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동두천의 소요산을 일주(一周)하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4. 10. 6. 16:50

 

 

 

오늘은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을 가기 위해서 새벽부터 서둘렀다. 오래전부터 꼭 한번은 가고 싶었는데도 집에서 워낙 멀다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구나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평소보다 전철이 자주 다니지 않아서 빨리 연결이 된다고 해도 2시간 20분이고, 여의치 않을 때는 2시간 반이 더 걸릴 수도 있으니 왕복으로는 무려 5시간 넘게 전철을 타거나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도 소요산역에 도착하니 우리나라의 100대 명산인 소요산을 가기 위해서 역 광장에는 많은 등산객들로 발 디들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산을 오르기에 앞서 잠깐 소요산에 대해서 알아보자. 소요산은 경기도 동두천시에 있는 산으로 500m가 넘는 봉우리가 무려 6개가 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인 의상대가 587m이다.

 

소요산은 근거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조선초기의 문인이었던 매월당 김시습이 자주 걸었다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으며 산세가 수려해 경기의 소금강이라고도 불리었다고 한다. 특히 조선을 창업한 이성계가 아들 이방원에게 쫓겨나서 말년에 머물렀던 터가 아직도 남아 있기도 하다.

 

오늘 등산코스는 약 8.2km 거리에 가장 긴 코스로 일주문자재암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칼바위나한대의상대(정상)공주봉구절터일주문으로 내려오는 소요산의 전봉우리를 다 돌아보는 코스를 택했다.

 

역에서 나와 단풍나무 길을 따라 천천히 40분 남짓 소요산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가파른 계단이 나오고 거기를 올라서면 자재암이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아준다. 절은 크지 않고 작지만 신라 선덕여왕 14(서기 645)에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하니 상당히 유서가 깊은 절이다. 대입 입시철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많은 수험생부모들이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자연석굴 안에 있는 나한전은 여느 절에서 볼 수 없는 것이어서 특별해 보였다. 이 절에는 세조 10년에 간행된 보물 반야바라밀다와 심경약소언해본이 보관되어 있기도 하다.

 

자재암에서 하백운대까지의 거리는 650m라고 하나 아주 가파른 계단이어서 시간이 꽤 걸렸다. 나는 쉬엄쉬엄 올라가서인지 약 50분 정도가 걸렸다. 소요산 종주산행구간중에 가장 힘든 코스가 자재암에서 하백운대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하백운대에서 중백운대 가는 길은 계단이 있긴 있어도 길지 않아서 걷기가 낫다. 중백운대부터는 능선 길을 따라 걸으니 한결 걷기가 수월하다. 하백운대에서 중백운대를 거쳐 상백운대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상백운대에서 길게 이어진 뾰족뾰족한 칼바위 능선을 지나 선녀탕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싸갖고 간 점심을 먹었다. 김밥을 먹기 전에 막걸리를 한 잔 따라 마시니 그 시원하고 입에서 당기는 맛이 그 어느 맛과도 비교가 안 되었다. 비록 단무지로 안주를 했지만, 이렇게 산을 오르며 땀을 흘리고 나서 마시는 막걸리는 아무나 느낄 수 없고 산에 다니는 사람만이 느끼고 누릴 수 있는 먹는 즐거움 중에서 작은 것이면서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게 하는 큰 행복을 느끼게 한다.

 

점심을 먹고서 바로 나한대를 가기 위해 출발했다. 칼바위 능선에서 한참을 내려왔다가 다시 600m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야 되는데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더구나 밥 먹은 지가 얼마 되지 않다보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쉬엄쉬엄 올라가서 오후 2시가 다 돼서야 소요산에서 두 번째 높다는 571m의 나한대봉우리에 도착했다. 나한대에서 소요산의 정상인 의상대(587m)까지는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다. 정상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니 날씨가 좋아서 아주 멀리까지 가까이서 보는 것 마냥 잘 보였다. 지금은 단풍이 들지 않았지만 단풍이 드는 이달 말쯤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소요산이 우리들 눈앞에 나타날 것으로 본다.

 

정상인 의상대에서 공주봉까지는 거리가 1.2km인데도 실제 걸어보니 40분 정도가 걸렸고, 거기서 일주문까지도 약 1시간이 걸려서 소요산을 한 바퀴 일주하는데 총 5시간이 걸린 셈이다. 소요산역까지 걸어간 시간까지를 감안한다면 5시간 반은 걸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소요산은 수도권에 있다고는 해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큰마음 먹지 않고서는 좀처럼 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에 친구 때문에 얼떨결에 잘 갔다가 왔다. 계단이 많고 돌과 바위가 많은 산이라 산행에 어려움은 있었어도 오래도록 기억될 소요산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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