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수리산 관모봉, 태을봉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5. 10. 20. 01:36

 

 

 

우리나라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이 우리가 살고 있는 중부지방의 그리 높지 않은 산까지도 내려와 어느 산을 가던지 붉게 물든 단풍을 쉽게 구경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일요일인 어제는 마누라와 같이 김밥 두 줄과 집에 있는 과일 몇 개를 챙겨갖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서 청계산 쪽으로 갈까하다가 어머니가 계신 메트로병원으로 갔다. 이 병원은 수리산 동쪽자락으로 붙어 있어서 공기도 맑을 뿐만 아니라 차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요양환자들한테는 입지나 조건이 아주 좋은 편이다. 메트로요양병원에 가서 어머니와 같이 한 시간 가까이 보내고 나서는 병원을 나와 정오가 다 되어 골안공원으로 들머리를 잡아 수리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한라산 백록담을 갔다 오기도 해서 채 500m가 안 되는 수리산을 너무 쉽게 생각했는지, 아니면 경사가 좀 있어서인지 초반 산행부터 숨을 헐떡거리며 땀을 뻘뻘 흘리고 나서야 426m의 관모봉을 오를 수가 있었다. 이렇듯 등산을 할 때의 마음가짐은 높은 산을 올라갈 때나 낮은 산을 가거나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 뒤늦게 수리산 동쪽인 골안공원에서 오르며 알게 되었다. 관모봉은 현충탑에서는 자주 올라왔었고, 또 병목안에서도 몇 번을 올라가기도 했었지만, 이번처럼 메트로병원이 있는 골안공원에서는 처음 올라왔다.

 

수리산 단풍은 단풍나무 말고는 곱지 않았다. 올 해 가뭄이 극심해서인지 예년에 곱게 물 들었던 옻나무라든지, 벚나무, 두릅나무도 곱지 않았으며 붉은 단풍이 들 때 주위를 누렇게 구색을 맞춰주는 참나무 잎의 단풍도 예년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직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올 해의 단풍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관모봉에서 여러 등산객들과 같이 안양시내와 의왕시, 그리고 군포시 도심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또 다시 태을봉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거리는 700m라고 하지만, 오르막이라 반시간 가까이 걸렸다. 수리산 태을봉은 심심찮게 올라왔는데 늘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 관모봉에서처럼 시원하게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좀 답답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수리산에서 가장 높게 자리잡은 489m의 태을봉인데 수리산의 주봉답게 안양, 군포, 의왕 등 여러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보면 훨씬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태을봉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병풍바위, 칼바위를 지나 슬기봉을 향하여 걷다가 등산객들이 여기저기에서 쉬든지 아니면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여서 우리도 그들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싸간 김밥과 과일을 꺼내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보온병에서 따르는 커피 한 잔은 마시기 전부터 커피향이 코를 자극하여 입으로 넘어갈 때는 쌓였던 피로가 다 풀린 것 같다. 나야 상관없지만 마누라 때문에 원래는 이렇게 많이 걸으려고 하지 않았는데 걷다보니 슬기봉 가까이까지 왔다.

 

우리는 슬기봉을 눈앞에 두고 우측으로 하산하여 3만남의 광장으로 내려가다가 수풀길로 접어들어 3전망대를 지나 2전망대를 가다보면 이 숲속 길 중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인 출렁다리가 나온다. 지난 늦은 봄에 이곳을 지날 때도 고장이 나있었는데 아직도 수리를 하지 않았는지 이번에도 출렁다리를 건너며 음악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래도 이 명품숲길을 걸으며 수리산 동쪽에서는 볼 수 없는 고운 단풍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봄이나 여름에 이 길을 걸어보면 봄에는 연초록의 갈참나무 잎새가 기분을 좋게 하고, 여름에는 짙은 초록의 참나무 잎새가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세워 숨을 크게 쉬면서 쉬었다 가라고 붙잡는다. 이렇게 철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불러대는 수리산 명품숲길을 오늘도 걷고 있다. 2전망대에서 제1전망대를 가다보면 오르막내리막이 적당히 있어 땀을 흘린 등산객에게는 체온유지를 해주기도 한다. 1전망대에서 긴 내리막을 내려오다 보면 두 개의 커다란 돌탑이 나오고 1만남의 광장이 있다

 

1만남의 광장에서 조금 병목안 공원 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들꽃 밭이 나오는데 가을인데도 들꽃들이 많이 없었다. 일요일이라서 병목안 야영장에는 아주 많은 캠핑족들이 여기저기 텐트를 쳐놓고 쉬고 있었고, 우리는 그곳을 지나 병목안공원으로 접어드니 공원에는 단풍나무, 벚나무들이 곱게 단풍으로 단장하여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길지 않은 가을 정오에 골안공원을 출발하여 수리산 관모봉을 올랐다가 태을봉 정상으로 해서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수리산 명품숲길을 걸어 병목안 공원으로 내려왔으니 짧은 가을해가 오늘은 길게 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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