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봄인데도 봄 날씨가 춥지 않으면 바람불고, 비 오고 맨날 안 좋았는데 오늘은 모처럼 만에 날씨도 따뜻하고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다.
어제 내 집에서 저녁을 먹고 밤늦게 갔던 작은 아이내외가 우리내외와 같이 내일(일요일) 가까운 산에나 가자고 했어도 지들도 고단한데 빈말이라도 고맙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오전에 전화가 와서 어디서 만나면 좋으냐고 했다. 그래서 의왕에 하우현성당 앞에서 만나 청계산 국사봉으로 가든지 아니면 하오재에서 출발하여 국사봉을 가든지 되도록 짧은 코스를 택해서 가려고 마음먹었다.
집 앞 김밥 집에서 며느리가 좋아한다는 치즈김밥과 참치 김밥을 몇 줄 사갖고 과일 몇 개 챙겨서 집을 나섰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갔고 그 애들은 차를 끌고 왔는데도 우리가 조금 먼저 도착해서 있으니 바로 왔다. 그 애들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가까운 코스로 국사봉을 얘기하고, 좀 더 먼 코스로 이수봉을 얘기하니 이수봉으로 가자고 한다.
다시 차를 타고 청계사 들어오는 입구까지 와서 차를 세우려고 여기저기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머뭇거렸지만 차들이 얼마나 많이 들어찼는지 좀처럼 차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간신히 한 곳을 찾아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나있는 ‘청계산맑은숲공원’길을 따라 같이 걷기 시작했다. 청계산은 며칠 전에도 와 보았기 때문에 이수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대충 알고 있어서 앞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길 안내를 했다.
나야 요즘 수도권에서 이름 있는 산들은 여기저기 가보지 않은 산이 없을 정도로 많이 걸어서 다리 힘을 잔뜩 올려놓았지만, 아이들과 마누라는 다른 운동은 하고 있어도 등산은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반시간 정도는 잘 따라오더니 의왕대간 7-8부 능선 쯤 올라오니 힘이 부쳤는지 쉬었다가 가자고 한다. 사실, 산에 올라가는 근육과 일반적인 운동을 했을 때의 근육과는 차이가 있어서 평소에 다른 운동을 많이 했어도 초보자들은 산에 올라가다 보면 장딴지가 당기고, 숨이 가파서 많이 힘들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능선길을 올라서니 오른쪽으로는 국사봉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가게 되면 이수봉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가 나왔다.
일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걷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과 한 무리가 되어 20여분 걸었는가 했더니 이수봉이라는 커다란 입석이 나왔다. 여기서 동남쪽을 내려다보면 서울 남쪽과 성남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이수봉에서 조금 더 걸어 내려와 양지바르고 따듯한 산기슭에다가 자리를 잡고 싸갖던 음식을 펼쳐서 점심을 먹었다. 우선 막걸리로 목을 축였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산에 오르면서 땀을 흘린 후 마시는 막걸리 맛은 그 어느 맛과도 비교할 수가 없을 만큼 훌륭하다. 그래서 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산에 올 때 특히 하절기에는 꼭 한 병씩을 챙겨오게 된다. 우리가 점심 준비를 해갖고 간다고 했는데 며느리도 이것저것 많은 걸 준비를 하여 산에 올라와서 이렇게 맛있게 많은 양의 식사를 하기는 나의 산행역사(山行歷史)에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마친 후 절고개능선에 있는 망경대와 청계사의 갈림길에서 능선 길을 따라 40분 정도 내려오니 청계사가 나왔다. 청계사를 아이들과 같이 한 바퀴 돌아보고 오늘 산행을 모두 마쳤다.
오늘 산행은 비록 작은 며느리가 제안을 해서 같이 갔지만, 그 어느 산행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는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가족들과 같이 산행을 하며 끈끈한 정을 나눈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도 시부모와 같이 산에 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끝까지 우리와 같이 해준 작은 며느리와 작은 아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또 그런 아들내외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이 든든할 뿐만 아니라 자랑스럽다.
“작은 아들, 작은 며늘아가! 오늘 많이 수고했다. 그리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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