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가을의 한가운데이고 거기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행사도 많고, 모임 또한 많다. 필자도 요즘 가족, 종친, 학교 동창, 직장 OB 등에서 친목모임뿐만 아니라 등산, 골프 운동까지 다양하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목요일도 이천에 가서 공을 치고 밤늦게 귀가를 했는데, 하루 쉬고 오늘은 수십 년 전부터 같은 동종업계에서 근무하였던 친구들이 모임을 만들어 운영되었던 모임이 지금은 다들 정년퇴직을 했는데도 이렇게 아직도 분기마다 만나서 높은 산은 아니고 산 주위의 둘레길이나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걸을만한 길을 찾아 두세 시간 정도 걷고 난 후, 같이 점심 식사를 하면서 반주도 한 잔씩하고 정담을 나누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학교 동창생 모임도 아니고, 더구나 같은 직장을 다녔던 OB도 아닌데 이처럼 오래도록 연결의 끈을 놓지 않고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상하게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쉽게 얘기하면 구성원들이 우선 다 격의가 없고, 서로를 신뢰할 뿐만 아니라 존중하며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30년이 넘게 이 모임이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참, 대단한 모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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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안양역에서 이 친구들을 만나서 안양의 병목안 골짜기에 있는 '최경환 성지'를 다녀온 얘기를 해볼까 한다. 우리는 안양역에서 조금 걸어나가 병목안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병목안 삼거리에서 하차하여 수리산 성지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좌측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고, 비가 온 끝이라 공기도 맑아서 걷기가 좋았다. 거리는 왕복 3.6km이지만, 올라가는데만 40분 정도 걸린 듯하다. 한참을 걸으니 등줄기에 땀이 나는 것을 느낄 때쯤 고가도로가 나오고 그 밑으로 자그마한 성당이 보인다. 같이 간 친구들하고 성당 내부를 둘러보려고 하니 토요일인데도 마침 미사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내부는 지난번에 봤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고 좀 더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 좌측에 나있는 다리로 계곡을 건넜다. 가파른 계단이 나오고 약 200m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최경환 성인의 무덤이 좌측으로 있고, 우측으로는 성모마리아 상이 있다. 이렇게 자기가 믿는 종교를 지키기 위해 185년 전에 하나뿐인 목숨을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내놓은 최경환 성인이 여기에 잠들고 있다는 것을 우리 다 함께 보았다. 물론 그중에는 천주교를 믿는 친구도 몇 명이 있었는데 신자 입장에서는 좀 남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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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잠깐 최경환 성인에 대하여 얘기해보자. 최경환(1805.10.15~1839.9.12) 성인은 충남 청양의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고, 성장하여 결혼 후에는 교우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 쪽으로 이주하였다. 그러나 외교인들의 박해와 탄압으로 지금의 수리산으로 내려와 정착하였고, 여기에서 회장으로 신자와 교우촌을 돌보며 신앙생활에만 전념하였다. 1836년에 큰아들 최양업(토마스)을 모방 신부에게 맡겨 마카오로 유학을 보냈다. 훗날 신부가 된 아들 최양업은 "저의 부친은 자주 묵상하고 신심서적을 대하셨으며 언제나 종교와 신심 외의 것은 말씀하시지 않았으며 아버지의 말씀에는 힘이 있고, 설복시키는 능력이 있어 모든 이에게 천주의 사랑을 심어주셨다."라고 했다. 기해박해(1839.3월~10월)가 다가올 때는 서울 부근 지역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을 때인데 회장으로 의연금을 모아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돌보아 주고 순교자의 시체를 매장하였다. 그러다 1839년 7월 31일 밤 서울에서 내려온 포졸들한테 그 이튿날 끌려가서 태형과 곤장 등을 맞고 그 해 9월 12일 감옥에서 35세 나이로 순교하였다. 지금의 수리산으로 유해 이전은 1929년 6월 18일이고, 1925년 7월 5일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시복 되었고, 1984년 5월 6일 한국천주교회 창설 200주년을 기해 방한한 요한 바오르 2세에 의해 시성 되었다.
우리는 최경환 성지를 둘러보고 올라갔던 길을 따라 병목안 삼거리로 내려와 '수리산 흑염소'식당에서 건강식으로 건강도 지키고,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약우회원들과 토요일 오후의 좋은 시간을 함께 하였다. 오늘도 고마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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