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처이모(妻姨母) 상(喪)을 당해 문상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6. 3. 30. 16:40

 

며칠 전에 처이모의 상을 당해서 문상을 국립보훈병원으로 갔다가 왔다. 첫날은 가보니 문상객도 없이 썰렁했었는데 이튿날 갔더니 고인이 아들만 둘이었는데 큰 아들은 고대를 나와 회계사이고, 작은 아들은 대학교수라서 많은 조문객이 있어서 그래도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상주 본가는 전라도이고, 상주의 외갓집은 경주이다 보니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본가와의 왕래는 자주 없었어도 생전에 두부부가 서로를 의지하며 미운정 고운정이 많이 들었는지 그동안 마누라 병수발하면서 남모르게 고생했을 텐데 소주 서너 잔을 마신 처이모부가 혼자 어떻게 사느냐고 눈물을 보이니 조카딸도 울고, 주위 사람과 나도 어느새 눈물이 얼굴까지 흘러 내렸다.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내 아들들과 상주들이 어릴 적에 같이 크다보니 정이 각별해서 내 큰아들과 작은 아들까지 다 불러서 조문을 하고서 나는 아이들과 같이 집으로 오고, 마누라는 이튿날 장지까지 따라 갔다가 왔다고 한다. 또한 고인과 나의 마누라는 경주에서 같이 컸으니 그래도 다른 이모보다는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가.

 

필자도 60대 중반이다 보니 세상물정을 잘은 모르지만, 그렇다고 전혀 문외한은 아니다. 세상을 등진 고인이 원래 몸이 허약한데도 자식들은 나름대로 노력해서 아주 훌륭하게 잘 키워 놓고 살만하니까 병들고, 고통을 받다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고 보니 그런 어머니가 자식들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원통하겠는가. 칠십도 못 살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어머니의 긴 병치레를 장가도 가지 않은 고인의 작은 아들이 2년여의 병간호를 했으니 주위 사람들이 고맙게 생각하고, 또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인도 그 부분은 고맙게 생각하고 눈을 감았을 것으로 본다.

 

고생만 하고 먼저 가신 나의 처이모님, 이 세상에서는 그토록 고생만 하시고, 또 병들어 고통의 세월을 보냈지만, 저 세상에 가서는 하나님 품안에서 편안하게 잠 드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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