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오랜만에 삼성산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5. 10. 3. 00:54

 

 

 

 

오늘은 맨날 뒷동산인 비봉산만 다니다가 안양유원지를 지나 서울농대 임업시험장 옆으로 나있는 산길을 따라 아주 오랜만에 삼성산을 올라갔다. 우리 집에서 출발하여 뒷동산을 올라갈 때만해도 여기저기 도토리를 줍는 아주머니들을 자주 볼 수가 있었는데, 안양유원지를 지나 삼성산을 올라갈 때는 좀처럼 등산객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인지 평일날도 이 길을 걸을 때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등산객들을 만나는데 입구에서 두 사람, 그리고 정상에 다 올라가서 서너 사람을 만난 게 전부다.

 

오늘 내가 걸었던 길을 순서대로 얘기해 보면 집에서 1110분 정도에 출발하여 안양정수장비산체육공원비산마실길동비봉산정상안양유원지서울농대임업시험장절고개능선길육거리쉼터삼성산정상국기봉삼막사칠성전(남녀근석)삼막사계곡길경인교대에 가서 오후 3시 반에 마을버스 6-2번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꾸준히 걷기는 걸었어도 천천히 걸어서 시간이 약 9km의 거리인데 4시간 20분 걸렸으니 평소보다는 2-30분 더 걸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등산길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걸었었다. 오늘은 삼성산 정상을 올라가는 내내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크게 땀도 흘리지 않고 등반을 할 수가 있었다. 밑에서 겉옷을 벗고 등산을 했는데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썰렁한 기분이 들어 겉옷을 챙겨 입고 올라가야 했다. 정상에 올라가니 날씨가 맑고 바람이 불어서 여러 도시 전체가 선명하게 다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로는 안양, 군포, 의왕, 광명, 시흥이 멀리는 수원과 인천 송도에 솟구친 건물들이 그곳이라고 알려준다.

 

정상에서 삼막사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칠성전이 나오는데 칠성전 가기 전에 칠성전을 지켜주는 남녀근석이 있다. 여자거시기는 닮은 것 같은데 남자꺼는 두 개가 겹쳐 있어서 인정하려면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만 경기도 민속문화제 3호인데다가 신라 문무왕 17년 원효대사가 삼막사를 세우기 전부터 토속신앙으로 숭배되었으며 이 바위를 만지면 순조로운 출산을 하고, 가문의 번영과 무병장수를 빌면 효험이 있다하여 4월 초파일과 7월 칠석에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어찌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아무리 바빠도 한 번은 만지고 가는 것도 손해 볼 일은 아니니 나도 만져보고 두드려주고 왔다.

 

삼막사 절을 빠져나와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울퉁불퉁한 돌멩이가 쌓여 있는 산길을 30분 가까이 내려와야 한다. 전에 같으면 이 계곡에 계곡물이 흘러야 하는데 요즘에 오래도록 가뭄이 이어지다 보니 어제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계곡이 바짝 말라 있다. 아직도 해갈이 되려면 한참 더 많은 비가 내려야할 것 같다.

 

산에 갔다 와서 샤워하고는 나의 일과 중의 하나인 안양메트로병원으로 어머니를 보러 갔다. 오늘은 어머니가 컨디션이 별로 안 좋으신지 잠을 청하는 건 아닌듯한 데 졸음이 오는지 자꾸 눈꺼풀을 닫았다가 열었다를 반복하셨다. 오늘도 그런 어머니를 아무런 도움도 못주고 이렇게 병원에 놔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처럼 보고만 있으려니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한없이 죄를 짓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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