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안양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같이 했다. 아무 때고 불러주면 달려갈 수 있는 오랜 친구이다. 반바지를 입고 나가도 어느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허물이 없다.
그런 친구들과 같이 오늘 점심을 하면서 청하와 맥주를 곁들여 했다. 그래도 오늘은 지난 며칠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선들선들 바람도 불어주고, 시원함을 피부로 느낄 정도로 떨어진 기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요 며칠 전에 뉴스를 보다보니 적도부근에 온도가 섭씨 32-3도인데 우리나라의 기온은 36-7℃를 가리키고 있을 때였다. 나는 언제나 적도가 우리나라보다는 아주 훨씬 더 더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내가 가지고 있던 사고가 틀렸음을 알았다.
올 해는 너무 더웠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엄청 더워서 너나나나 할 것 없이 다들 고생을 했다. 특히 일하고 있는 친구들은 고생을 더 많이 했을 테고, 우리와 같은 백수들은 집에서 고스란히 그 더위를 다 받아들여야 하다 보니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오늘 만난 친구들은 십 수 년 전부터 만났던 친구들이지만 배움을 같이 했던 친구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했기 때문에 뗄 내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여 있었다. 어느 때는 그들 뒤에서 알게 모르게 바람막이 역할도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이 고민하고, 힘들어 할 때 그들과 같이 고민도 하고, 아픔도 같이 나누기도 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이런저런 생각 없이 한 건데도 이렇게 직장을 떠나보니 그때 그 시절에 한 것들이 지금에서야 빛이 나는 것 같다.
이 무더운 여름 날, 이렇게 불러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아무나 느낄 수 없는 나만이 느껴볼 수 있는 작은 행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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