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날씨가 많이도 덥다. 그런데다가 언제 비가 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가뭄이 극심하다. 원래는 지난 달 중·하순부터 시작되는 장마가 지금쯤이면 끝나야 할 시기인데도 지금까지 비다운 비는 한 번도 오지 않고 이렇게 푹푹 찌는 더위만 계속되니 큰일이다.
오늘도 날씨가 꽤 더워서 더위도 피하고, 한동안 운동도 못해서 운동도 할 겸 한참 만에 뒷동산을 올라갔다. 나가 보니 햇볕은 별로 없는데도 연무가 있어서인지 숨이 콱콱 막힐 정도로 강한 열기를 느낀다. 산으로 접어들어 정수장 옆으로 나있는 언덕배기에는 오래도록 비가 내리지 않아서 고운 흙먼지가 쌓여 있다가 발짝을 뗄 때마다 풀풀 날려서 바짓가랑이를 더럽히고, 호흡하는데도 지장을 줄 정도이다. 지난번에 올라갈 때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불과 10여일 만에 올라오니 등산로 환경이 많이 변했다. 더구나 길옆으로 서있는 나뭇잎에는 하얀 진딧물이 다닥다닥 붙어서 징그럽기까지 한데 과연 그런 해충들이 나무 건강에 좋을 리가 없을 것 같다. 산 중간부분까지는 백색의 진딧물이 그렇게 나무를 괴롭히고 있고, 비봉산 정상부분에는 바위틈에 있는 소나무들이 마르기 시작했다. 빠른 시간 내에 비가 내려서 나뭇잎에 붙어 있는 해충들도 씻겨 보내야하고, 메마른 대지를 적셔줘야지 식물들도 생명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정상에 올랐다가 유원지 쪽으로 내려가니 유원지 계곡물이 완전히 말랐다. 며칠 전에 갔을 때만해도 계곡물이 자작자작하게 흐르고 있었는데 오늘은 아예 그 물마저 말라 버리고, 돌바닥만 보인다. 원래 이맘때면 징검다리 위로 물이 넘쳐서 신발을 벗고 건너야 했다. 정말로 엄청난 가뭄이 아닌가. 내 생전에 안양유원지의 계곡물이 마른 것은 일찍이 본적이 없다.
비봉산을 올라올 때부터 진딧물들의 창궐한 모습, 정상에서 소나무들의 고사, 유원지 계곡물의 고갈 등 가뭄으로 인한 안 좋은 모습만 보고 오다가 물 없는 도랑을 건너 유원지 길로 올라서자 어디서 왔는지 많은 유치원생들이 재롱을 떠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애들을 보니 유원지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까지 오면서 좋지 않고 짜증스러웠던 마음이 다 풀렸다. 오늘 유원지를 오고 싶었던 것이 저 꼬마들을 보려고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왔나보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오늘도 나에게 행운이 따라준 하루였다. 고맙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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