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강화도에 있는 고려산으로 진달래꽃을 보러 갔다. 고려산은 산 높이가 436m 밖에 안 되지만. 그 언제부터인지 진달래가 산 능선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진달래꽃이 피는 4월 하순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찾고 있다.
요즘에야 진달래꽃으로 더 유명해졌지만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산은 고려의 좋지 않은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려 고종 때 몽골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개성에서 강화도로 천도를 하여 무려 38년이라는 세월을 강화도에서 임시수도로 있으면서 치욕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땅이었는데 그 당시는 ‘오련산’이라고 부르다가 고려 수도가 강화도로 옮긴 후에 오련산의 명칭이 고려로 바뀌어 지금까지 ‘고려산’으로 불리어져 내려온다고 한다.
이 산을 고등학교 친구 내외와 같이 진달래꽃 구경을 하면서 걸었다. 우리가 올라갔던 코스는 백련사, 오련지, 진달래군락지를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전망대, 고천리 고인돌, 낙조대, 적석사로 해서 고비마을로 내려왔다. 꽃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은데다가 도중에 점심 식사도 느긋하게 먹어서인지 모두 5시간 정도가 걸린 듯하다.
주차장에서 백련사 가는 길은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 갔는데 평일이고 오전인데도 축제기간이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말이나 휴일 날은 오르내리는 사람들에 치어서 잘 걷지도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려산이 초행길이라 진달래군락지라고 해도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는데 올라가면서 만발한 진달래꽃을 유심히 살펴보니 겹인데다가 꽃송이가 여느 산에서 보는 것하고는 비교가 안될 만큼 크고 소담스러웠다. 길 따라 능선 따라 가는 곳 어디든 진달래꽃을 쉽게 볼 수 있는데가 고려산이었다. 백년사를 거쳐 가파른 오르막길로 한참을 올라가니 고개마루 평평한 곳에 포장마차가 나왔다. 거기서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흐른 땀을 닦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오련지를 지나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진달래꽃이 점점 멀리 보였다. 불 타오르는 듯한 붉은 진달래군락지는 군데군데 보이기는 해도 가까운 데는 없었다. 산 밑에부터 중간까지는 진달래가 만개했지만 정상 가까이는 꽃이 활짝 피려면 약 1주일 정도는 더 있어야 될 것 같다. 그런데도 정상 헬기착륙장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붐볐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진달래군락지를 지나 낙조봉으로 가다보니 좌측으로 고인돌유적지가 있었다. 여기 고인돌은 큰 돌이 아니라 그리 크지 않은 돌들인데 여기저기 여러 개가 눈에 띄었다. 그곳을 지나 오르막내리막을 몇 번 하면서 산능선을 타고 걸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한참을 걸어 내려왔더니 산 여기저기가 다 발겋다. 이런 진달래 꽃길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서니 바로 서해안을 바라보는 좌불상이 있는 낙조대가 나왔다. 여기서 밑으로 내려다보니 가까이로는 호수가 눈에 들어오고 그리 멀지 않게는 서해바다가 보였다. 좌불상 옆으로 진달래꽃이 만발한 계단을 따라 얼마 걷지 않아 적석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절은 그리 크지 않았고,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아주 조용했다. 여느 절 같으면 사월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수많은 연등이 절 마당을 뒤덮여 있어야 하는데 적벽사는 그 마저도 보이질 않았다.
진달래 꽃길은 적석사에서 내려오는 내내 양쪽 길가로 계속 이어졌다. 산 정상 부근에 진달래군락지에서 볼 수 없었던 진달래꽃을 여기서 이렇게 다 보게 된 것이다. 정상에서 이리로 오지 않고 온 길을 되돌아 백련사 쪽으로 내려갔다면 많이 후회할 뻔 했다.
고려산, 나는 여기를 고양에 사는 친구 덕분에 처음 와 보았지만 수도권에 진달래군락지로서는 이만한 데가 없을 것 같다. 비록 오늘 정상근처의 진달래군락지에서 활짝 피어 있는 진달래꽃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고려산 여기저기에서 그 정도이면 꽃구경 잘 한 거고, 또 친구하고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고려산 능선 길을 같이 걸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고맙네, 친구! 오늘 우리 내외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네. 잘 있다가 또 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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