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부터 한두 송이씩 피던 동백꽃이 1월을 걸쳐 2월 들어서는 아주 한창이다. 이 동백꽃은 지금부터 20년 전에 광주를 출장 갔을 때 그곳에 근무하던 친구가 준 것인데 사람은 죽고 없는데도 꽃은 해마다 피어 이렇게 그 친구를 그리워하게 한다. 이 동백은 개량종이 아니고 오리지날 동백이라 꽃이 탐스럽고 예쁘다. 꽃나무 크기는 4-50센티 되는데 꽃나무 전체가 꽃봉오리로 온통 뒤 덮여 있다. 이렇게 12월 말부터 꽃이 피면 3월 중순까지는 피고지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향기가 없다. 한겨울이라 향기가 있다고 해도 벌들이 찾아오지 못하겠지만, 향기가 없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꿀이 얼마나 쏟아지는지 치우지 않고 내버려두면 꿀이 소복이 쌓인다.
그와 반대로 꽃은 보잘 것 없는데 근처에 가면 향기가 아주 그윽하게 퍼지는 란도 활짝 피어있다. 화려하면서도 향기가 없는 동백꽃과는 대조적이다. 네 화분 중에 두 개는 활짝 폈고, 하나는 꽃대가 길게 올라와 있다. 란은 꽃이 참 오래간다. 거의 한달은 가는 것 같다. 이 꽃이 질 때쯤 되면 노란색의 수선화가 피어나는데 그 꽃 또한 참으로 귀족적이다. 내가 가꾸어 피는 꽃 중에서는 가장 격식을 차린 꽃으로 생각한다. 그 꽃은 오래 못가고 지는데 그 꽃이 지고나면 붉고 탐스런 군자란 꽃이 향기가 없는 대신 자태를 뽐낸다.
이렇게 겨울과 봄에 피는 꽃들이 피고지고를 다하면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된 꽃 문주란이 꽃대를 1m 가까이를 뽑아 올린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어느 해는 두개를 올리고, 또 다른 해는 세 개를 올려서 한 달 이상을 향기가 배란다에 가득하다. 꽃은 다 피고 나면 양손을 벌려 놓은 거처럼 큼직한데다가 흰 꽃이어서 고귀해 보인다. 이 문주란은 우리 집에서 키운 지가 34년 되었는데 최근 2-3년부터 시간이 되어 씨를 받아서 많이 분양을 해주었다. 그것도 씨만 주면 싹을 못 틔울 것 같아 직접 6-7개월을 물에 담궈서 싹을 틔워 조그만 화분에 이식해 30여명의 지인들한테 내 생각하면서 키우라고 나눠 주었다. 씨를 받으려면 꽃이 지고 수정이 되어 열매가 커지게 되는데 작대기를 받쳐놓지 않으면 꽃대가 씨의 무게를 못 이기고 자빠진다. 그러면 씨가 영글지 못한다. 작대기를 받쳐 놓은 열매는 다 영글면 제대로 떨어진다. 그래서 이씨를 잘 건조해 놓았다가 이맘때 물에 담그면 7-8월에 싹이 올라온다. 싹을 틔워서 1년 정도 지나면 조금 보기가 좋아지고 2년 정도 키우면 화초로서 모양이 나온다. 그리고 꽃은 6-7년 정도 길러야 꽃이 핀다. 천연기념물 19호로 지정될 만큼 가치가 있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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