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날은 전북 부안에 가서 변산마실길을 걸었다. 토요일 큰아이 장가를 보내고 바람을 쐬러 마누라와 같이 새만금전시장부터 1코스를 걷기 시작해서 곤충체험관, 변산해수욕장, 송포포구에서 1코스를 마치고, 2코스는 사망마을을 거쳐 고사포해수욕장, 성천포구까지 걸었고, 3코스는 하섬전망대를 시작으로 적벽강, 수성당으로 경유해 후박나무군락지를 지나 격포항까지 약 18km를 걷고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이 많지만, 오늘 걸은 변산마실길은 자동차를 타고 휑하니 지나가기만 했었지 이번처럼 이렇게 걸으면서 여기저기를 세세히 보지 못했다. 그래도 실제로 걸어봐야 ‘변산마실길’ 얘기가 나오더라도 갔다 온 얘기를 자신 있게 하지 않겠는가.
그 길을 걸어보니 내가 걸어 본 길 중에서는 그래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오르막내리막도 적당히 있고, 등허리에 땀이 촉촉이 나다가도 평지를 걸으면 흐른 땀을 식혀준다. 그리고 답답한 산길인가 하면 시원하게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바닷길로 이어지고, 단조롭다 싶으면 굵직굵직한 소나나무 숲길이 나오고, 2-30년 자란 울창한 대나무 숲을 지나가기도 한다. 걷는 길 주변이 잠시도 걷는 사람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맥놓고 걷게끔 내버려 두지 않아서 걷는 내내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다만,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계절이다 보니 걷는 길 여러 곳이 땅이 질퍽거려서 신발에 흙이 달려 붙어 털고 가야 할 만큼 무겁게 달라 붙기도 했다. 이런 것만 조금 보완한다면 계절에 상관없이 걸어도 절대로 후회하지 않고 기분좋게 걸을 수 있는 좋은 길임에는 분명하다.
변산마실길은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이라서 바다와 야산을 넘나들며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걸어보니 아름다운 길이어서 다시 와서 또 걷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여름철이 되기 전에 그 길을 꼭 다시 한 번 걸으려고 한다. 그 때는 내 큰아이 부부, 작은 아이 부부를 데리고 6명이 같이 갈까 한다. 그럼 그 때 다시 보자구나, 변산마실길아~~!
오늘도 고맙고, 기분 좋은 하루였다.
'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달래가 활짝 핀 우리 동네 뒷동산 (0) | 2013.04.12 |
---|---|
심학산 둘레길을 걷다 (0) | 2013.04.04 |
눈 쌓인 청계산둘레길을 걷다 (0) | 2013.02.08 |
봄은 그리 멀지 않았나 보다 (0) | 2013.02.03 |
오늘도 비봉산을 오르다 (0) | 2013.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