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청계산을 일주(一周)하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4. 10. 15. 14:40

 

어제 뒷동산을 올라갈 때 태풍 탓인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등산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뒷동산 정상부분에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는 걸 보고 좀 더 큰 산을 가면 고운 단풍을 많이 볼 수가 있을 것 같아서 오늘 정오가 다 되어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보니 참, 날씨가 좋다. 어제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뿌연 연무도 없고, 가을 하늘답게 구름도 높은 구름만 몇 점 보일뿐 맑다. 더구나 기온도 적당해서 등산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인덕원역에서 마을버스 10번을 타고 청계사 올라가는 주차장이 있는 종점까지는 10분 남짓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 약 500m 정도 청계사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녹향원이 나오는데 녹향원에서 국사봉과 이수봉으로 가는 초입길이 나온다. 행선지를 어디까지 갔다오기로 미리 정해놓고 출발한 것이 아니라 단풍구경도 하면서 가다가 근력이 남았으면 더 가고, 힘이 부치면 중간에 내려올 생각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 산행은녹향원국사봉(540m)이수봉(545m)절고개석기봉(583m)청계산(정상)망경대(618m)대공원철망길마왕굴석기봉입구절고개청계사녹향원마을버스종점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약 11km5시간 남짓 걸려서 한 바퀴 도는 등산을 했다.

 

청계산은 지난해 봄에도 왔다가 갔고, 또 올 봄에도 작은아들내외와 같이 국사봉과 이수봉을 갔다온 적이 있었다. 단풍은 아직 산 전체는 들지 않았어도 단풍나무들은 제대로 곱게 단풍이 들어 있었다. 산 정상이나 능선꼭대기에는 언제 단풍이 들었다가 떨어졌는지 벌써 낙엽이 수북하다.

 

국사봉을 올라가다 보니 산에 올라갔다가 벌써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들을 뒤로 하고 여기저기 곱게 물든 단풍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국사봉에 올라서자 군데군데 등산객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녹향원을 출발한지 1시간 후였다. 다시 국사봉을 출발하여 의왕대간 능선을 따라 약 40분 정도 걸으니 이수봉이 나왔다. 이수봉에서는 싸갖던 음식으로 요기를 했다.

 

점심을 먹고서는 더 산행을 할지 아니면 그만 내려갈지를 이수봉에서 절고개까지 약 500m를 가는 시간에 결정해야 방향을 잡을 수가 있다. 그래서 마누라가 힘들다면 절고개 갈림길에서 청계사쪽으로 내려가야 하기에 어떡할까 생각중인데 망경대를 가자고 했다.

 

갈림길에서 만났던 한 아저씨가 자기가 길 안내를 한다며 앞장섰다. 이 길은 나도 작년에 갔다 와서 망경대 가는 길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친절하게 길안내를 해준다는 것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앞서가는 아저씨를 따라 가려니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었다. 거리가 멀어지면 얼마쯤 가서 우리를 기다렸다가 다시 걷곤 했다. 그러면서 석기봉에 도착하여 널찍한 바위에 앉아 과천 시내를 내려다보며 소주도 한 잔씩 주고 받다보니 마포에서 오셨다고 했다. , 멀리서 오셨다고 생각했는데 얘기 끝에 74세라고 한다. 얼굴이 주름이 없어서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았는데 젊게 사시는 형님을 청계산에 와서 만났다. 이렇게 산에 오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쉽게 친구가 되어 금방 말벗이 된다.

 

석기봉에서 망경대를 가려면 망경대 한가운데 부대가 있어서 한참을 대공원 쪽으로 내려갔다가 우회하여 다시 올라와야 한다. 이 등산로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어서 낙엽이 그대로 쌓여있고, 길옆으로 붉게 물든 단풍구경을 하며 걸을 수 있지만, 가는 길이 썩 좋은 편은 아니어서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작년에 여기를 걷다가 아주 세게 뒤로 자빠진 적이 있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손바닥과 팔꿈치에 찰과상을 입었었다. 이렇게 어렵게 망경대에 가보면 현위치가 망경대라는 표지목만 있을뿐 아무 것도 없다. 거기서 좀 더 올라가면 바위로 밧줄이 내려온 것을 타고 올라가야 망경대 정상이라고 하는데 올라가 봐도 아무런 표지석은 없다.

 

망경대에서 대공원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서 등산로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길을 잘못 들어 얼마를 내려가다가 길이 없어서 다시 온 길로 되돌아와서 다시 길을 찾아 한참을 걷다보니 마왕굴이 나왔다. 마왕굴에서 10여분 걸으면 앞서 걸었던 석기봉 초입이 나온다. 여기서 절고개까지 가다보면 7-80년된 아름드리 소나무밭을 지나게 되는데 여기가 청계산에서 소나무 최대의 군락지이기도 하다.

 

절고개에서 물도 마시고, 싸갖던 나머지 과일도 다 먹으면서 한참동안 쉬었다. 여기서 청계사로 내려가는 길은 약 1km밖에 안되지만 가파른 경사와 계단길이라 시간은 많이 걸렸다. 청계사에 도착하자 산 중간부분만 햇볕이 걸렸을 뿐 절전체가 어두운 산 그림자가 길게 덮고 있다. 불공을 드리는 한두 사람 외에는 눈에 띄는 사람도 없이 온통 사방이 조용하다. 청계사를 돌아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오늘 산행을 모두 마쳤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절고개삼거리에서 만난 아저씨의 건강한 모습이었다. 연세가 74세이면 거의 집 가까이에 있는 평지 길이나 걸어야 하는데 이렇게 높고 험한 산행을 우리 보다 더 잘 걸으시니 부럽기도 하고 대단한 체력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나이 먹어 건강을 지키면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자신의 분수에 맞는 소일거리를 찾아 즐겁게 건강한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고마운 하루였다.

 

 

                                                                          **우리 집 뒷동산의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