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늦가을 오후에 한강유역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1. 31. 08:48

 

 

 

 

 

오늘은 마음나그네님과 같이 한강유역을 탐방했다. 기온이 떨어져 춥다고 했는데 점심 때가 되니 아침보다는 기온이 많이 올랐다. 점심을 같이 먹고 출발할 사람은 한 시간 먼저 만나자고 해 원래보다 조금 일찍 나갔다. 식당에 들어가니 사람들로 북적이고 여느 식당처럼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우리는 미리 예약을 해 놓았기 때문에 열 두세 명이 앉아서 식사를 같이 할 수가 있었다. 음식은 들깨를 주원료로 해서 만든 들깨칼국수, 들깨수제비 등이었는데 오늘 우리가 걷는데 딱 맞는 고열량의 음식이다. 참으로 마음나그네님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맛있게 먹고 열심히 걷자고 생각하고 음식을 시켰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사이 서비스로 막걸리가 나왔다. 이건 다른 식당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마케팅이다. 식사 전에 막걸리로 목을 축인 후 본 음식이 나왔는데 큰 양푼에 담겨진 국수와 수제비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음식의 량도 양이거니와 그릇이 얼마나 큰지 보기에도 푸짐했다. 맛을 보니 고소한 맛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원래 들깨에서 나오는 느끼한 맛이 전혀 없었다.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그건 나뿐만 아니고 다들 그랬을 것이다.

 

점심 식사를 마친 우리는 오목교에서 다른 일행과 합류를 하고, 곧 바로 걷기 시작했다. 샛강을 내려다 보니 억새, 갈대들이 제멋대로 춤을 춘다. 다리를 건너 여의도 초입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니 흙 길에 양쪽으로 벗 나무가 줄을 서서 우리를 맞이했다.

 

계절은 그리 머지 않아 겨울이 오고, 늦가을의 끝자락에 매달려있는 11월의 초인데 이 벗 나무들은 언제 단풍이 들고, 낙엽 되어 떨어질지 아직도 새파란 잎새를 자랑하고 있다. 계절감각을 잊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벗나무가 하늘을 뒤덮은 비포장길을 얼마를 걸었다. 걸으며 좌측을 보면 샛강 옆으로 나무와 풀들이 가을이 깊어가는 걸 알려주었고, 오른 쪽으로는 여의도 높은 빌딩 숲이 도회지 임을 알려주고 있다. , 서울 한 복판에도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이 있구나!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이렇게 가까운 도심 한복판에도 걷기 좋은 길, 아름다운 길이 있는걸 왜 진작 알지 못했던가?

 

우리는 여의도 뚝방길에서 강바닥 쪽으로 가로질러 내려와 샛강을 끼고 한참을 걸었다. 날씨는 걷기에 아주 알맞은 날씨인 것 같다. 빨리 걸을 땐 땀이 약간 났다가 속도를 늦추면 나오던 땀이 바로 멈출 정도다. 때로는 포장된 길을 걷기도 하고, 가다 보면 어느새 흙길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기를 여러 번 반복하니 성산대교가 나오고 다리 밑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다. 우리도 그들과 같은 무리가 되어 한강을 바라보고 앉았다. 바로 앞에는 한강물이 넘실거렸고, 강 건너 멀리에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보이고, 아주 먼 곳으로는 북한산 봉우리가 보였다.

 

우리 일행은 거기서 다시 오던 길로 뉴턴을 해서 갈 때는 한강물을 보며 빨리 걸었다. 그렇게 반 시간 가까이 걸으니 올 때는 보지 못했던 한강 가운데에 있는 분수에서 하늘로 시원하게 긴 물줄기를 뿜어 올린다. 뿜어 올리는 물기둥이 100m는 족히 넘어 보였다. 거길 지나 좀더 걸으니 선유도 들어가는 입구가 나왔다. 입구엔 각양각색의 장미들로 가득하다. 빨강, 노랑, 하양, 분홍 등 예쁜 장미들이 어서 오시라고 손짓한다. 장미밭을 지나 구름다리로 올라서니 강둑에는 강태공들이 때늦은 낚시를 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강태공들 옆으로 나있는 작은 길에는 손잡고 천천히 걷는 연인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안쪽으로 운동장엔 공을 차느라고 사람들이 분주히 뛰어 다닌다.

