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풀 이야기

안양 비봉산의 팥배나무 이야기

강일형(본명:신성호) 2020. 11. 27. 15:14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 19'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진작 계획되었던 봄 여행도 가을로 연기했다가 아예 취소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잘 맞지 않고 불편하게 보냈던 한 해였다. 그런데도 코로나 탓만 하지 않고 무언가 찾아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고희(古稀)의 나이에 나무에 관한 공부를 하여 산림을 관리하는 기사 국가자격증을 그저께 우편을 통하여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무 얘기를 하기 전에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부터 얘기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기사시험을 봐야 하는데 1차시험은 객관식이고 1차에 합격을 하면 2차 시험을 보게 되는데 주관식 시험과 실기시험을 별도로 날짜를 잡아 보게 된다. 실기시험 중의 하나로 '하층식생'이라고 하여 나무를 식별하는 문제가 나온다. 점수 비율은 낮지만 나무이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1,2점으로도 떨어질 수가 있어서 수목명을 인식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실기시험은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강릉이고, 자리가 없으면 진안, 청송 또는 양산까지 가야 해서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든다. 이런 이유로 산과 들에서 나무를 보면 잎과 줄기뿐만 아니라 꽃과 열매도 눈여겨 관찰하고 이해가 안 되는 나무는 사진을 찍어서 자료를 찾아 확인하기도 하였다.

 

중학교까지 어린 시절을 충북 미원의 농촌에서 보낸 필자에게는 도회지에서 자란 사람들보다는 나무에 대한 지식이 더 많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모르는 나무가 너무 많았다. 분당에서 살다가 2003년도 말에 안양으로 이사와 지금까지 비봉산을 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십수년을 오래도록 많이 다녔는데도 전에 눈에 띄지 않던 나무들이 하나둘씩 시야에 들어왔다. 즉 쪽동백나무, 때죽나무, 누리장나무, 노린재나무, 국수나무, 모감주나무, 산딸나무 및 팥배나무이다. 특히 팥배나무는 줄기와 잎이 두메오리나무와 흡사하여 열매가 달리기 전까지는 오리나무로 알고 있다가 열매가 달려서 익어가는 과정을 보고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곳의 자료를 찾아보고 이 나무가 팥배나무라는 것을 알았다.

 

팥배나무(Sorbus alnifolia:물앵두나무)는 장미과 마가목속의 15-20m 정도 자라는 큰 키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자생하고 있고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도 자란다. 팥배나무 꽃은 배꽃처럼 희게 피고 군데군데 몰려있어 탐스럽게 보인다. 열매는 팥알처럼 갸름한 데다가 익을 때 붉게 변하여 마치 붉은 팥알과 비슷하여 팥알의 팥과 배꽃의 배와 합처져 합성어로 팥배나무가 되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다. 팥배나무는 중국에서 감당(甘棠), 당이(棠梨), 두이(豆梨)라고도 불러지고 있다.

 

안양 비산동 삼성래미안에서 비봉산으로 올라가려면 정수장 옆길로 올라가게 되는데 왼쪽으로 보면 아름드리 팥배나무에 잎은 다 떨어지고 높은 꼭대기 쪽으로 열매가 하늘을 덮고 있다. 또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비봉산 정상 쪽으로 10여 분 올라가면 비봉산 마실길과 만난다. 길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려 150m 정도 걸어가면 긴 의자 3개가 나오고 그 의자 뒤쪽을 보면 붉은 팥배나무 열매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팥배나무는 그뿐만 아니라 부대 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부대 얼추 다 가서 오른쪽 산 언덕으로도 있으며, 삼호아파트 쪽으로 내려가게 되면 민가 집 울타리를 열고 무인 야채 판매하는 곳이 나오는데 그 집 백여 미터 덜 가서 우측에 커다란 팥배나무가 있다. 요즘에 바닥을 보면 열매가 많이 떨어져 바닥이 벌겋게 변할 정도다. 이렇게 겨울까지도 붉게 익어 매달려 있는 팥배나무 열매는 산새들에게는 더 없는 좋은 먹잇감이고, 우리 인간들에게는 눈으로 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약용으로 피로 해소, 이뇨작용, 당뇨, 혈당조절 및 위장질환 등에 좋다고 한다. 특히 4-6월에 피는 팥배나무의 흰꽃은 나무 전체를 뒤덮어 관상용으로 보기가 좋고, 가을에 붉게 익는 열매는 촘촘하게 달려 있어 생태공원의 조류 유인 식물로 적합하여 정원수, 공원수, 가로수로 널리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