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청계산 매봉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4. 8. 17. 16:03

 

 

요즘 들어 날씨가 별로 안 좋았다. 황사가 낀 것 마냥 희뿌연 연무로 덮여 있지 않으면 비가 오락가락하다가 많이도 오지 않고 그쳐도 등산을 갈 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도 며칠 전에는 옷을 갈아입고 나서면 비가 내려서 되돌아오고를 몇 번했는데 오늘은 그런대로 날씨가 들어서 집을 나서 봤다.

 

집을 나서서 보니 마땅히 꼭 갈만한 곳이 없었다. 무턱대고 집을 나오긴 했는데 어디로 머리를 들고 가는 것이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해 1월에 눈이 많이 쌓였던 청계산 둘레길을 걸은 것이 생각나서 그리로 가는 버스를 탔다.

 

작년에 그 길을 걷기 시작한 곳은 원터마을에 있는 하우현성당부터 걷기 시작하여 청계골고개와 청계계곡을 지나 무재봉 고개를 넘었는데, 이번에는 청계사 들어가는 입구부터 걷기 시작하여 무재봉고개를 넘어 사기막골로 내려가서 민가와 논밭이 있는 농로를 따라 걸었다. 도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도 밭에는 빨갛게 익은 고추가 보이고, 벌써 참깨를 쪄서 말리기 위해 세워놓은 모습도 보였다. 또한 싱싱하게 자란 고구마 덩굴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시골의 정취와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마을을 지나 야트막한 산길로 접어들어 얼마 걷지 않아 갈림길이 나왔는데 왼쪽은 도원농원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문원동 체육공원으로 내려가게 된다. 여기가 모탯고개 사거리이다. 시간이 12시 반밖에 안 되었으니 마을로 내려가서 점심을 먹기도 그래서 우회전하여 매봉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매봉으로 올라가려면 무재봉 고개에서 올라갔으면 손쉽게 올라갈 수도 있었으나 마을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려니 쉽지는 않았다. 4거리 갈림길에서 5,6약수터를 지나 수박골갈림길을 거쳐 매봉정상까지는 4-50분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청계산 매봉은 두 곳이 있다. 과천 문원동에 있는 매봉은 높이가 369.3m이고, 서초동이나 성남 원터골에서 올라오다 보면 582.5m의 매봉이 있다. 나는 과천에서 올라오다 있는 매봉을 얘기하는 것이다.

 

정상에 올라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잠시 과천시내라도 내려다보려면 순서를 좀 기다렸다봐야 할 정도로 붐볐다. 가까이로는 과천시 문원동이 있고, 그 옆으로 눈을 돌려보면 과천대공원이 널따랗게 자리를 잡은 모습이 보인다. 멀지않은 과천시내 뒤로는 관악산의 위용을 한눈에 볼 수가 있다. 잠시 쉬면서 과일 한쪽을 먹고서는 과천대공원 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매봉2약수터와 1약수터가 나왔다. 내려오는 길은 경사도 가파르고 계단도 꽤 있었다. 대공원역까지는 한 시간 넘게 걸어 내려온 듯 했다.

 

오늘은 가볍게 수풀길이나 걷고 오려고 했는데 어떡하다보니 의왕과 과천을 넘나들며 산과 들을 걸었다. 날씨가 그런대로 좋아서 걷는 내내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고마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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