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 대통령은 지금 죄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강일형(본명:신성호) 2016. 8. 22. 03:47

 

세상이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혐의로 떠들썩한지 두 달이 다되어 간다. 한 달 전에는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와 수석비서관 이상의 고위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비리를 조사할 수 있는 특별감찰을 가동하여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혐의를 조사하게 했다. 그 결과 혐의가 있다고 보여 박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현직의 민정수석을 정식으로 수사의뢰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 같아서 한마디 하지 않고서는 투명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아서 이참에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해볼까 한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 크고 작은 사건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예를 든다면 국정원 댓글사건이 터져 나와 본격적인 조사가 있을 때는 여직원감금으로 사건의 본말을 흐리게 했고, 2013년 새누리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NLL포기 발언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지니 사초폐기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2013년 검찰총장이 국정원장의 대선개입으로 기소하자 총장의 혼외자 사생활논란으로 비화시켰는가 하면, 2014년 초 문고리 3인방과 관련한 정윤회문건이 유출되자 국기문란으로 사건의 초점을 흐리게 하여 당장의 위기를 피해가려 했다. 그리고 수많은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된 2014416일 세월호사건이 발생하자 세금폭탄으로 지금까지 소극적 내지는 회피하고 있다. 그때 청와대에서 고발한 관련자들이 나중의 재판에서 거의 다 무죄가 나와서 피소를 당했던 사람들이 고초를 겪은 반면에 청와대는 사건의 초점을 흐리게 하고 본말을 전도케 하는 소위 인위적인 물타기로 재미를 봤다.

 

그러면 최근 대통령의 행적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이번에 청와대민정수석의 비리를 조사한 특별감찰내용이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다고 하여 특별감찰관이 조사내용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명목을 내세워 검찰에 고발해 놓고, 본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인천월미도에 가서 산책이나 하고 영화관람이나 하니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앞에서 여러 번의 물타기로 재미를 본 것이 이번에도 통할 것이라고 미리 단정을 해서 마음 편하게 그런 행동을 했다면 이는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포기한 것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다시 한 번 고민해도 상식이 있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어서 정말 실망이 크다.

 

늘 여당과 정부 편에 서있던 조··동도 이번만큼은 아니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마치 재벌 오너가 회사비리를 감시해달라고 감사를 임명해놓고서 감사가 회장의 심복을 조사하자 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며 삿대질하고 있는 거나 비슷하다"고 했고,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의혹을 검찰수사로 밝혀내는 것이 특별감찰관의 누설문제보다 훨씬 무거운 데도 청와대는 민심을 거스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민정수석이 박 대통령 국정운영의 최대 걸림돌이자 임기 말 권력누수의 열린 수도꼭지"라며 만사 제치고 민정수석의 옷부터 벗겨야 한다고 강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이제는 대놓고 해임해야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1일 현안브리핑에서 "민정수석을 즉시 해임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받도록 청와대가 결단해야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도 "청와대가 국기문란 운운하며 특별감찰관을 비난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것과 다름없다. 사정당국을 총괄하는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는데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현재 상황이야말로 국기 문란"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여당내에서도 전 대표와 현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친박계 중진들도 지난 20"민정수석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 감찰관이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 아니냐. 사정 기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수석이 그 자리에 있어서 되겠느냐,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자칭 내시라고까지 했던 새누리당 대표는 민정수석의 퇴진 문제에 일주일 가까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전 경기지사가 당 지도부 차원에서 민정수석의 퇴진을 청와대에 건의해야 한다는 요청에 침묵을 지켰고, 18일 특별감찰관이 민정수석의 검찰 수사를 의뢰한 직후에도 퇴진 문제에 질문을 받았지만 그때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아무런 얘기가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새누리당 대표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너무 오래도록 침묵하는 것은 "국민만을 바라보고 가겠다."고 한 당대표나 대통령께서 늘상 하신 말씀과 상충되는 것이어서 좋은 모양새는 아니라고 본다. 이제는 주저주저할 시간이 없다. 대통령이 결단을 못 내린다면 당 대표라도 나서서 매듭을 풀어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

 

올여름은 보통 더위가 아니었다. 이 더운 여름에 가뜩이나 짜증이 나는데다가 더위를 피할까 해서 사람들이 몰리는 정자쉼터에 가보면 이구동성으로 박대통령을 보고 해도해도 너무 한다고 하며 박대통령 얘기가 나오면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며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상식에서 벗어나고 국민들 생각과 동떨어진 정치를 언제까지 봐야만 하는지 답답하다. 범죄혐의를 받고 있어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람을 임명권자가 수수방관하거나 방조하는 것도 국민이 볼 때는 일종의 죄를 짓는 것이 아닐까싶다.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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