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하남의 검단산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4. 8. 28. 13:13

 

 

 

 

  
 

오늘은 그동안 안 좋았던 날씨가 모처럼만에 개이고 간간히 햇빛도 보였다. 구름은 끼었어도 연무가 없고 공기가 맑아서 나들이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마음만 먹고 가보지 못하던 하남에 있는 검단산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일찍 갔다 올 욕심으로 8시 반 전에 집을 나섰는데 하남까지 가는 시간이 있는데다가 검단산을 간다고 하니까 초행길이라고 하남에 사는 처남내외가 안내를 한다고 하여 같이 산행을 하였다.

 

우리는 등산코스로 베트남참전기념탑유길준묘전망바위정상곱돌약수터호국사현충탑에니메이션고등학교를 경유하는 약 8km 코스를 택해서 걷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평일인데도 삼삼오오 모여서 널따란 등산로를 따라 걷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과 같이 나무로 뒤덮인 그늘 숲길을 따라 기분 좋게 걷기 시작했다. 완만한 등산로는 얼마 걷지 않아 끝나고 가파른 산길이 이어졌다. 길바닥에는 언제 그렇게 세월이 갔는지 벌써 밤송이가 떨어져 알밤을 줍고 까낸 밤송이가 수북하고, 어제 비가 오고 바람이 분 탓인지 길바닥에는 도토리가 여기저기 빠져 지천이어서 발짝을 뗄 때마다 밟혀 부서졌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와서인지 이마와 등줄기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숨소리는 점점 커지고 턱까지 숨이 차올라올 때쯤 유길준선생유택이 나왔다. 여기서 잠시 가쁜 숨을 돌리고 있는데 먼저 와서 쉬고 있던 등산객 한 분이 생알밤 몇 개를 꺼내주며 햇밤이니 맛보라고 한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밤이지만 올 들어 햇밤 맛을 검단산에 와서 처음 보았다. 이렇게 산에 오는 사람들은 마음씨도 착하고 인심도 넉넉하다.

 

다시 기운을 차리고 20분 가까이 힘겹게 걸어와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어디서 언제 그렇게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왔는지 여기저기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도 거기서 물도 마시고 싸갖던 과일도 먹으면서 한참을 쉬었다가 능선을 따라 나있는 가파른 돌계단 오르막길을 한참동안 헉헉 거리고 올라오니 한강물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가 나왔다. 전망바위는 두 곳이 있는데 첫 번째 나오는 전망대는 한강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는가 하면 두 번째 나오는 전망바위는 도심과 한강을 멀리까지 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다 바라볼 수가 있어서 두 곳 다 전망대로서의 의미가 있었다. 검단산 전망바위에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눈과 마음에 담아놓고 정상을 향하여 길을 재촉했다.

 

2전망바위를 지나고 나면 여태껏 올라왔던 가파른 등산로와는 달리 평이한 능선길로 이어지다가 정상 가까이 가서 계단이 나오지만 좌측으로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있어 편안하게 정상까지 올라갈 수가 있다.

 

정상까지 걸린 시간은 쉬엄쉬엄 올라온 탓인지 2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정상에는 벌써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와서 쉬고 있었다. 동쪽으로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마주치는 양수리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남한산성이 지척에 있고, 북서쪽으로는 하남과 구리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상에 올라와서 산 높이를 보니 657m이다. 수도권에 있는 여러 산을 다녀봤지만 이보다 높은 산은 흔치 않다. 북한산 백운대가 837m이고, 도봉산 자운봉이 740m 다음으로 검단산이 3위에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수도권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 수락산 주봉(637m), 관악산 연주대(629m), 청계산 망경대(618m), 광교산 시루봉(582m), 의왕 백운산(567m), 불암산(508m), 군포 수리산(489m), 삼성산(477m)이 뒤를 잇는다.

 

검단산 정상에서 곱돌약수터로 내려오는 길로 접어들자 아주 가파른 계단이 길게 이어졌다. 이 길은 올라오던 유길준묘등산로보다 더 많은 등산객들로 붐볐다. 한참을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곱돌약수터가 우측에 있고, 비온 끝이어서 약수가 대롱에서 콸콸대고 쏟아져 내렸다. 한 바가지 약수를 받아 마셨더니 간장이 시원하다. 약수터에서 얼마 걷지 않아 쉼터가 나오고 여기저기 쉬는 사람이 보이고 정자에도 쉬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거길 지나면 3-40년 된 낙엽송이 빽빽한 수풀길이 1.4~5km 정도 길게 이어지는데 등산로 우측으로 널찍한 공터에는 밥을 먹는 사람도 있고, 간식을 먹는 사람, 편안하게 쉬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모두 다 행복해 보였다. 낙엽송 수풀 길은 호국사 들어가는 입구까지 계속되다가 호국사 입구를 지나면 4-50년 된 소나무들이 가득한 솔밭 길로 바뀐다.

 

호국사는 등산로에서 우측으로 5분 남짓 걸어올라 가면 절이라기보다 민가처럼 보이는 건물이 나오는데 타이어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 언덕을 올라서면 우측에 작은 약수가 있고 그 위로는 범종과 커다란 북이 보인다. 종과 북을 보고 절이라는 것을 짐작할 만큼 건물은 작고 허름한 일반 건축물이다.

 

곱돌약수터에서 내려와 낙엽송 수풀 길은 돌밭 길이었다면 호국사를 지나서 우측에 현충탑을 보고 걷는 길은 소나무가 가득한 황토흙길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은은한 솔 냄새가 코끝에 닿는다. 황톳길을 기분 좋게 얼마를 걸어 내려오다 보면 등산로를 나무로 마루처럼 길을 꾸며 놓아  편안하게 걸어서 입구까지 갈 수가 있다.

 

검단산은 하남의 동쪽에 있는 산이다. 백제 중엽까지 왕이 이산에 올라와 천신제를 지내기도 하고, 이조 때에는 태종이 산신제와 가물을 때는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던 명산 중에 명산이다. 이렇게 유서 깊은 산을 올라갔다가 와서 기분이 여간 좋은 게 아니다. 특히 이번 산행에 바쁜데도 불구하고 특별히 시간을 내어 동행을 해준 하남의 처남내외께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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