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토요일인데도 많이 바빴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2. 4. 7. 20:45

 

 

 

 

 

 

 

 

오늘도 토요일이라 결혼식이 있어서 안양 평촌에 있는 아크로타워에 가 있는데 청주에 사는 친구가 인천에 결혼식장에 왔다가 내 어머니를 보러 온다고 해서 결혼식장에서 밥먹다말고 부랴부랴 집으로 와서 차끌고 시흥으로 가다보니 거기가 아니고 안산 시외버스 터미널에 있다고 한다. 다시 차를 돌려 터미날로 가서 그 친구를 만나 시흥에 어머니한테 다녀왔다. 그리고는 그 친구와 같이 안양 우리 집으로 와서 지난 설에 시골 갔을 때 가져와 아껴두었던 잘 빗은 농주 슐병을 다 비웠다. 자리를 식탁으로 옮겨 양주 몇 잔 더 하면서 저녁식사를 하고는  조금 전 청주 가는 버스를 태워 보내고 집으로 와서 글 한편을 쓰다 보니 벌써 청주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세월은 참, 좋은 세상이지 않은가.

 

청주에서 올라온 그 친구하고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동문수학했던 친구였고, 또 우리가 한 동네에서 같이 크면서 공부했던 친구 중에 대전대학교 총장을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목소리 한 번 들어보자고 해서 바로 전화를 하여 그 친구 목소리도 들어 봤다. 그 친구는  학교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늘 바쁘기 때문에 연락을 뜸하게 했지만 오늘 전화를 하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만나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자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컨츄리 출신이지만 살아 숨 쉬는 동안은 오늘처럼 이렇게 서로가 아무 때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친구가 아니냐고 하니 그렇다고 한다. 이 두 친구하고는 어렸을 때 한 마을에서 크고 자란 참으로 오랜 친구인데도 세월이 이렇게 많이 가서야 그 두 친구 중 한명만이 우리 집에 왔다. 늘 생각나는 친구이고, 고마운 친구다. 

 

나는 이 친구들뿐만 아니라 그 어느 친구들한테도 여태까지 살면서 절대로 모나지 않고, 또 티내지 않게 둥글둥글하게 살았다고 본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고 그 친구들도 나의 생각과 별로 다를게 없을 것으로 본다.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이렇게 세월이 많이 가고 나이가 들어서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이제는 좀 더 자주 만나야 되지 않겠는가 싶다. 60이 넘으니 세월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지나가는 세월이 눈으로 보일 정도다. 다리에 힘있어 걸어다닐 때 그나마 자주 봐야지. 근력 떨어져서 골방신세 질 때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우리가 한 백년을 사는 것도 아니어서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여유를 부릴 정도가 아니다는 건 우리 또래 사람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세월을 너무 쉽게 잊고 산다.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길게 느껴지는 인생이  어떻게 사는 것이 주어진 삶을 잘 살은 거고 충실히 살은 건지 요즘에 부쩍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되나가나 아무렇게나 인생을 살아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 고향친구가 이 멀리까지 우리 집에 오다보니 그래도 살아 있는 동안은 건강해야 오늘처럼 이것저것 술 한 잔 하면서 친구들과 고향 얘기를 할 것 같아서 잠시 쓸데없는 얘기를 해봤다. 

 

"완기친구, 건강하시게. 그리고 또 봄세. 오늘 정말, 고마웠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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