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를 비롯해서 큰아이부부와 손자, 그리고 작은아이 부부 등 우리 집 식구 일곱 명이 제주 나들이 길에 나섰다. 이렇게 같이 여행을 해본 것은 손자가 태어나기 전에 강원도 평창에 갔다 온 이래 처음이다. 더구나 내 손자가 태어나서 이처럼 비행기를 타고 며칠 동안 외부로 나가기는 처음이어서 은근이 걱정을 했는데 그런대로 비행기 안에서도 잘 견디었다.
공항에 내리니 월요일부터 미리 가있던 작은아들내외가 마중을 나와서 바로 숙소가 있는 산방산 기슭에 자리 잡은 ‘와이리조트’로 이동하다가 시간이 있어서 애월을 지나 협재해수욕장을 들렀다. 여름이 가고 추석이 지나 가을의 한가운데 와 있는데도 해수욕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에 땀을 식히며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과 같이 하얀 모래가 덮여있는 바닷가를 걸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제주에 온 기분을 냈다.
다시 차로 4-50분을 이동하여 우리는 화순부두가에 있는 고등어횟집으로 들어갔다. 식당이 허름하고 손님들이 별로 없었는데도 서비스하는 종업원들이 있었지만 불러도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싹싹하지 못했다. 고등어회와 조림을 시켜서 먹었는데 크게 맛이 있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제주에 와서 매번 느끼는 것이 공산품은 바다를 건너서 오기 때문에 비싼 것을 이해할 수 있어도 해산물이나 축산물 등 제주자체에서 생산이 가능한 먹거리까지 덩달아 비싸서 여행을 하면서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올 때마다 그 부분이 불만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에 구애받지 않고 맛있는 집만 찾아다니면서 식사를 하자고 해서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간 집이 음식 값은 비싸면서도 맛은 없어서 상당히 실망했다.
‘와이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용머리로 바람을 쐬러 갔다. 산방산 기슭으로 절이 있고, 용머리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를 보고 걸어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승마 체험장이 있고, 여기저기 말을 타는 관광객들이 보인다. 나도 27-8년 전 젊은 시절에 이곳에 와서 승마복을 입고 직접 말을 타던 생각이 불현 듯 떠올랐다. 그곳을 지나서 해안 쪽으로 가면 커다란 배 한척이 놓여 있는데 이 배가 네델란드의 ‘헨드릭 하멜’이 1653년 8월에 이곳을 지나가다 좌초되어 13년 간 체류하다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책을 펴내 최초로 한국을 서방에 알리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하멜이 타고 왔던 배의 모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제 돌을 막 지낸 손자의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만져보기도 하고, 때로는 엎드려 입으로 맛도 보기 때문에 잠시도 한눈 팔수가 없다.
♧♣♡♥ 젊은 날에 갔던 제주도에서의 승마체험
우리는 서귀포에 있는 쇠소깍으로 이동을 해서 관광을 했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보트를 타는 사람들도 있고, 여럿이 탄 배를 줄을 잡아당겨 움직이기도 하는 사람도 만난다. 물을 들여다보면 그 물이 얼마나 물색깔이 아름다우냐하면 연한 청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보이다가도 짙은 청색으로 수시로 바뀌어서 감탄 없이는 그곳을 지나칠 수가 없다. 물구경, 배구경 하면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얼마 가지 않아 계곡과 바다가 만나게 된다.
이번에는 서귀포 재래시장으로 시장구경을 갔다. 시장도 대단히 크기도 하거니와 물건도 다양하고 저렴해서 회도 뜨고, 통닭도 튀기고, 돼지족발도 사고, 찐빵, 과일, 맥주와 소주 등 음료수도 사서 숙소로 돌아와 푸짐하고 여유 있는 식사를 했다. 그러고 보니 식당에 비해 시장에서는 먹거리가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신선해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이튿날 한라산 백록담을 갔다가 와서는 ‘에코랜드’로 이동해서 코키리열차를 타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봤다. 십수 년 전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 용인의 ‘에버랜드’ 에 가서 코끼리열차를 타본 이후 처음이다. 가다가 다음 역에 내려서 걷다보면 호수 옆으로 나있는 언덕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황토흙길이 나오면서 커다란 풍차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거길 지나 다시 역으로 가서 오는 열차를 타고 가면 흰 들꽃이 가득 피어있는 들꽃 밭이 나오고, 산과 들을 지나 다음 역에 가서 내리게 되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잔디밭이 있다. 이렇듯 ‘에코랜드’는 열차를 타고 가면서 산야를 구경하기도 하고, 역에서 내려 그곳의 특성에 맞는 볼거리가 있어 천천히 걸어가면서 살펴볼 수가 있기도 하다.
