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한참 만에 화창한 봄 날씨를 보는 것 같다. 요즘에 바람도 불고 비가 와서 봄 날씨치고는 좋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 날씨는 나들이하기에 그만이었다. 사실 오늘은 초등친구들과 같이 강원도로 봄나들이를 가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부터 날씨타령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디를 갈 때 날씨가 좋은 것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오늘이 바로 그랬다.
청주에서 올라오는 친구들을 여주휴게소에 만나기로 해서 재경지역에 있는 초등친구들은 승합차로 여주까지 이동하여 청주친구들이 타 고온 버스에 같이 타고 가기로 했는데 내려가는 길이 차가 많이 밀려서 도저히 약속시간까지는 댈 수가 없었다. 청주친구들은 휴게소에 도착을 했다고 연락이 오는데도 우리는 덕평 지역을 가고 있었고, 고속도로는 또 다시 밀려서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어렵게 여주휴게소에서 초등친구이자 고향친구들을 만났다. 반백년을 넘게 같이 친구를 했으니 얼마 남지 않은 머리는 반백이 되고, 이마에 나있는 깊은 주름은 세월의 흔적과 삶의 역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언제 그렇게 세월이 가서 나이가 먹었는지 나도 때로는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다. 이처럼 반갑고 정겨운 초등친구들을 여주휴게소에서 만나 같이 강원도 여행길에 나섰다.
여느 때는 여자 친구들이 두어 명 참석을 했었는데 이번 초등친구들과의 강원도 여행에는 무려 8명이나 왔다. 수년 전까지는 여자동창생들이 여러 명이 참석을 하다가 근래에 들어 나오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회장친구가 이번에 노력을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고생한 회장을 대신해서 오십여 년 전에 같이 공부를 하던 시절을 생각하며 남순이, 영남이, 유순이, 의식이, 선임이, 임진이, 병숙이, 덕윤이 등 여자동창생들 이름을 하나씩 다 불러 보았다. 이제는 다들 할머니가 되어 감당한 세월만큼이나 모습은 변하였어도 그래도 내 초등여자친구들이 아니었는가.
원주를 지나자 대관령 목장까지는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다. 산 위로 전력풍차가 여기저기 눈에 띄고 비포장도로를 얼마 가지 않아 타고 온 버스로 꼬부랑꼬부랑 목장 길을 따라 동해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정상에 올라왔다. 버스에서 내리니 동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싱그럽다. 답답한 마음을 돌아가는 풍차날개 바람에 실어 저 멀리 동해로 날려 보내본다. 아직 목초지에 양들이 뜯어먹어야 할 푸른 풀들은 보이지 않지만, 바람 따라 돌아가는 풍차와 더불어 동해바다를 나의 오랜 친구이며 초등친구들과 같이 내려다보면서 봄날의 한 때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그 어찌 추억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친구들의 밝은 모습은 어느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하다.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라 주문진으로 이동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단체손님을 받는 식당이지만 회 맛도 괜찮았고, 곁들이 음식(쓰키다시)과 매운탕도 좋았다. 다만 상추가 가끔 시들고 뚫어진 게 나온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그래도 주인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을 엿볼 수가 있어서 기회가 되어 주문진을 간다면 ‘주문진 일출횟집’을 다시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점심을 먹고서 우리는 주문진 건어물시장과 어시장을 한 바퀴 돌아봤다. 친구들은 오징어와 멸치를 사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회를 떠서 귀경길에 올랐다. 원래는 올라오는 길에 한 곳을 더 들를 계획은 되어 있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바로 올라오게 되었다.
오늘은 이렇게 좋은 봄날에 재경초등친구들과 청주초등친구들이 함께 강원도 대관령목장과 주문진에 가서 맛있는 회를 먹고 왔다는 것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으로 본다.
“나의 오랜 초등친구들아! 오늘 수고했고, 그리고 고맙다. 건강하게 잘 있다가 또 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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