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경북 봉화의 청량산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5. 11. 23. 19:43

 

 

 

요즘 들어 날씨가 하루돌이로 비가 내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물어서 난리였는데 그 때는 정말 필요했지만, 요즘은 비가 많이도 오지 않고 쓸데없는 비가 자주 내린다. 일요일 새벽에 집을 나서면서 비가 온다는 얘기가 있어서 우산을 갖고 갈까하다가 우의만 챙겨 갖고 집을 나섰다.

 

경북 봉화의 청량산은 지난 해 10월 말쯤 초등친구들과 같이 덕구온천을 가서 하룻밤을 자고 상경하는 길에 올라가보려고 왔다가 낙동강 다리에서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어 되돌아가야 했다. 4년 전 10월 말에는 처가 식구들과 같이 예천의 회룡포와 안동의 봉정사를 들렀다가 도산서원을 돌아보고 마지막 날 청량산에 있는 쳥량사 절까지 올라와서 사찰을 둘러보고, 단풍과 어우러진 주변경치가 아름다워서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특히 청량산 중간에 자리 잡은 절 뒤로 청량산의 여러 바위로 된 봉우리들이 청량사를 지켜보고 있고, 절 정면에서 우측으로 길게 펼쳐진 바위가 마치 병풍처럼 쳥량사를 감싸 안고 있어 엄마의 품처럼 포근해 보였으며, 경치가 여느 절에 비해 수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쳥량사를 감싸 안고 있는 저 봉우리들을 한 번 올라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오랜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청량산을 따라갔다.

 

청량산은 경상북도 도립공원으로서 주봉이 장인봉(의상봉)’으로 높이가 870m이고, 청량사 뒤쪽으로는 탁립봉,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선학봉 등 8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원래는 버스가 들어갈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들어가서 산능선을 타기로 되어 있었지만, 청량사 입구에서 더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서 청량사 절길로 들머리를 잡아 본격적인 청량산 등반에 나섰다.

 

가을은 이미 지나고 겨울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여기 청량산에 와 보고 느꼈다. 서울보다는 많이 남쪽이어서 그래도 조금은 단풍이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단 한 나무의 단풍도 구경할 수가 없었으며, 활엽수는 한 잎도 남겨놓지 않고 다 떨어진 것을 보면 벌써 추운 겨울을 대비하고 있어 보였다. 그런데도 단풍도 없고 썰렁한 계절임에도 청량산 여기저기에는 등산객들이 들끓었다. 우리는 일주문에서 출발하여 청량사오작교자소봉탁필봉연적봉자란봉하늘다리선학봉장인봉(의상봉)➩청량폭포 앞으로 하산하여 도로를 따라 걸어서 낙동강 다리를 건넜다.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시간은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쭉 능선 바위 길을 걸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위로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봉우리이다. 특히 연적봉은 바위 둘레로 나있는 길을 따라 정상 끝까지 올라가보면 소나무가 하나 있는데 그 소나무가 아주 명품 소나무가 아닌가 싶다. 또한 자란봉에서 선학봉으로 건너가는 하늘다리는 청량산을 등산하는데 가장 스릴이 있고 최고의 명품등산다리이다. 봉우리와 봉우리를 연결해주다 보니 계곡 바닥이 보이질 않을 정도의 깊이에 주위 경관도 빼어나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마치 중국 장가계를 가서 천문산 귀곡잔도를 걷는 것처럼 가슴이 서늘하고 오싹해 지는 기분을 맛볼 수가 있다.

 

선학봉을 지나서 계곡 밑으로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10여분을 올라가야 870m의 장인봉(의상봉)이 나온다. 이렇듯 청량산 장인봉은 여느 산 정상처럼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려오는 길은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가파른 계단이 있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으며, 올라갈 때처럼 이 초겨울인데도 땀이 멈추지를 않았다.

 

얼떨결에 친구 따라 청량산을 갔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려서 아침에 우산을 갖고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비를 맞고 왔지만, 마음 한편에 꼭 한 번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청량산 여기저기 여러 봉우리들을 걷기도 하고 올라가보기도 하면서 초겨울의 첫 등산을 청량산으로 하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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