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쯤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집에 있으려니 너무 더워서 더위를 피하려고 수리산을 간적이 있다. 그 때 푸른 숲속으로 이어진 그 길을 걸으면서 얼마나 좋았던지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꼭 한 번은 더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기회가 되어 마누라와 같이 집을 나섰다.
병목안공원부터 걷기 시작하여 제1만남의 광장▶1전망대▶2전망대▶3전망대▶태을봉▶슬기봉▶수암봉⇨제3만남의 광장⇨제2만남의 광장⇨병목안공원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는데 약 5시간 정도를 걸은 것 같다. 원래는 지난번처럼 봉우리쪽으로 올라가지 않고 제3전망대에서 2만남의 광장으로 내려와야 되는데 좀 더 걷고 싶은 욕심이 생겨 산 정상을 올라가다 보니 도보가 아니고 등산이 되었다. 그래도 비온 끝이고 공기가 맑아 걷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임도라고 해서 걷기 좋은 평지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내리막도 있고, 걷다보면 숨을 헉헉거리며 걸어야할 오르막도 있다. 그래도 임도를 걷는 이유는 산허리로 나있는 길 따라 걷다보면 긴 오르막이 아닌 짧은 오르막이 이어지고 끊어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등산보다는 힘이 덜 든다. 그리고 수리산 임도는 오르막을 힘들게 올라와서는 쉬었다갈 수 있도록 벤치가 여기저기에 많이 있을뿐더러 경치가 좋은 곳에는 꼭 전망대가 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런가하면 제1만남의 광장으로 올라가는 초입부터 시작한 떡갈나무와 참나무 숲속 길은 수암봉까지 이어지다가 수암봉에서 제3만남의 광장으로 얼마 안 내려와서 끝이 나고 미끈미끈한 아름드리 소나무 밭이 한동안 계속된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점점 커지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나서야 제3만남의 광장이 나왔다.
제3만남의 광장부터는 병목안공원까지 내려가는 길은 포장된 도로여서 걷는데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2-30분 걸어야 했지만, 계곡물에는 때늦은 피서객도 보이고, 최경환성지와 수리산순례자성당을 지나면 도예박물관도 나와서 그나마 지루함을 덜어주기도 했다. 더군다나 태을봉에서 슬기봉으로 내려오는 나무계단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을 때 핸드폰액정이 깨져 듣던 음악도 나오지 않으니 그리 길지 않은 병목안계곡길이 어쩌면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번 산행은 당초에 없던 산행이었다. 원래는 수풀길만 걷고 오려고 갔다가 수리산 전체를 다 돌아보고 온 수리산탐방산행이 되었다. 아마 최근 들어 가장 많이 걸었던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고 보면 이번 산행이 아직도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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