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수락산에서 불암산까지 다녀오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3. 5. 3. 01:41

 

 

 

집을 나설 때가 정오가 다 되어서다. 산에 가서 먹으라고 마누라가 큼직한 찐 고구마 두 개를 싸주었고, 집 앞 김밥집에서 늘 김밥 한 줄만 사갖고 갔었는데 오늘은 두 줄을 사서 가방에 넣고 버스를 탔다.

 

오늘은 수락산과 불암산을 갔다 오려고 의정부 장암역까지 왔는데 전철에서 내리니 비가 내린다. 여기까지 왔다가 집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난감하기 짝이 없다. 우의는 준비했지만 선뜻 꺼내어 입기도 그래서 역사 처마 밑에서 20여분을 비만 그칠 때를 기다렸다. 계속 비가 내리면 어쩌겠는가 아쉽지만 되돌아갈 수밖에 더 있겠는가 싶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비였는지 내리던 빗방울이 가늘어지더니 비가 그쳤다.

 

수락산은 서울과 의정부시, 남양주시와 시계(市界)를 이루는 638m의 산이다. 오늘 수락산 등산코스는 장암역에서 출발하여 노강서원, 석림사, 사진촬영소, 기차바위를 거쳐 정상에 올라가는 코스를 택했다. 수락산은 오래 전에 왔었지만 이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 입구부터가 생소했다. 이 산은 바위가 많기 때문에 올라가는 내내 바위위로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소리 내어 흐르는 물소리는 혼자 걷는 나에게 적적함을 덜어주고, 말동무는 아니더라도 귀동무는 해주었다. 그렇게 4-50분 계곡을 따라 산행을 하다가 산 능선 길로 올라서니 물소리는 들리지 않고, 숨을 헐떡거리고 가다가 한숨 돌릴 때 뒤돌아보면 의정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앞으로는 도봉산이, 그 옆으로는 백운대가 보인다. 이렇게 1시간 40분 정도를 올라오니 바위들이 몰려있는 수락산 정상이 나왔다.

 

수락산은 솔직히 편안한 등산코스는 아니다. 올라오면서 바위로 난 길을 걸어야 할 때가 많아서 봄인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데 특히 겨울산행은 너무도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코스는 도솔봉으로 해서 덕릉고개로 내려올 예정이었으나 철탑을 지나 길을 잘 못들어 수암사 옆길로 내려오게 되어 고속도로 밑을 빠져나와 아파트 있는데서 다시 올라가야 했다. 더구나 비가 철탑 지나서부터 계속 장대비가 내리다 보니 오가는 사람도 없고, 이정표도 제대로 된 것이 없어서 삼거리 산길에서 동물통로를 따라 가지 못하고 마을로 내려오게 된 것 같다.

 

불암산은 서울과 남양주시와 시계를 두고 있으며 산 높이가 508m이다. 아파트 뒤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길머리를 잡고 올라갔다. 처음에는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그런대로 속도를 낼 수가 있었는데 올라갈수록 경사가 심하여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불암산 초입에서 오후 5시 정도에 출발했는데 정상까지는 1시간 40분이 걸려서 640분이었다. 정상가기 전 2-30분 남겨놓고는 잠시 그쳤던 비가 세찬 바람과 같이 무섭게 또 내렸다. 그 비를 다 맞고 불암산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는 깔딱고개로 해서 공원관리소를 경유하여 상계역으로 내려왔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서 걷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당초 5시간 정도를 생각했는데 6시간이 넘게 걸렸다. 물론 길을 잘 못 들어 다시 내려왔다가 올라갔다고 해도 지난 1월 중순 경 죽령에서 출발하여 소백산 정상에 올랐다가 비로사 쪽으로 내려와 삼가탐방센타를 지나 주차장까지가 17km가 넘는 산길인데도 5시간 40분 정도였는데 오늘 수락산과 불암산 산행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 듯하다.

 

아무튼 오늘 산행은 하마터면 비로 못 할 뻔 했는데 계획한대로 이렇게 갔다 왔으니 개운하다. 오늘도 좋은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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