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초등친구들과 같이 도비도를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2. 3. 25. 02:46

 

 

 

 

 

 

 

 

 

 

 

 

 

어제부터 내리던 비는 오늘 아침까지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오늘은 청주에 초등학교 친구들과 서해안에 있는 도비도를 놀러간다고 해서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를 하여 집을 나섰지만 우산을 쓰기도 그렇고 안 쓰자니 걸어가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비에 젖은 우산을 다시 가방에 집어 넣을 수도 없으니 안개비를 맞으며 버스 타는 데까지 걸었다. 보일 듯 말 듯 내리는 봄비가 얼굴을 간질이는가 싶더니 눈썹에 붙어있던 물기가 그 무게를 감당 할 수가 없었던지 볼 쪽으로 흘러 내렸다. 그래서 가방에 있는 모자를 꺼내 쓰니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서울에서 출발한 우리 일행은 송파에서 같이 만나 부지런히 고속도로를 달려갔는데도 벌써 청주에서 올라온 친구들이 행담도 휴게소에 와 있었다. 서울에서 타고 온 차를 휴게소에 주차해놓고, 청주친구들이 타고 온 버스에 오르니 여기저기서 고향친구들이 손을 내밀며 반갑게 맞아준다. 자주 보는 친구들인데도 늘 반갑고 정겹다. 따지고 보면 5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그 친구들과 같이 했으니 우리가 우정의 깊이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흘러간 세월이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런 허물없고 편한 친구들과 같이 서해안으로 봄나들이를 갔다.

 

가다보니 비는 개였는데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부는지 모자를 쓸 수가 없을 정도다. 황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황사는 보이지 않았다. 도비도에 도착한 시간이 채 정오가 되지 않았는데도 오후 1시 반 배를 타기위해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우선 싱싱한 회안주로 친구들과 소주잔을 나누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꽃을 피웠다. 맨날 만나서 하는 얘기가 고향얘기인데도 싫지 않고 듣기가 좋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이젠 나이가 먹었다는 걸 여기저기서 느낄 수가 있다. 희끗희끗해지고, 드문드문 보이는 머리카락은 감출내야 감춰지지 않는 현실이고, 축 쳐진 어깨에서는 비껴갈 수 없는 세월을 엿볼 수가 있다. 어찌 보면 이런 모습들이 당연한 건데도 쉽게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지 배에 오르자마자 여러 친구들이 선상에서 소주잔을 비웠다. 그리고 얼마를 지나서 선상나이트클럽으로 이동하니 발 디들 틈도 없이 문전성시다.

 

다시 선상으로 올라오니 바람은 세차지만 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배 옆과 뒤에는 수십 마리의 갈매기 떼들이 호위를 해주고 있고, 그리 멀지 않은 육지 쪽으로는 당진 화력발전소가 연기를 품어내고 있다. 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이렇게 도비도는 주위에 아름다운 섬들로 둘러 쌓여있다. 몇 년 전에는 마누라하고 이곳에 와서 쑥을 뜯어가기도 했고, 왜목마을은 아이들과도 왔었고, 회사 직원들하고도 왔던 곳이라 낯설지 않았다. 한 시간 반을 배에 올라 해상구경을 하고 부두에 다시 돌아오니 금방 부둣가는 시끌벅적해졌다.

 

도비도에서 행담도휴게소까지는 한 시간도 채 안 걸렸다. 우리는 청주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서울 친구들은 부지런히 올라와 서울에서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때 이른 봄나들이지만 청주와 재경지역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친구들과 오늘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오늘처럼 모두들 건강하게 잘 있다가 또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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