 너무나 커 다시는 정의원을 티비에서 보는 것조차 꺼릴 정도다. 이 말은 사람으로서, 정치를 하는 한 의원으로서, 120여명의 의석을 가진 집권당의 원내대표로서 최소한의 넘지 말고 지켜야할 선이 있는데 그 선을 넘었다는 얘기다. 왜 그렇게까지 오버해야 했는지 그것은 나중에 따져보더라도 새누리당이 아직도 19대처럼 국회 다수의석을 가진 다수당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해본다. 하루라도 빨리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정치를 해줘야 앞으로의 정치일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괜한 허세와 객기를 부린다면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구렁텅이로 점점 깊게 빠져 들어갈 뿐이다.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는 말이 있다. 며칠 전 김재수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단독으로 통과 되었다고 새누리에서 난리를 치는데 왜 자기들이 한 것은 생각하지 못한단 말인가? 불과 13년 전에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대학생들의 집회를 막지 못했다고 김두관행정자치부장관 해임안을 가결시켜서 물러나게 했다. 대학생들 집회를 막지 못했다고 해서 주무부처 장관이 물러날 정도로 잘못이 컸느냐의 문제다. 그런가하면 200422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이하여 열린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하고 싶다.”고 얘기한 것 때문에 공무원으로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그 해 312일 오전에 박관용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여 경호원의 호위 속에 들어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두 달 후에 헌법재판소로부터 기각을 당했지만, 이것이 과연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받을 정도로 심각하게 법을 위반한 일이었냐는 것이다. 노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나서 환하게 웃는 지금의 박근혜대통령은 그때의 그 웃음은 어떤 의미의 웃음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런 반면에 새누리의 전신인 신한국당이나 한나라당은 어땠는가. 김영삼 정부시절 취임 2년 뒤 선거에서 강원도에는 국제공항과 동서고속철도의 건설을, 충남에는 고속철도와 대전구간의 지하화, 부산은 지하철 건설과 그린벨트해제약속을, 전라도는 종합개발 등을 제시하면서 대놓고 선거에 개입했는데 중앙선관위로부터 자제요청을 받자 무슨 말이냐고 항의하자 바로 자제요청했던 것을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시절에는 18대 총선 나흘 전에 이 전대통령은 이재오후보 사무실을 방문하여 함께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랬는데도 탄핵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노무현 정권 흔들기를 끊임없이 하다하다 장관도 쫓아내고, 대통령도 탄핵해 보고 할 것 다 해보고는 퇴임하여 고향에 가 있는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했다. 그러고도 아직 정신을 덜 차렸는지 새누리당 대표라는 사람은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2016년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이건 힘이 약한 야당이 여당을 상대로 제대로 협상이 안 될 때 흔히 써먹는 방법인데 여당에서 야당이 했던 그대로를 따라서 국회를 파행시킨다는 것은 집권여당이 할 짓은 아니다.

 

 

 

그런데도 박대통령은 허구한 날 북한의 핵과 경제상황이 안 좋아져 비상시국’ ‘위기상황이라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놓고는 장관들한테는 별일 없다는 듯이 한가하게 골프나 치라고 하니 어느 국무위원은 대통령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법인데 따르려니 종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우병우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수리를 한 달 가까이 미루어놓았다가 30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증언을 못하게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않고 사표를 수리하는 바람에 꼼수 대통령으로서 오명을 남겼다. 또한 국회에서 해임의결한 농림·식품부장관을 여태껏의 관례에 따른다면 장관이 스스로 사표를 내든지 아니면 그만 두게 해야 되는데 국회를 보고 그렇게 못하겠다고 한다. 마치 심술꾸러기 아이가 여럿이 노는데 와서 심통을 부리며 훼방을 놓는 듯한 모습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걸 보면 장난도 아니고 정치가 참, 치사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게 나라인가도 싶다.

 

이제는 더 이상 참는데도 한계점에 도달했다. 눈에 거스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여러 형태의 정치행태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시간이 가고 세월이 가면 좀 나아지겠지 했는데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서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치는 해볼 것 다 해보고 마지막으로 협잡이꾼들이 해보는 것이 정치라고 했다. 아무리 협잡이꾼들이라 해도 그들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있으리라고 본다. 서두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새누리당은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의석을 얻지 못하였다. 그와 달리 야3당에서는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확보하여 박정부의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런 정치환경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나 박근혜정부에서 인정해주기가 싫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인정해주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되 약간 손해보는 듯한 협상과 타협의 정치를 일구어내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파탄난 의회정치의 복원에도 도움이 되고, 박근혜정부도 욕을 덜 얻어먹으면서 남은 임기를 순탄하게 마치지 않겠나 싶다.

 

집권당 대표가 밥을 굶어가면서 국민을 위해서 단식한다면 정말 눈물 나도록 고맙다고 하겠으나 그렇지 않은 건 다 안다. 그러니 어서 빨리 현실정치에 복귀해주길 바라고, 김무성 전대표도 그렇게 어정쩡하게 피켓을 들고 높은데 눈치만 보지 말고 동료의원들과 같이 현실정치에 임하라. 그래야 새누리당도 살고, 박근혜정부도 살고, 또 국민들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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