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늘로 내 생일을 좀 앞당겼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5. 29. 02:53

 

 

 

 

 

 

 

 

 

 

 

 

 

 

 

 

 

 

 

 

 

 

 

 

얼마 전에 시집 온 작은 새아기가 내 생일잔치를 차려준다고 하여 저녁나절 분당에 작은 아이 집으로 갔다. 거기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과일, 떡, 케익, 식혜, 커피 등 이것저것 다 챙겨먹고는 다시 안양 우리 집으로 돌아와서 뒤풀이를 하고, 조금 전에 부천 막내 여동생 내외를 보내고 나서 여기다가 글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어떡하다보니 밥을 다 먹을 때쯤 블로그 생각이 나서 며느리가 예쁘고, 맛있게 잘 차린 상을 올리지 못하고 다 먹은 상을 올리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그런데, 내가  밥한끼 잘 얻어 먹으려고 어떻게 생일이라는 얘기를 내 작은 며느리한테 할 수 있겠는가? 큰 아이가 장가를 먼저 간 것도 아니고, 작은 아이가 먼저 장가를 갔는데 그것도 아무리 낮 두꺼운 시아버지라고해도 엊그제 시집 온 새아기한테 그렇게 해서도 안되고, 그렇게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마누라가 네 아빠가 이번에 보통 생일이 아니라고 언질을 줬었는지는 모르지만 집안 식구들 몇몇 사람을 불러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며느리가 고생은 했어도 그렇게 한 것이 잘 했다싶다. 며느리가 없었다면 그런 상을 누가 차려놓고, 우리를 기다린단 말인가? 요즘 같은 세상에 시부모 생일이라고 해도 식당에 가서 밥 한끼 사 먹는걸로 끝나기 쉬운데 어떤 며느리가 집으로 시가족들을 불러서 오늘같이 이것저것 손수 정성들여 반찬을 만들어 따뜻한 밥 해놓고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대견하고 젊은 애들 사고가 아닌 것 같아서 기특하다. 순전히 사랑하는 내 작은 며느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밥상이어서 아주 흐뭇했다..

 

그래서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하루였다. 가족은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끝없이 베풀면서도 바라지 않은 것이 가족이고, 무한한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도 가족이다.  또 아무리 잘못을 하더라도 쉽게 용서하고 관용을 베풀 수 있는 것도 그게 가족이기 때문에 쉽게 통과가 된다. 그러나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아무리 자식이지만 새 식구가 들어오면 한 치 건너 두 치라고 속을 썩이는 부모들이 많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허물을  덮으려고 부모는 애를 쓰지만 자식들은 그런 걸 잘 모른다. 자식들을 위해 속이 문들어져도 그렇게 참고 사는 부모들을  주위에서  더러는 보기도 하고 남들을 통하여 듣기도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살아 숨 쉬는 동안은 내 작은 아이와 작은 며느리를 아끼며 사랑해주려고 한다. 그런데도 잘 못하는 일이 있으면 엄히 꾸짖을 것이다. 그건 천륜을 거역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지혜를 주기 위함이다.

 

오늘도 고마운 하루였다. 이렇게 맨 날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누가 불러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아주 행복한 사람이다. 얼마 전에는 전 직장 후배들이 불러줘서 갔고, 이틀 전에는 친구들이 부부동반해서 만났으니 이만하면 인생을 그런대로 잘 사는 거가 아닐까? 글쎄다. 더 인생을 살아봐야 좀 더 깊은 인생의 맛을 느낄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만으로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저녁 잘 먹고 떡 봉송까지 싸주는 후덕하고 넉넉한 아들, 며느리를 생각하며 두서가 없는 얘기를 마친다. 다시 한 번 내 사랑스런 며느리, 그리고 내 작은 아들한테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내 새아가, 작은 아들! 고맙다. 너희들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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