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은 유난히도 많은 지인들이 세상을 떠났다. 며칠 전에는 고향에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우리 어머니하고는 오랜 세월 한 동네에서 ‘형님, 아우’하며 지내셨던 분이다. 청주로 문상을 갔다 와서 어제 어머니께 들러서 그 말씀을 드렸더니 금방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3년 전 어머니가 고인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어머니를 모시고 청주로 내려가서 뵈었는데 두 분이 한동안 말씀도 못하시고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렇게 올해 9월은 내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그래서 9월은 빨리 갔으면 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오늘도 지인이 모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받고 보니 이런 일이 어떻게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을까. 내 어머니도 연세가 90이 넘으셨으니 괜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안 좋은 일은 겹친다고 한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6년 전 9월은 나에게는 정말 감당할 수없는 슬픔으로 가슴 아파하며 소리죽여 울기도 했던 잊을 내야 잊을 수 없는 그런 안 좋은 기억이 있다. 그것은 내 조카딸이 암 투병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 조카딸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엄마를 여의고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그 때만해도 다들 사는 게 어려워 30리 밖에 떨어져 있는 성당까지 아기를 업고 가서 분유를 얻어다 먹이기도 했고, 분유가 떨어지고 없으면 밥이 끓을 때 밥물을 떠다가 먹이며 그 조카딸을 할머니가 어렵게 키웠다. 중학교 3학년까지는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에서 그렇게 자랐고, 고등학교부터는 아버지가 있는 서울에서 살았다.
그 조카딸은 결혼을 늦게 해서 슬하에 초등학교 다니는 두 딸과 1학년 아들이 있었는데 자기는 병들은 지도 모르고 애들 할아버지 암수술하고 병수발 다 들고 나서 본인이 아파서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시기를 놓친 후였다. 부천 순천향대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찾아 갔는데 한번은 충남 대산에 가서 직접 전복을 잡아다가 전복죽을 끓여 갖고 마누라하고 같이 가니 맛있다고 하며 두어 숟가락 뜨면서 “작은 아버지, 저 좀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하며 내손을 붙잡고 눈물을 철철 흘리던 나의 조카딸, 한참을 지도 울고 나도 울고 그랬다. 그리고 서울 큰 병원으로 옮기기로 한 하루 전날 눈을 감았다.
그 조카딸이 세상을 뜬지가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지금도 그 조카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에 코끝이 찡해 오고 눈물이 핑 돈다.
“보고 싶구나! 나의 조카딸아, 얼마 전 네가 이 세상에 남기고 간 두 딸과 아들을 보니 아주 예쁘고,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더구나.”
♥♥♣♣6년 전 조카딸을 떠나보내고 집에 와서 슬픔에 젖어 써 놓았던 글을 그대로 실어 본다.
사랑하는 조카딸을 떠나보내며
오늘은 너를 보내기 싫어도 떠나보내야 했다
온통 가슴이 찢기고 절여오는 아픔을 견디다 못해
나도 울고, 효은이도 울고, 꼭지도 울고, 용이도 울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너를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다소 남아서
마음 적으로 이렇게 다급하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마음도 몸도 너무도 바빴었구나.
아직 나는 너를 떠나보낼 마음에 준비도 안 되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 가면은 살아 있는 사람
삼촌, 너의 사랑하는 딸 효은이, 꼭지,
그리고 네가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
용이한테 커다란 짐만 안겨준 것은 아니었더냐.
갈 때는 가더라도 그 애들한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는 남겼어야 했다
사랑하는 조카딸아!
네가 세상을 떠난 지 불과 채 이틀도 안 되었건만
네가 그립고, 보고 싶구나.
네가 내 등에 업혀 울다 잠들고
나도 너를 업은 채 너와 같이 잠들기도 했었다
언젠가는 너를 업고 아이들 노는 데를 갔다가
네가 똥오줌을 싸서 내 바지 가랑이까지 흘러 내려와도
그게 싫지 않았다 그랬어도 네 할머니한테 “엄마, 애기가 똥 쌌어.”
그렇게 하며 너를 예뻐했었다
보고픈 나의 조카딸, 영순아! 이런 삼촌을 남겨 놓은 채
네가 어떻게 나보다 먼저 갈 수가 있었더냐.
나는 그렇다 치고 너를 온갖 정성을 다해 키워준 할머니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그렇게 빨리 갈 수는 없었다.
어렸을 때 배곯더니 이 세상을 떠나갈 때까지 배곯고 가는
너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많이 아프다 못해
삼촌 눈에 눈물이 가득 맺히는구나.
나의 조카 딸 순아!
이 세상에서는 이토록 아프고 고단한 삶을 살았어도
저 세상에 가서는 아프지 말고, 편안하기를 바란다.
잘 가거라!
2005.09.05.월요일
조카딸을 떠나보내면서 삼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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