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수리산 태을봉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5. 5. 22. 01:22

 

날씨가 너무도 좋다. 이제 봄이 끝나고 여름이 된다는 소만이다. 집 앞에서 11-3번 버스를 타고 안양 시내를 거쳐 병목안시민공원 입구에서 내렸다. 공원의 나무그늘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쉬기도 하고 더러는 걷는 사람도 있었다. 공원 언덕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자태를 뽐내며 자기를 보고 가라고 나를 불러 세운다. 그래서 예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오늘 걸을 길은 병목안공원1만남의 광장1전망대2전망대출렁다리3전망대태을봉관모봉충혼탑서안양우체국집까지 약 8km를 걸을 예정이다.

 

공원을 지나 제1만남의 광장으로 올라가다보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캠핑장이다. 여기저기 텐트를 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져 있고, 군데군데 공동세척장이 있어서 취사도 가능하게 해 놓았다. 이곳을 지나 좀 더 올라가다 보면 들꽃 밭이 나오는데 여러 가지의 들꽃이 있었지만, 아직 제철이 아닌지 피어있는 들꽃은 별로 없는 듯 눈에 띄지 않는다. 들꽃 밭을 지나 얼마 가지 않으면 제1만남의 광장이 나온다. 공원에서 만남의 광장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약 15분 정도가 걸렸고, 이 만남의 광장에서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플래카드가 붙고 행사 준비하는 사람들의 일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만남의 광장에서 산 쪽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두 개의 큼직한 돌기둥이 수리산에 온 것을 환영해준다. 거기서 직진하여 올라가면 관모봉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우회전하게 되면 수풀에 뒤덮여 하늘을 볼 수 없는 수리산 수풀길이 이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명품숲길이다. 작년에 이 길을 여러 번 걸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 길을 처음 걷는다. 여기서 제1전망대까지는 오르막이 길지는 않지만 한참을 이어지는데 약 20분 정도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1전망대가 있는 산등성이에 도착하게 된다. 전망대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인데 나무가 우거져 시야를 가려서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

 

 

 

 

 

 

1전망대에서 2전망대는 약간의 오르막이 있기는 있어도 비교적 평지길이다. 좀처럼 하늘을 볼 수 없는 상수리나무 숲길이 이어지는데 시간은 약 15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제2전망대에서 3전망대 쪽으로 7-8분 가다보면 수리산 숲속길 중에서 명물인 출렁다리가 나온다. 이 출렁다리를 건너기 전에 사랑·가족·건강 등 한 가지를 택해서 버튼을 누르면 그에 걸맞는 음악이 나오고 기분 좋게 출렁다리를 건널 수가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 가파른 오르막을 넘어서 약 15분 정도 가게 되면 제3전망대가 있다. 이 전망대 정자에서 직진하여 능선을 타면 쉽게 태을봉으로 올라갈 수가 있는데 나는 제2만남의 광장으로 해서 포장로를 따라 병목안공원으로 내려갈까를 생각하고 슬기봉 방향으로 한참을 더 가다가 제2만남의 광장에서 병목안 가는 길이 땡볕 길이라 다시 방향을 바꿔서 태을봉으로 올라갔다. 계곡으로 올라가려니 완전히 절벽이라 갈지자의 길을 힘겹게 걸어야 간신히 올라갈 수가 있었다.

 

 

 

계곡을 빠져나와 산등성이에 올라서서 흐른 땀을 닦고 싸간 김밥과 간식을 먹고 쉬다보니 앞서 제3전망대에서 태을봉 올라가는 길을 가르쳐준 등산객이 이제야 올라오고 있었다. 왜 이리 늦었느냐고 물어보자 점심도 먹었고, 올라오면서 경치가 좋아 보면서 올라오다 보니 좀 늦었다고 했다. 거기서 태을봉은 그리 멀지 않았다. 태을봉은 높이가 489m이지만, 수리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몇 번을 올라왔는데도 올 때마다 새롭다.

 

 

 

 

 

 

다시 관모봉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걸어 내려와서 다시 관모봉으로 올라가다 보니 솔밭에 벤치가 있고 쉬는 사람이 없었다. 거기서 땀을 식히며 쉬다가 의자에 드러누워서 잠을 청했다. 솔향기가 은은하게 코끝에 닿았다. 한 시간이 지났나싶은데 썰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을 뜨니 깜빡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관모봉에 올라가자 전에는 없었던 전망대존을 만들어 놓았다. 안양시내가 거의 눈에 다 들어오고 군포도 부분적으로는 조망할 수가 있었다. 관모봉에서 내려오다 보니 등산로를 보수했는지 전에 안 보이던 계단도 있고, 가파른 데는 밧줄도 설치하였다. 관모봉에서 충혼탑으로 내려오다 보면 계속 솔밭 등산길이 이어지는데 솔밭이 나와 아무런 생각 없이 산을 내려왔는데 얼추 다 왔는데도 충혼탑이 나오지 않아서 자세히 보니 방향을 우측으로 꺾어 내려온 것이다. 이상한 건물이 나와 큰길로 한참을 걸었더니 안양평생교육원이 나오고 만안경찰서, 안양세무서가 나오는 걸 보니 군포 쪽으로 꽤 많이 내려갔던 것 같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 당초 계획에서 1km 이상을 더 걸어야 했다.

 

 

 

 

 

오늘 수리산 숲속길을 걸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평일인데도 평소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았나 싶다. 어떤 사람은 용감하게 인사를 먼저 건네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길벗은 조용조용하게 길을 묻기도 했다. 부천에서 오시고, 잠실에서도 오신 것을 보면 수리산이 수도권에서는 명산인데다가 병목안의 명품숲길이 있어서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좋았고, 날씨만큼이나 상수리숲길과 솔밭길이 정말 좋아서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오늘 걸었던 숲길이 눈에 선하게 비쳐진다.

 

고마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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