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뒷동산의 단풍도 시작되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4. 10. 11. 12:09

 

 

 

어제는 뒤늦게 있다가 뒷동산을 올라갔었다. 바람이 선들선들 부는데도 날씨는 덥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도 계절은 어김없이 가고 있다는 걸 며칠 전 푸르던 잎이 조금씩 단풍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계절은 가을로 치닫고 있는데 바쁜 일손이 필요한 농부처럼 마음은 한가롭지가 못하다. 그건 내일저녁에 어머니의 생신을 여러 형제들과 같이 먹어야 하는데 무슨 음식을 얼만큼 어떻게 만들건가는 마누라의 걱정인데도 괜히 내 마음도 덩달아 편치 못하다.

 

그런저런 생각에 빠져 오르막 계단을 어떻게 올라왔는지 벌써 이마엔 땀방울이 맺힌다. 언덕배기를 올라오니 아직도 도토리가 있는지 몇몇 아줌마들이 엎드려 도토리를 줍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뒷동산의 가을이 도토리 줍는 아줌마들과 같이 가고 있다.

 

그곳을 지나 얼마 안가 주민체육시설이 있는데가 나왔다. 전에는 여기서 평행봉도 하고 철봉도 하면서 건강을 다졌었는데 지난 가을 평행봉을 하다가 왼쪽 어깨의 인대가 늘어나서 여태까지 지나치다가 요즘들어 평행봉 양기둥을 잡고 엎드렸다가 폈다만 반복해서 하고 있는 중이다. 약 100번 정도 푸샵(pushup)을 하고 다시 벗었던 옷을 들고 약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비산동 마실길과 만나게 되는데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오늘은 이 길을 많이 걷고 있었다. 나도 그들과 같이 부대 앞까지 걷다가 벤치가 있어서 한참을 쉬었다.

 

쉬고나서 길을 걸을 때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들이 많이 죽어 고목이 된 것들이 눈에 보였다. 그렇잖아도 오래 전부터 집앞 아름드리 아카시아 나무들이 이유없이 자꾸 스러지는 것을 자주 봐 왔었는데 여기는 많이 고사한 아카시아 고목이 보였다. 아카시아는 원래 병충해도 강하고, 잘 자라서 60년대 중·후반에 그 당시 땔감이 부족해서 땔감으로도 쓰고, 여름에 홍수를 막아주는 녹화사업으로 권장해서 많이 심었었다. 아카시아는 수명이 길지 않아 50년 이쪽저쪽 되었는데도 이렇게 뿌리가 썩으면서 병들어 자빠지던지 아니면 하얗게 말라서 죽는다. 이런 것들이 자연의 순리라고 하지만 안타까울 뿐이다.

 

가다보면 큰 바위도 있고, 가팔라서 줄을 잡고 올라가야 할 산길도 나오지만 뒷동산 정상에 올라가면 가깝게는 안양시내가 다 내려다 보이고, 멀리로는 수원, 인천 송도, 광명 및 영등포까지 조망이 가능하고, 산은 삼성산과 관악산이 지척에 있으며 눈을 서남쪽으로 돌려보면 수리산이 가깝게 있다. 또한 의왕의 모락산 너머로 백운산이 보이기도 한다.

 

집에서 정상까지 올라오는 시간은 천천히 올라온다고 해도 약 50분 정도 소요되고, 내려갈 때는 3-40분 정도가 걸려서 왕복 1시간 2-30분이면 등산을 겸한 도보를 할 수 있다. 내 집 뒷동산에 이런 등산로가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행운이고, 복 받았다고 본다. 비봉산의 높이는 300m 밖에 안 되지만 아무 때나 부담감 없이 집을 나서서 올라갈 수가 있으니 내 수준에 딱 맞는 산이 아닌가 한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주민들 건강까지 챙겨주는 우리 집 뒷동산한테 고맙게 생각한다.

 

 

 

 

 

 

 

 

 

 

 

 

 

 

 

 

 

 

 

 

 

300

 

 

 

 

 

 

 

 

 

 

 

'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산의 ‘산막이옛길’을 걷다  (0) 2014.10.23
직장 OB들과 가을에 가본 서울 안산  (0) 2014.10.18
뒷동산의 가뭄이 걱정이다  (0) 2014.07.15
수리산 임도(林道)를 걷다  (0) 2014.06.30
봄에 가본 서울 안산  (0) 2014.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