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에 집을 나섰다. 안양천을 나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개천 길을 따라 걷는 모습이 보였다. 날씨도 겨울날씨답지 않게 포근하여 나들이하기에는 그만이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걷는 애기엄마도 있고, 또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더러는 눈에 띄기도 했다. 이렇게 그 길을 걷는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어 개천 길을 걷다 보니 개천 둑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버드나무에는 봄의 전령사인 버들강아지가 석양을 받아 눈이 부시도록 빛나고 있었고,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다보니 흐르는 개천 시냇물에는 팔뚝만큼 큰 물고기들과 청둥오리, 백로들이 같이 어울려 놀면서 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실 올 겨울은 너무 추워서 봄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유난히 지난겨울은 눈도 많이 내렸고, 여느 해 겨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춥기도 해서 올 봄은 평년에 비해 많이 늦을 거로 보았는데 계절은 우리들 곁을 어김없이 찾아왔다가 지나가고 또 찾아오고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춥고 지루한 겨울이 빨리 지나갔으면 했는데 역시 이렇게 도심 한가운데도 봄은 오고 있었다.
안양천 길을 걷다가 비봉산 산길로 접어드니 며칠 전만해도 여기저기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눈이 그동안 푹한 날씨에다가 많은 비까지 내려서 다 녹았는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르막길을 가픈 숨을 몰아쉬며 얼마가지 않아 금세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올라가는 산길이 비온 끝이라 질퍽거리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걷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 더구나 비가 와서 연무현상도 전혀 없고, 불어오는 깨끗한 찬 공기가 코끝에 닿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정상에 올라서니 남쪽으로는 군포, 의왕과 수원 북쪽이 보이고, 수리산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넘어가는 석양에 인천 송도까지 보인다. 북쪽 가까이로는 삼성산이 앞에 있고, 오른 쪽으로는 관악산이 있으며, 왼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멀리로는 서울 영등포와 한강이북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맑은 날씨이다. 이런 날씨는 1년에 몇 번 볼 수 없는 날씨인데 오늘은 날씨도 그리 춥지 않은데도 연무가 없어 뒷동산에 올라서도 아주 먼 곳까지 조망할 수가 있었다.
내려오다 보니 작년에 노랗게 피었던 산수유가 벌써 꽃 봉우리가 삐죽이 올라와 있다. 이번에 푹한 날씨가 며칠 이어진데다가 비가 충분히 내려서 봄소식을 산에서 들에서 바쁘게 전하는 것 같다. 반가운 소식이다. 어서 빨리 봄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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