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손자, 희윤이와 희겸이

강일형(본명:신성호) 2020. 12. 13. 15:43

 

어제는 토요일이어서 혹시 손자들이 오려나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아침을 다 먹어가도록 아무 소식이 없길래 마누라한테 아이들 온대?”하고 물어보니 온다는 얘기가 없었다고 한다. 원래 손자들이 온다면 연휴 하루 전인 금요일에 대체로 아들이 연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위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보면 손자들이 어릴 때는 자주 오는데 손자들이 좀 크면 할아버지 집에 어릴 때처럼 덜 오던지 아니면 아예 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는 걸 들었다. 그렇지만 그 얘기는 공통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다 그렇다는 건 믿고 싶지 않았다. 나의 손자들은 우리 집에 제 아빠와 엄마와 같이 왔다가도 제 아빠, 엄마는 돌아가도 손자들이 우리 집에서 자고 간 것이 한두 번이 아니고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가 다 되어서야 아이들이 온다고 연락이 온 모양이다. 그러고도 한참이 지난 뒤에 제 아빠와 어린 손자 둘이 할머니!”라고 부르며 대문을 들어섰다. 자주 보는 손자들인데도 한결같이 반갑다. 큰 손자가 일곱 살이고, 작은 손자가 다섯 살이니 나이는 고만고만하지만 동생이 있어선지 큰 손자는 의젓해서 말하는 거며 행동하는 거며 하나도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밥 먹을 때 보면 반찬이 있건 없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데 비해 작은 손자는 상당히 깨작거리고 징징거리는 걸 봐서는 막내라서 그런지 아직도 행동거지며 말하는 거며 아기 티를 못 벗었다. 그래도 작은 손자는 애교가 많아 언제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즐겁게 한다.

 

 

점심을 먹고는 아이들과 같이 뒷동산인 비봉산에 올랐다가 내려와서 아파트 창문 너머로 해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 오랜만에 보는 석양이다. 손자들과 같이 보는 석양이라 그런지 더 아름다웠다.

 

큰아들은 아이들을 우리 집에 놔둔 채 돌아가고 손자들과 같이 저녁 식사를 일찌감치 마치고, 동생과 같이 그림을 그리던 큰손자가 할아버지, 윷 놀아요.”한다. 윷을 놀다 보면 아직 작은 손자는 윷놀이를 하지는 못하고 심술이 나는지 가끔 와서 할아버지가 윷을 못 던지게 자기 얼굴을 내 얼굴에 빠짝 대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겨서 윷을 놀지 못하게 하기도 하고, 윷가락이 땅에 떨어지면 얼른 한 개를 갖고 도망가기도 한다. 그래서 가까스로 한 판만 윷을 놀고는 할머니가 데리고 들어가 목욕을 시켜서 내보내면 긴 타올로 몸에 물기를 닦아주고 로션을 발라주면서 손자들과 저녁 시간을 함께 보냈다. 할머니가 동화책을 읽어주고 그걸 열심히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손자들이 KBS7 주말연속극 삼광빌라를 방영할 시간이라 내가 티비를 켜서 그걸 보니까 찍소리 없이 장시간 티비를 할아버지와 같이 보고 마치 어른들처럼 몰입하는 걸 느꼈다.

 

연속극을 1, 2부를 다 끝내고 방에 들어가서 자지 않고 할머니의 동화책 읽는 소리가 한참을 이어지는가 싶더니 조용해졌다.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내가 눈을 뜨고 싶어서 눈을 뜬 것이 아니라 손자들이 할아버지, ”라고 부르면서 내 방으로 쳐들어와서 자는 침대로 올라와 내가 미처 일어나기 전에 안긴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깨워놓고 거실로 나가더니 큰 손자가 티비를 켜서 넷플릭스로 찾아 들어가 만화영화도라에몽을 보기 시작했다. 그 만화는 다른 만화처럼 짧지 않고 길게 이어져서 다 보고 아침 식사를 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중간에 멈추어 놓고는 아침을 먼저 먹고 그 만화를 마저 보게 하였다. 아이들이 만화영화를 보는 시간에 창밖을 내다보니 제법 많은 눈이 내려서 산에도 다소 쌓였고, 인적이 드문 길 위로 흰 눈이 보인다. 올해 들어서는 처음 보는 눈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로 올 한해가 많이 어려웠던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겪는 고통인데도 유독 우리에게만 그런 아픔과 시련을 주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요즘이 시기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시기이다. 왜냐하면코로나19’하루 발병 확진자수가 일요일인데도 천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보고 이제 올 것이 왔구나!”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옛날부터 첫눈이 오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는데 불청객인 코로나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다소나마 나의 손자 희윤이와 희겸이하고 주말을 같이 보내면서 달랠 수가 있었다.

 

나의 손자! 희겸이, 희윤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