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며칠 동안 집안에 우환이 있다 보니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더구나 근심걱정거리가 끊어지지 않고 지속되다 보니 이 좋은 봄날에 그냥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오후 1시가 조금 넘어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등산가방만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 보니 마땅히 어디 갈만한데가 없어서 무심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서 한참을 가다 보니 전철역이 보이길래 버스에서 내려서 전철로 바꿔 탔다. 그리고는 얼마쯤을 갔는지 눈을 떠보니 수유역이었다.
수유역에 내려서 마을버스를 탔더니 백운대 올라가는 초입이 종점이었다. 종점에서 도선사 방향으로 조금 걸어 올라가다 보면 북한산둘레길도 나오고, 북한산국립공원이라는 커다란 입석이 나왔다. 포장 길에서 입석 옆으로 나있는 계단을 올라서서 능선 길로 접어드니 여기저기 진달래 꽃이 활짝 웃으며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무튼 고마운 일이 아닌가. 그렇잖아도 잔뜩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렇게 산엘 올라가는 초입부터 진달래가 내 마음을 달래주니 어느새 다 풀려 버려서 아주 홀가분하게 긴 오르막을 편안하게 올라갈 수가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좌측에 도선사가 보이고, 또 한참을 올라가니까 하늘재가 나왔다 거기서 조금 더 내려가니 강북경찰서에서 파견 나온 산악경찰이 있는 인수대피소가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니 백운대피소와 백운암이라는 자그만 절이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가파른 바위능선을 타야 하는데 쇠밧줄로 된 바윗길을 따라 얼마를 올라가니 앞에는 인수봉이 눈 앞에 있고, 바로 836.5m의 백운대 정상이 나왔다. 정상에는 국기가 세찬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정상에 올라서니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어대는지 모자를 눌러 썼는데도 모자가 자꾸 벗겨지려고 했다. 그곳에서는 얼마를 머무르지 않고 서둘러 하산을 했다.
백운대는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정릉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출발해서도 올라와 보았고, 구파발에서도 올라와 보았다. 오늘은 늦은 시간에 출발해서 올라오다 보니 여유있는 산행은 아니었다. 우이동에서 출발할 때 시간을 보니 3시가 조금 넘었는데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다 보면 혹시나 깜깜한 밤이 되지않나 걱정을 해서 부지런히 올라갔는데도 거의 2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보다 쉽게 내려올 줄 알았는데 길이 바위와 돌이 많은데다가 나이가 들어 무릎관절도 조심하다보니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올라가는 시간이나 내려오는 시간이나 거의 비슷하게 걸린 듯 하다.
아무튼 오늘도 이렇게 산에 가서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 보냈으니 이만하면 오늘 하루도 나름대로 잘 보낸 하루가 아니겠는가 싶다. 오전에 병원에를 갈 때만해도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산에 갔다 오니 따분한 하루가 아니고 고마운 하루가 되었고 어느새 이렇게 그 하루가 다 갔다.
요즘에 수면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이제는 책상에서 떨어진 자(尺)처럼 반듯하게 누워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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