 

구름다리를 건너 선유도 입구에 다다르자 강바람이 싸늘하다. 버드나무와 미루나무 잎새가 바람에 장단을 맞춘다. 그 곳을 지나서 밑으로 내려오니 환경교실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이곳은 높지 않고 아늑해서 그런지 따뜻했다. 일행 중 많은 사람들이 미끄럼을 타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거길지나 좀더 걸으니 옆으로 곧게 뻗은 대나무들로 가득하다. 여기가 옛날에는 하수종말처리장이었다고 한다. 그걸 크게 손보지 않고 그대로 활용해 풀과 나무를 심어 공원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다니는 길도 폐수처리장의 뚝을 따라 걷다 보니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꼬부라진 길이 많다.

 

대나무와 갈대밭을 지나니 아주 촌에서나 볼 수 있는 하루살이 떼들이 눈앞에서 날라 다닌다. 하루살이가 저렇게 무리 지어 나는걸 본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참으로 진기한 풍경이다. 우리는 키가 큰 갈대 숲을 끼고 옆으로 돌아가니 금연공원이라는 팻말이 보이고, 바로 앞에 넓고 커다란 정자가 나왔다. 그 정자 마루바닥에 빙 둘러앉아 싸온 간식을 먹어가며 각자 자기 소개를 했다. 26명중 대개가 수도권에서 왔지만, 전북 김제에서 오신 분이 계셨고, 충주에서도 오신 분이 계셨다. 그 분들한테는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하고 싶다.

 

인사를 끝낸 우리는 한참을 걸었다. 왼쪽으로는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오른 쪽으로는 샛강이 보인다. 좌우가 전부 갈대와 흰 억새 꽃으로 뒤덮여 있다. 수 백 미터가 다 억새 밭이다. 가운데만 삐죽이 길 하나만 있을 뿐이다. 나도 모르게 절로 정옥님의 숨어 우는 바람소리가 입에서 나온다. 갈대 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 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갈대밭이 끝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불렀다.

 

거길 지나 여의도에서 영등포 로타리로 건너는 다리 밑에서 우리는 휴식을 취했다. 다리 밑에서 쉬는 데 위로 차가 얼마나 많이 굉음을 울리고 지나가는지 역시 도심은 도심인가 보다. 걸었던 길이 너무 좋으니 도회지에 있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던 거 같다. 우리는 다시 대교 밑을 가로질러 발걸음을 뛸 때마다 흙먼지가 풀풀 나는 잡초로 덮인 길을 걸었다. 거길 지나니 한아름이 넘는 굵은 버드나무들로 가득한 숲이 나오고, 군데군데 지난 번 태풍 때 부러진 나무는 잘라서 정리를 해 놓은 모습도 보인다. 그 옆으로 조그맣기도 하고, 조금 더 크기도 한 연못들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개구리가 알을 낳고 올챙이가 되어 또 개구리로 성장하는 개구리 습지이다.

 

여기쯤 오니 해가 서산에 걸쳐 있었다. 서산에 걸친 해를 뒤로 하고 길을 재촉하니 높은 뚝 방 길이 나오고, 뚝 방에는 보라색 나팔꽃으로 뒤덮여 있다. 나팔꽃 언덕을 지나 조금 더 걸으니 여의도에서 대방 역으로 빠지는 다리가 나왔다. 우리는 강 바닥에서 차들이 다니는 길로 올라와 KBS별관 건너 소공원에서 모든 행사를 마쳤다.

 

오늘 이 길을 마음나그네님과 같이 걸으면서 서울 도심 한가운데도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같이 걸으면서 이 길을 알려주신 마음나그네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또 같이 한강을 걸어준 여러 회원께도 고맙다는 인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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