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망년회 관계로 연일 술을 많이 마시다 보니 오늘 산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다가 어제 늦게 신청을 해서 초등학교 교장을 한 친구와 같이 삼성산 산행에 참석을 했다. 올라갈 때 아이젠을 하지 않고 가다가 한 번 자빠졌지만 눈 위에 넘어져 다치지는 않았다.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되겠지만, 눈이 쌓인 삼막사를 지나 서울대 쪽으로 내려오면서 길이 많이 미끄러워 그냥 내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젠을 내가 한쪽을 차고, 그 친구가 남은 다른 한 쪽을 차고 내려왔는데 그 덕분에 넘어지지 않고 잘 내려왔다.
삼막사, 염불암, 삼성산, 연주암은 우리 동네이다. 집에서 나와 뒷산을 따라 걸으면 안양예술공원 끝인 서울대 임업시험장이 나오고 염불암을 걸쳐 삼막사까지 가는데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끝까지 완주는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꼭 한 두 번은 이 주위의 길을 걷는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우리 동네 가까이서 하는 산행이나 도보 행사는 참석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때로는 그것도 잘 안 될 때가 있다. 산행이든 도보든 자주 만나야 서먹서먹하지 않은데, 얼마를 지나서 만나면 처음처럼 눈으로만 인사를 하든지, 목례만 하게 된다. 악수하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도 나는 처음 만난 사람한테도 여건만 되면 악수를 하는 편이다. 자주 만나서 얼굴을 익히는 것도 필요하지만, 도보가 끝나고 시간이 되어 소주라도 한잔 나누면 그런대로 어느새 좋은 친구가 되어 버린다. 오늘 삼성산을 같이 간 친구 중에서 북한산 둘레길 걸을 때 만났던 친구도 있고, 광주 무등산 옛길 걸을 때 만났던 친구도 거기 있었으니 ‘인도행’은 아무 때 나가도 이렇게 만나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
내일은 남해 바래길을 걸어야 한다. 그것도 뜸을 많이 들이다 어제 저녁에 집에 와서 삼성산 가는 산행 신청을 하고, 그리고 남해 바래길 도보를 신청했다. 첫날이 14km, 둘째 날은 16km를 걸어야 한다. 요즘은 일반 평범한 길을 걷는 것 보다는 임도(林道)를 많이 걷는 편이다. 거길 걸어보면 올라갈 때만 힘들고, 계속해서 산 중간, 아니면 7-8부 능선을 따라 걷기 때문에 우선 걷는 것이 편안하다. 그리고 조금 늦을 때는 산길에서 빨리 걸으면 다리가 짧은 사람은 반은 뛰어야 하지만 다들 잘 따라온다. 원래는 23-4km를 걷기로 예정되었는데 중간에 길을 잃고 헤매다 보면 30km 가까이를 걸을 때도 있다. 그래도 산길이어서 체력소모가 일반 도로보다 적게 되는지 숲길이 덜 지친다. 인도행님들은 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뒤를 따라 걸어보면 힘도 별로 들이지 않고, 편안한 모습으로 다들 잘 걷는다. 그게 바로 평범한 사람하고 차이가 아닐까 싶다.
아주 한 참전에 가을이라는 계절은 사람을 어디론가 떠나 보내려고 안달하는 것같다고 누군가에게 얘기를 했는데 언제 가을이 가고, 초겨울을 지나 겨울의 한복판에 와 있다는 걸 오늘 삼성산을 넘으면서 수복이 쌓인 눈을 보고 알게 되었다. 불혹에 느끼는 세월, 지천명을 맞아 느끼는 세월, 이순이 되고, 고희가 되어 맞는 세월, 세월이 갈수록 점점 빨라지니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가고 싶은데, 그리고, 보고 싶은 거, 또 하고 싶은 거 다 해봐야 된다고 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누구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되도록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은 해야 되지 않겠는가? 나는 사후 세계는 잘 모른다. 먼저 번에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정릉에 4.19 기념탑을 산에서 내려다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저기에 계신 나보다 인생을 앞서 간 선배들, 나이가 적더라도 나보다 먼저 생을 마감하면 선배가 아닐까? 산 자는 죽은 자한테 큰절까지 하며 예를 갖춘다. 왜냐하면 나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죽을 때는 순서가 없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하면 인생에 있어서 사람이 죽고 사는 것보다 더 절실하고 중요한 건 없다고 본다. 그러니 그것도 말이 되는 것 같다.
오늘, 회원들과 관악역 2번 출구에서 만나서 삼성초등학교 조금 지나 바로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로 올라왔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나를 두고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유원지로, 경인교대로 해서 관악산, 삼성산을 많이 올랐어도 그 길이 있는지도 몰랐다. 오르막을 10여분 올라가서 능선을 타고 얼마 가지 않아 가는 길 옆으로 많은 산소들이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서는 산이 높든 낮든 간에 체조라도 해서 몸을 풀고 가는 것이 산을 오르는 자의 최소한의 예의이고,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여럿이 모여 몸을 풀 장소를 찾던 중에 마침 그만한 장소가 없었는지 거기서 우리는 메고 있던 배낭을 땅에 내려놓고, 몸을 풀기 위해 몸을 비틀고 돌리며 체조를 했다. 땅에 놓았던 가방을 다시 메며 그곳에 누워계신 앞서간 인생선배님들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몰랐던 그 길을 가르쳐 주신 산까치대장님께 정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나보다는 연배이신데도 올라가는 길을 숨도 가쁘지 않고, 사뿐사뿐 걸으시는 걸 보고 놀래고, 삼막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장작을 쌓아 놓은 데 가서는 몸소 장작도 패면서 근력을 과시하는 것도 멋졌다. 거기서 왼쪽으로 계단을 따라 10여분 올라가니 ‘
아름다운 길, 모르는 길을 걷게 해주신 산까치대장님께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와 나와 같이 걸어준 ‘인도행’님들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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