제주에 와서 또 다른 새 아침을 맞는다. 오늘 아침식사는 숙소에서 제공한 뷔페식이어서 평소의 아침식사보다는 더 든든하게 먹었다. 아침을 먹고는 중문으로 이동하여 천제연을 갔다. 천제연의 맑고 깨끗한 모습이 처녀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아름다워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계곡하류 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제2폭포를 만난다. 천제연에 가니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와 있어서 마치 우리가 중국관광을 간 것처럼 그들과 함께 천제연을 여기저기 관광했다.
우리는 황우지 해안의 선녀탕으로 이동을 해서 선녀탕 안에서 직접 다이빙하는 다이버도 보았고, 날씨가 가을철인데도 수영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에는 선녀대신에 중년의 다이버들이 이리저리 물속을 들락날락 거렸다.
점심식사는 제주에서 칼치구이로 유명하다는 ‘제주춘심이네집’을 찾아갔는데 가서 보니 이집은 춘심이네 2호점인데도 서귀포에 있는 1호점과는 달리 메뉴자체가 달랐다. 큰아들이 특별히 칼치구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이곳의 춘심이네집은 칼치구이가 없으니 되돌아 나갈 수도 없어서 그냥 먹기로 했다. 2인 셋트메뉴 하나와 물회, 성게알비빕밥, 뚝배기 등을 시켜서 먹었는데 물회와 비빕밥은 맛이 별로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나는 뚝배기를 시켜서 먹었는데 아주 시원하면서도 개운했다. 여태까지의 식사가 주로 육류라서 된장국이라도 먹었으면 싶었는데, 여러 가지의 어패류와 꽃게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인 탕이라 제주에서 먹은 식사 중에는 가장 맛있게 먹었다. 다른 식구들도 한 숟갈씩 맛을 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는 애월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서 경치가 좋은 곳이 있으면 내려서 보기도 하고, 리치망고집에 가서는 한참을 기다렸다가 망고 쥬스를 맛보기도 했다. 다라쉼터에서 북쪽으로 바라보니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3년 전에 와서도 친구내외와 같이 올레길 16코스인 이 길을 걸었다. 지금은 이렇게 우리 집 온 식구들이 같이 와서 애월 바닷가를 같이 걷고 있으니 이만하면 행복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싶다.
우리는 40분 정도 차를 타고 이호해수욕장으로 이동하여 하얀 모래가 아닌 까만 모래위로 밀려왔다가 부서지는 파도를 구경했다. 손자 놈이 내려서 모래장난을 하고 싶어서 몸을 이리저리 틀어 대서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내려놓았더니 모래장난 하면서 아주 잘 논다. 손으로 모래장난 하는 것은 좋지만 왜 모래를 제 머리와 등에 갖다가 퍼붇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손자는 제주에 와서 모래를 뒤집어쓰며 추억 쌓기를 하고 있다.
우리 집의 제주 가족여행은 이제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작은 아들은 월요일부터 내려와 여기저기 운전하고 다니느라고 많이 피곤해 있을 텐데, 그래도 운전대를 안 놓고 가족의 안전운전을 끝까지 책임줘서 고맙다는 말과, 큰아들한테는 손자 때문에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쉬지 못하며 손자를 잘 챙겨줘서 수고했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큰며느리와 작은며느리한테도 시부모와 여행을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겨본다. 이번 여행은 나의 마누라를 위해서 간 여행이기 때문에 “마누라, 우리 오래는 말고 건강하게 살면서 이렇게 여행이나 가끔 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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