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느지감치 먹고 마누라와 같이 집을 나섰다. 1호선 전철을 타고 가다가 종로삼가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20분 정도 가서 내린 역이 홍제역이었다. 4번 출구를 빠져나와 얼마 걷지 않아 앞으로는 백련산이 보이고 홍제천이 나왔다.
우리는 개천길을 따라 안산 쪽으로 천천히 걷다 보니 시원스럽게 산에서 떨어지는 여러 갈래의 폭포수가 눈에 띠였다. 그 옆으로는 물레방아도 돌고 있고, 그 뒤쪽의 야산에는 온통 흰 벚꽃들이 여기저기서 우리를 불러대며 반겨 주었다. 징검다리를 건너 물방앗간을 지나 안산으로 올라가는 언덕 빼기를 올라서니 둥근 모양의 곱게 핀 튜율립이 안산에 온 것을 환영했다. 도심에서 이렇게 산이 있고, 꽃이 있어 꽃길을 걷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올 봄은 서울 안산에 와서 마누라와 같이 서울 사람들 중에서도 축복 받은 사람만이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행복해 하고 있는 것이다.
안산자락길로 접어들자 양쪽으로 벚꽃들이 우리를 향해 도열하고 있다가 우리가 지나가자 환하게 웃어준다. 올해는 계절이 빨라 꽃이 다지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벚꽃은 아직도 한창이었다. 지난겨울에 여길 와서 눈길을 걸을 때 꼭 봄에 와서 벚꽃이 활짝 핀 안산자락길을 걸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이렇게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안산방죽을 지나 너와집쉼터를 거쳐 가파르기는 하지만 안천약수터에서 봉화대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산 아래쪽에는 진달래꽃이 지고 안 보였는데 안산 위쪽으로는 진달래꽃이 가끔 보이기도 했다. 정상에 올라서자 봉화대가 정상 가운데 자리 잡고 있고, 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백련산이, 앞으로는 인왕산이 지척에 있다. 다시 오른 쪽 옆으로 머리를 돌려보니 붉은 색깔의 서대문형무소가 까마득 내려다 보였다.
내려올 때는 연대쪽을 보고 내려오니 무악정이 나오고, 거기서 20분 가까이 홍제천 쪽으로 내려오면 약 7km의 안산자락길로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남서쪽으로 걷다 보면 늘씬하게 자란 메타쉐케어 숲길이 나오는데 아직 잎이 나오지 않았지만 새잎이 나와 푸른 숲이 되면 이 길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명품길이 아닐까 싶다. 이 메타쉐케어 숲길을 얼마 걷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북까페쉼터가 나왔다. 그 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연대 뒤쪽으로 내려오니 굵은 소나무밭이 나오고 솔밭을 지나자 바로 연대가 나오면서 안산길은 끝이 나게 된다.
오늘 안산길은 지난겨울 눈이 쌓였을 때 백련산, 안산 길을 걷다가 봄에 오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와 보았는데 참, 잘 온 것 같다, 저녁에 모임이 없었으면 여유 있게 여기저기 좋은 길을 더 걷고 왔을 텐데 마포에서 모임이 있어서 아쉽게도 그렇지를 못했다. 그래도 이 봄이 다가기 전에 서울 안산에 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고, 사시사철 찾아도 싫지 않을 것 같다.
오늘도 이렇게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게 해준 서울 안산과 나의 마누라 그리고 모임에서 만났던 여러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삿말을 남기어 본다. "고맙소, 여러분~~"
**저녁 모임에서 만난 이창훈탤런트와 함께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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