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산에 가자고 하면 한참 전에 추울 때는 추워서 못 간다고 했는데 요즘처럼 날씨가 푹할 때는 핑계거리가 마땅치 않아 점심을 먹고는 따라나섰다.
뒷산이 비봉산인데 집에서 정상까지 갔다 오는데 부지런히 가면은 1시간 15분에서 20분 걸린다. 그렇지만 정상에서 내려오다가 항공무선표시소 쪽으로 다시 올라갔다가 망해암을 걸쳐 내려오면 한 시간이상 더 잡아야 한다.
바깥에 나와 보니 날씨가 확 풀린 게 아니라 아직 한기가 있다. 산을 올라가는데도 몸이 금방 풀릴지를 않았다. 정수장 앞에까지 가서는 바로 산으로 올라가지 않고 준비운동을 해서 경직된 몸을 풀고 발목을 이리저리 돌려서 부드럽게 윤활유를 쳐줬다.
정수장 옆으로 올라가는 계단 길은 짧으면서 아주 가파르다. 거길 올라서면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되고 걷기가 편해진다. 힘들지 않는 길을 5분 남짓 걷다 보면 왼쪽으로 철봉, 수평대, 허리돌리기 등 간단한 운동 시설이 나오고 그 앞으로는 텐트로 만든 배드민트 장이 나온다. 배드민트 장을 막 지나자 지난 번 태풍 때 자빠진 나무들이 여기저기 흉물처럼 누워있다. 나무가 원체 커서 치울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인지 사람만 다니게 하고 길옆 가장자리에 방치해 놓았다. 여름 같으면 이만큼에서 한숨 돌리고 가는 데가 여기다.
올라가는 사람을 위하여 편안하게 쉬라고 통나무 반을 쪼갠 긴 의자가 있다.
힘은 들지만 마누라가 쉴 내색을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여름 같으면 땀이 나기 때문에 땀도 닦을 겸 당연히 쉬었다가지만 오늘은 그렇지를 않았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누가 쌓았는지 잔잔한 돌로 쌓은 돌탑이 있다. 돌탑을 지나 2-300m 올라가면 대림대학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연결이 되는 흙길이 나온다. 그 길은 차 한대 다닐 정도로 비봉산 8부 능선까지 나있다. 이 길이 바로 비봉산 마실길이다. 전에부터 길이 있던 것을 정상에 부대가 생기면서 확장해서 부대 부식차가 다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계속 같이 가도 되지만 가로질러 산길로 다시 올라갔다. 거기서부터는 산길이 여태까지 올라온 산길보다 더 가팔라서 숨소리가 커진다. 이 앞길은 아카시아 아름드리가 많은 산길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참나무가 주종이고 간간이 소나무가 보일 정도다. 참나무 사이로 간신히 한사람 정도가 다닐 수 있는 길이다. 이런 길을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경사가 심하기도 하고 덜하기도 하다가 경사가 심한 곳이 나온다. 거기부터는 수종이 소나무로 바뀌고 정상까지 계속 이어진다.
정상에 올라서면 올라가는 쪽에서 볼 때 안양시내가 한 눈에 멀리까지 확 들어온다. 반대로는 안양예술공원 골짜기가 내려다보이고, 위로는 삼성산과 관악산이 바로 눈앞에 있다. 여기서 우리는 가지고 간 음료를 한잔씩 나눠 마셨다.
다시 우리는 경사가 심한 울퉁불퉁한 바위 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니 우측은 예술공원 가는 길이고, 왼 쪽은 대림대쪽으로 내려가는 사잇길이 나왔다. 직진하면 항공무선표시소 가는 길인데 경사가 가팔라진다. 가파른 길을 올라서면 큼직하고 널찍한 바위가 우리를 맞이한다. 그 바위를 밟고 올라서면 소나무 향기가 잔잔하게 코끝으로 스며드는 솔밭 길을 걷게 된다. 솔밭 길은 얼마 안가 항공무선표시소 올라가는 포장도로를 만나고 곧 항공무선표시소가 나온다.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우측으로 안양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망해암 석양전망대가 있다. 아직 해가 넘어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되기에 서둘러 내려오다가 포장도로를 따라 가지 않고, 흙길을 만나 흙길로 접어들었다.
그 길로 접어드니 걷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뜨였다. 아직 날씨가 쌀쌀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운동 삼아 걷는 것이다. 산에 올라가면서 내려오면서 봄이 오는 소리도 듣고, 눈으로 보려고 했더니 아직 산에서 보고 듣기는 이른가 보다. 그래도 오랜만에 집을 나와 저만큼 오는 봄을 마중하러 뒷동산엘 간걸로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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