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린 시절 동생들을 생각했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3. 4. 14:44

 

 

 

 

어제는 긴 시간을 마누라하고 같이 보냈다. 


평소보다 점심을 일찍 먹고는 마누라와 같이 뒷동산엘 올라갔다. 뒷동산이라고 해서 금방 올라갈 수가 있는 그런 조그맣고, 나지막한 뒷동산이 아니고 숨을 헉헉거리며 올라가야만 정상을 밟을 수 있는 산이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뒷동산하고는 차이가 있다.


집을 나서니 추위가 많이 풀렸다고는 하나 쌀쌀하다. 더구나 봄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쓰고 있는 모자가 날아갈 정도다. 옷깃을 잘 여미었는데도 파고드는 바람이 꽤 차갑다. 아파트 포장도로를 지나 산길로 접어드니 지난 번 비가 온 끝이라 길바닥이 얼었다가 풀려서 꽤나 질다. 길 가장자리로 가 보지만 속은 얼고 겉은 녹아서 잘못하다간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니 신발에 흙이 달라붙어 평소보다 힘이 배가 들었다. 삼분의 일 정도 올라가니 몸이 풀렸는지 등줄기에는 땀이 나고 이마에서 난 땀방울은 눈가로 흘렀다.


요즘에 이렇게 뒷동산에 자주 올라가는 건 다 이유가 있다. 3월 15일 제주를 가서 올래길도 걷고, 한라산을 등반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다리 힘을 올려놓아야 같이 가는 일행한테 피해를 주지 않을 것 같아서 이렇게 시간만 나면 열심히 걷고 있다.


길지 않은 오르막을 올라서 한숨 돌리고 옆을 보니 진달래 꽃봉오리가 조금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올 때만 해도 아무 것도 안보이더니 어느새 저 만큼 커져서 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미리 알려주고 있었다. 봄을 시샘하는 이번 추위가 물러나면 우리들 곁에 봄이 성큼 다가 올 것이다. 우리 걸음이 느려서인지 조금 전에도 추월을 하더니 또 한 사람이 추월한다. 우리도 부지런히 올라가 정상에서 잠시 쉬었다가 올라간 길 말고 돌아서 내려오는 길로 내려오는데 아줌마들 한패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올라오고 있다. 여기는 아무 때나 올라와도 자주 사람을 만난다. 심지어는 여름 같은 경우는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라오기도 한다. 오늘은 올라가는데 50분이 걸렸고, 내려오는 데는 빙 둘러 내려와서 평소보다 더 길은 40분이나 걸렸다.


집에서 잠시 있다가 마누라가 찜질방을 간다고 한다. 목욕탕에 가지 않은 지가 꽤 오래 되어서 언제 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집에서 샤워만 하다 보니 목욕탕은 자연적으로 가지 않게 되었다. 그렇잖아도 머리도 깎을 겸 마누라가 찜질방 간다고 해서 따라 나섰지만 나이 먹어서 마누라 궁둥이만 졸졸 따라 다닌다고 할 것 같아서 “나는 머리 깎고, 목욕만 하고 올 테니깐 그렇게 알아.”했더니 마누라가 “알았어.”해 놓고는 목욕탕에 가서는 머리 깎고  찜질방으로 오라고 한다. 그냥 해본 소린지 아니면 진짜 오라는 것인지 판단 이 안 되지만 이발한 뒤 간단히 샤워하고 찜질방으로 갔다. 나는 찜질방을 좋아하지 않아서 여태까지 살면서 두 번 정도 간 것으로 기억한다. 한 번은 오래전에 땅끝 마을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여관을 찾다가 못 찾고 찜질방이 눈에 띄어 거기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고, 우리 동네 찜질방인 여기에 4-5년 전 어머니를 모시고 마누라와 같이 온 것이 전부다.


찜질방에 들어가니 평일인데도 여러 아줌마들과 남자들 몇 명이 눈에 띄었고, 서넛의 아이들도 보였다. 마누라를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다가 보이지 않아서 이방저방 다녀보다가 토굴 같은 곳을 가서 들여다보니 어서 오라는 손짓을 했다. 허리를 바짝 구부려 들어갔더니 숨이 꽉 메인다. 얼마 안 있어 금방 땀방울이 맺히더니 줄줄 흘러내린다. 거길 나와 바깥에 잠시 있다가 소금찜질방으로 자리를 옮겨 편안하게 누워서 조약돌같이 생긴 소금덩어리로 지압 겸 찜질을 받았다. 온도는 토굴보다는 낮아서 훨씬 오랜 시간을 버틸 수가 있다. 마누라는 토굴 속이 좋은지 열심히 들락날락거린다. 나는 또  한번 들어가려고 하니 물을 뿌리는 시간이라고 해서 쉬다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나는 순두부를 시키고, 마누라는 묵밥을 시켰는데 기다리는 동안 옷이 축축해서 밥 먹고 그만 갔으면 좋겠는데 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러고도 우리는 두어 시간 더 있다가 목욕탕으로 갔다.


오늘은 어떡하다 보니 마누라 꽁무니만 하루 종일 따라다닌 것 같다. 어렸을 때 어디 가려고 하면 동생들이 따라붙는 것이 싫어서 몰래 숨었다가 가기도 했는데 내가 그 꼴은 아닌지 그 때 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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