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은 경기도 의왕시, 과천시, 성남시 및 서울 서초구 등 4개시와 시계(市界)를 이루고 있으며, 주봉인 618m의 망경대를 비롯하여 매봉, 석기봉, 청계봉, 이수봉, 국사봉 등 500m 이상의 여러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은 여기를 갔다 오려고 정오가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 인덕원역 2번 출구에서 청계사 가는 ‘10-1’번 마을버스를 타고 청계사 입구까지 가서 버스에서 내려 청계사로 올라가는 포장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었더니 누운 돌에 ‘우담바라 핀 청계사’라는 절 입구가 나왔다.
청계사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들렀었다. 초파일날 아이들과 같이도 왔었고, 또 어머니도 모시고 왔는가 하면 부처님 얼굴에 우담바라가 폈을 때도 직접 와서 보기도 했었다. 이렇게 청계사는 안양에서 가깝기 때문에 바람 쐬러 들르곤 했었다. 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절 마당에는 온통 오색연등이 가득히 매달려 있다.
절을 올라올 때는 오가는 사람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는데 절을 돌아보고 산 능선길로 접어드니 등산객들을 만나볼 수가 없었다. 거의 1시간가량 땀을 흘리고 올라가니 이수봉과 국사봉의 중간지점인 주능선이 나왔다. 여기서 잠시 고민을 했다. 국사봉은 여러 번을 가 보았기 때문에 생략을 하고 바로 왼쪽 능선을 타고 이수봉 쪽으로 가고 싶기도 하고, 또 이왕이면 국사봉을 갔다가 오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 그 쪽에서 오는 등산객을 만나 물어 보았다. 물어보니 시간이 20여분 걸린다고 해서 국사봉으로 발길을 돌렸다. 갔다 오는데 정확하게 45분이 걸렸다. 코스를 잘 못 잡아 약 1시간 가까이를 까먹은 셈이다. 장단점은 다 있다. 의왕에서 판교로 넘어가는 청계산 하오재 고갯길에서 시작하게 되면 시간은 좀 덕을 보지만 청계사를 볼 수가 없는 반면에 청계사 쪽에서 올라가게 되면 시간을 손해 보게 된다.
다시 왔던 길로 와서 이수봉을 올라갔다. 국사봉에서 이수봉까지는 채 30분이 안 걸렸다. 청계사 쪽에서 올라오는 길에는 통 등산객들을 만날 수가 없었는데 주능선길을 걷다 보니 간혹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이수봉에서 500m 내려와 절고개능선에서는 고민을 했다. 벌써 시간이 4시가 넘은데다가 망경봉까지는 1.5km가 남았다고 하니 청계사나 무재봉 고갯길로 내려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여기까지 왔다가 주봉인 망경대를 가지 않으면 언제 또 올지도 모르고 그냥 내려간다면 집에 가서 후회를 할 것 같아서 망경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망경대 가는 길은 군부대가 있어서 다시 한참을 내려갔다가 돌아서 올라와야 했다. 이쪽으로는 길도 험하고,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등산객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서둘러서 부지런히 걸었다. 너무 서둘렀는지 잔잔한 돌에 미끄러져 세게 뒤로 넘어졌는데 왼팔 뒤꿈치와 오른손 손등을 다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행이도 뒷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핸드폰은 괜찮았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걷기 시작해서 바위에 매어놓은 줄을 잡고 힘들게 올라가니 거기가 청계산의 정상인 듯했다. 절고개 능선에서 약 40분 정도 걸렸다. 정상인데도 아무런 표석이 없어서 어림잡아 여기가 청계산 정상이라 생각했다. 바로 뒤에가 군부대시설이 있는 걸 봐서는 망경대가 맞을 것 같았다. 정상에는 바람이 얼마나 강하게 부는지 서있기 조차 힘들 정도여서 바로 하산을 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야 어디로 내려가는 것이 좋을지 물어 보겠는데 사람을 볼 수가 없으니 대충 서울대공원만 보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밑으로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얼마나 꽃이 소담하게 피었는지 한참 동안 구경을 했다.
3-40분을 부지런히 내려오니 대공원 동물원이 나왔다. 이왕이면 여기까지 온 김에 동물구경이나 해야겠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더니 곰, 사자, 호랑이, 여우, 늑대 등 많은 동물들을 볼 수가 있었다. 더 보고 싶어도 오후 7시에 문 닫는다고 해서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을 보니 7시 10분 전이었다. 그러고 보면 5시간 넘게 오늘도 걸은 셈이다. 산에 간 것으로 부족했는지 동물까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걸보면 오늘은 내게 행운이 따라준 하루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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