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심학산 둘레길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3. 4. 4. 02:00

 

 

 

오늘은 고양시 일산에 사는 친구내외와 같이 파주시 교하에 있는 심학산 둘레길을 걸었다. 거길 가기 위해 집 앞인 안양E-마트 앞에서 광역버스를 탔더니 대화역까지 가는데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친구가 약속시간 보다 일찍 나오는 바람에 그리 많이는 기다리지 않고 심학산 둘레길 초입으로 이동할 수가 있었다. 심학산은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에 있는 높이가 194m 밖에 안 되는 작은 동산이다. 서울 쪽에서 자유로를 따라 통일동산을 가다 보면 우측에 있으며 그래도 그 근방에서는 심학산이 꽤 높은 산이다.

 

심학산으로 올라가는 길 초입에는 보도블럭으로 포장이 되어 있고, 포장길은 얼마 안가 없어지고 바로 완만한 경사의 흙길이 이어진다. 어제 비온 끝인데도 걷는 길이 질지 않고 말라있어서 걷는데 먼지도 나지 않고 상쾌한 기분으로 걷기 시작했다. 평일인데도 우리뿐만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그 길을 걷고 있었다.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소나무도 간간이 보이지만 대체로 참나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크게 오르막도 아닌데도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걷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서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등줄기가 촉촉하다. 정상을 얼추 다 올라가서 쉬는 사람이 없는 한가한 정자가 나와서 땀도 식힐 겸 차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그 정자에서 심학산 정상까지는 금세 올라갔다.

 

정상에 있는 정자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가장 자리는 다 차지해서 사방을 둘러보려면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서북쪽을 내려다보니 자유로가 보이고 그 뒤편으로 임진강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동쪽으로는 교하읍이, 남쪽으로는 고양시가 멀리까지 다 보였다. 내려올 때는 심학산 6-7부 능선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큰 좌불상이 있는 약천사가 나왔다. 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마당에는 오색으로 곱게 물들인 수많은 연등이 우리를 맞이한다. 건물이 오래 된 절 같지는 않은데 일반 사찰하고 다르다면 대웅전이 작고 초라한데 비해 지장보전(地藏寶殿)은 웅장했다.

 

약천사를 뒤로 하고 심학산 둘레길을 한참을 내려오니 우리가 올라갈 때 갔던 길 초입이 나왔다. 시간적으로는 2시간 남짓 걸은 듯하다.

 

우리는 탄현 성동 쪽으로 올라가서 점심식사를 하기 전에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한 후 자리를영어마을앞으로 옮겨 차 한 잔 마시면서 못 다한 얘기를 마저 나누었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 친구이니 40여년 된 친구이고, 부부끼리 만난 지도 30여년이 흘렀으니 이만하면 오랜 친구가 아닌가. 이 친구가 오래는 살지 않았어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양에 살다가 고양으로 이사를 갔는데 이렇게 좋은 길 같이 걷자고 불러줘서 파주까지 가서 심학산 둘레길을 걸었다. 그 옆으로 차를 타고 지나는 다녔어도 오늘처럼 실제로 산길을 걷지는 못했는데 오늘 그 친구 덕분에 같이 좋은 길 걷고, 기분 좋은 하루 보냈다.

 

내게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축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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