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구산은 충북 증평, 괴산 및 청원군 미원면 등 3개 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증평군에서는 가장 높은 산으로 높이가 657m이다.
중부고속도로 증평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증평시내를 지나 5분 가까이 가다 보면 좌구산제일문이 나오고, 바로 크지 않은 삼기저수지가 오른쪽으로 보인다. 저수지 주변으로는 잘 정비된 산책로가 지나가는 사람을 유혹하고 있다. 저수지 상류에는 생태습지공원이 있고, 조금 더 가다보면 마을이 나오고 미원으로 가는 삼거리 길에서 직진하게 되면 율리휴양촌이 나온다. 거길 지나 조금 가다가 우측 산길로 접어들어 5분 남짓 가면 ‘좌구산휴양림’이 나오고, 관리사무소가 있다.
나는 고향이 이 산 넘어 미원인데도 좌구산휴양림은 초행길이라 관리사무소에 들러 안내자의 도움을 받았다. 산책로, 하이킹로, 물놀이, 숲속체력단련장, 교육체험장, 좌구산정상등산 등 여러 코스가 있었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아 등산을 하기로 했다.
방고개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능선길을 따라 가면 우측으로 곧게 뻗은 잣나무산림욕장이 나오고 좌측으로는 좌구산천문대가 있다. 하늘이 안 보이는 잣나무 밑에는 사람이 편안하게 드러누워 산림욕을 할 수 있도록 의자를 여기저기에 설치해 놓았다. 늦은 봄이나 여름 같으면 짙은 잣나무 향기를 맡으며 누워있으면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로는 완만하다가도 가파르기도 한 연리지길을 따라 걷다보니 제1쉼터가 나오고 2-30분 천천히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걸어서 숨이 찰 때쯤 제2쉼터가 나왔다. 여기서는 의자에 앉아서 음료수도 마시면서 한참을 쉬었다. 가을이 다 간줄 알았는데 우리가 오는 것을 알았던지 그래도 우리 보라고 여기저기 고운 단풍이 남아 있었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봉우리에 올라서서 정상인가 했더니 돌탑봉이었다. 돌탑봉에서 몇 고개를 넘어 뾰족뾰족한 칼바위를 밟고 올라가서야 657m의 좌구산정상이라는 표지목이 있었다.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가까운 곳은 보이지만 먼 곳은 연무 때문에 멀리까지 볼 수 없었다. 방고개에서 시작하여 정상까지는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 듯하다. 내려올 때는 올라간 길로 내려왔는데 1시간 정도 걸려서 왕복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좌구산을 산행하면서 느낀 것은 조용하다는 것이다. 물론 휴일이 아니고 평일인데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너무도 한적했다. 우리 내외 말고는 다 내려올 때쯤 등산객 한명을 만날 정도였다. 그렇지만, 올라가는 내내 끊어졌다 이어지는 7-80년된 소나무 밭은 여느산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고, 더 없는 반가운 친구였다.
오늘(금요일) 산행은 예정에도 없던 산행이었다. 지난 금요일이 아버지기일이라서 제사 지내러 충북 미원에 형님댁으로 가면서 요즘 통 산에도 못가고 운동도 제대로 못해서 하루를 쪼개어 썼는데 아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시 반쯤 형님 집에 도착하여 형님내외와 같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제사음식을 준비하여 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형님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오니 길지 않은 늦가을의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다. 모처럼 하루를 유용하게 보내서 이번에 아버지 제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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