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03년도에 돌아가신 둘째 형님 제사를 지내러 수원으로 갔다. 9년 전에 돌아가실 때만 해도 비도 많이 오고, 또 날씨는 얼마나 더운 지 숨도 제대로 쉬기가 어려웠다. 그 후로 매년 형님 제삿날은 무덥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없었는데 올 해는 그나마 저녁나절에는 비도 그치고, 덥지도 않아서 제사상을 차리는 형수나 조카딸들이 고생을 덜 한 것 같다.
돌아가신 형님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시고, 딸은 둘을 뒀는데 딸들은 다들 시집가서 아이들이 중학교,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나중에 간신히 건진 아들하나는 37살인데도 아직도 장가를 못 가고 있으니 보기가 참으로 딱하다. 며칠 전 셋째 형님 제사를 지내면서도 40이 넘은 당신 아들 장가 좀 보내달라고 통 사정을 했는데 이번에도 또 똑 같은 얘기를 했다. 내년이면 둘째 형수가 70이신데 이제는 몸도 성치 않으시고, 아들내미 걱정까지 하시니 옆에서 보기가 민망하기 그지없다.
수원에서 전철을 타고 안양역에 내리니 버스가 끊기었다. 집까지는 걸어가도 채 20분이 안 걸린다. 천천히 걸어서 다리를 지날 때쯤 돌아가신 형님이 안양 덕천마을에 사실 때, 비산동에서 내 큰 아이 무등태우고 형님 집에 가면서 이 다리를 건너던 생각이 어제일 같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형님이 많이 보고 싶어진다. “형님, 저 세상에서 잘 계시오? 이 세상보다는 살기가 좀 낫던가요? 이 세상에 계실 때 사업하시면서 고생만 쫄쫄 하시다가 가셨는데 거기가 여기보다는 아무래도 마음은 편하시지 않던가요?”
벌써 형님 돌아가신 지가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이렇게 요즘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이 세상에 안 계시는 형님이 많이 보고 싶고, 형님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형님, 당신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한 번만이라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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