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형님 제사를 지내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2. 7. 6. 00:12

 

 

오늘은 8년 전에 돌아가신 형님 제사를 지내러 갔다. 그 형님이 돌아가시는 날도 오늘처럼 비가 많이 왔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엄청나게 비가 내렸다. 그 비를 다 맞고 가서 제사를 지내고 조금 전 집에 와서 아무 때나 찾을 수 있는 내 친구한테 들어와서 괜한 넋두리를 해본다. 그것도 정종 몇 병을 비우고서 말이다.

 

그 형님은 나보다 나이가 다섯 살이 위이신 데도 오래 못 사시고 돌아가셨다. 그래서 여느 형제들 보다 많이 챙기고 있다. 아직도 돌아가신 형님의 큰 아들이 마흔이 넘었는데도 장가를 못가고 있어서 올 해는 형님이 꼭 돌봐주셔서 장가를 가게 해달라고 형님한테 얘기를 했는데 들어주실는지 모르겠다.

 

요즘에 하는 일도 없이 맨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어제는 강남 선릉역 앞에 가서 점심을 먹으면서 소주, 맥주에다 막걸리를 하다 보니 어제도 저녁나절이 넘어서야 집엘 왔다. 오늘도 이렇게 늦게까지 정종을 마셨으니 건강은 타고난 것 같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끔은 자기 건강은 챙겨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만한 사람들은 꼭 자기 부모한테 불효를 하고 먼저 이 세상을 떠난다.

 

삶, 이것 살아보면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 과정은 엄청나게 복잡하고 꼬이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 모든 걸 헤쳐 나가고, 참기도 하고, 속상할 때는 지나가는 길에 있는 돌부리도 차보고, 정 힘들 때는 연못에 가서 돌을 주어 비스듬이 던져보면 물수제비가 처음엔 잘 안되다가도 몇 번 던지면 가볍게 너 댓번 튀겨 물위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나서 집에를 가면은 모든 게 언제 그랬듯이 다 풀린다.

 

 오늘 하루도 고마운 하루였다. 형님 기일이 아니었으면 조카나 조카딸들을 어찌 볼 수가 있겠는가. 요즘은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이런 날이 아니면 쉽게 볼 수가 없다.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데다가 명절 때는 자기 집 차례를 지내러 가다 보니 더 볼 수가 없다. 아버지 제사라고 하니 아들들, 딸들이 죽 와 있는 걸 보니 마음이 흐뭇하고 기분이 좋다. 이래서 자식을 둘라고 하는 가 보다.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