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은 지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다. 한가하게 커피 한 잔을 타서 막 마시려고 하는 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헤헤, 나야! 야, 뭐 하냐?” ‘어, 그냥 있어.’ ‘야, 그럼 너 시흥으로 한 시까지 나와. 그 보리밥 집으로.... 알았지?’ 이렇게 제 말만 하고는 내 말은 들어보려고도, 말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타놓은 커피를 마시고 하던 일을 그대로 했다.
안양에서 시흥까지는 버스로 가도 2-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니 크게 준비할 것도 없고, 집 앞에서 바로 버스를 타면 되기에 시간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12시 반에 버스가 바로 있어서 타고 시흥사거리를 지날 때쯤 그 친구한테 또 전화가 왔다. ‘야, 어디야?’ ‘다 왔어. 사거리 통과하고 있어.’ ‘알았어, 빨리 와.’ 이렇게 간단하게 통화를 끝내고 버스에서 내려서 만나기로 한 시간이 아직 10분이나 남았지만 부지런히 걸어갔다. 식당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 가운데 친구도 밥그릇을 들고, 각양각색의 나물이 진열되어 있는 곳에서 나물을 주어 담고 있었다.
이 보리밥집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전에 우선 내 친구 얘기부터 해야겠다. 이 친구는 전에 방송사에 카메라 PD로 근무하다가 지금은 후리랜서로 뛰고 있다. 그 친구하고 2007년 12월 초 개성을 갈 때, 카메라를 갖고 가다가 북한 측에 뺏길 뻔하기도 했다. 어딜 가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다 보니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그런데 몸이 부실해서 심근경색으로 황천길을 갈 뻔 했는데 그 후로는 이런 야채로 구성된 식당을 여기저기 잘도 찾아다니고 있다. 내가 이 보리밥집을 다닌 지는 지난 해 5월부터고, 이 친구 덕택에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말이 보리밥집이라고 하지만, 쌀밥부터 콩밥, 팥밥, 조밥 등 잡곡밥까지 여러 종류의 밥이 다 준비돼 있어 입맛대로 찾아 먹을 수가 있고, 나물은 가지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나물이라고 생긴 건 다 있다. 그런데다가 국은 어떤가. 국도 선지국, 된장국, 씨래기국, 배추우거지국, 동태국, 부대찌개국 등 아주 다양하다. 이렇게 푸짐한 식단을 갖추고 있는 식당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양껏 먹어도 1인당 5,000원이다. 다만 고기 종류로 식사할 때는 4,000원을 더 내서 9,000원이다. 입맛이 없을 때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가곤 했었는데 오늘도 그 친구 덕분에 나물 위주의 푸짐한 식사를 한 것이다.
친구와 나는 식사를 마치고, 나는 수정과를 친구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옆으로 휙 지나가는 사람이 아는 사람인 거 같아서 헛일 삼아 불러보니 20여 년 전에 회사를 그만 두고 자영업을 하겠다던 직장 동료였다. 많이 반가웠다. 우리는 밥을 다 먹었지만, 그 친구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그 옆에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또 우연찮게 고등학교 동창을 만난 것이다. 이렇게 거의 같은 시간대에 겹치기 우연한 만남이 있을 수 있는 걸까? 우연치고는 믿기지 않는 우연이 실제로 오늘 점심시간에 일어난 것이다. 참, 진귀한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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