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초등친구들과 정동진에 가서 부채길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8. 4. 6. 20:56



얼마 전 초등친구들과 정동진을 갔다 와서 요즘에 크게 바쁜 일이 없었는데도 이렇게 뒤늦게 부채길을 걸은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길은 작년 가을에 마누라하고 바람 쐬러 정동진을 갔다가 썬쿠르즈호텔에서 시작하여 심곡항까지 걷고 나서 그래도 최근에 걸어본 길 중에서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서 이번에는 초등친구들 29명과 같이 그 길을 걸었다. 이 초등친구들은 나하고 거의 60년 가까이를 같이한 친구들이다. 친구라는 것을 모르던 시절에 만나서 반백년이 넘게 친구를 했는데도 싫증이 나지 않는걸 보면 마누라 다음으로 인생을 같이한 동반자이고,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쭉 같이 할 사람들이기 때문일 거다.


정동진은 아주 여러 번 갔었다. 카페 동호회원들과 같이 ‘강릉바우길 헌화로’도 걸어보기도 했고, 아이들하고 같이 갔기도 했는가 하면 마누라하고도 몇 번을 가기도 했었다. 그렇게 여러 번을 갔었는데 싫증도 날만 한데 갈 때마다 새롭고, 뒤돌아서면 또 가보고 싶은 데가 정동진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 했겠는가. 나의 초등친구들도 나하고 생각이 거의 같을 것으로 본다.


아름다운 정동진의 부채길을 나의 오랜 초등친구들과 같이 걸을 때 근력이 떨어진 친구들도 더러는 있었지만, 그래도 근력이 이만치 있을 때 오랜 고향 친구들과 이렇게 함께 걸었다는 것을 오래도록 두고두고 얘기할 것이고, 더 나이 먹고 병들어 드러눕게 되어도 기억에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번 여행에서 조금은 아쉬웠다면 부채길을 다 걷고 나서 금진항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묵호항까지 올라가서 늦은 점심을 먹다보니 올라오는 길에 지난겨울 동계올림픽을 했던 평창을 둘러보지 못했다. 친구들한테 공지를 할 때 평창을 들렀다올 것이라고 공지를 했는데 애초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초등친구들과 여행을 갔다 와서 고마웠던 일이 있어서 잠시 얘기를 해본다. 정동진 크루즈호텔에서 부채길을 걸으려면 65세 이상은 무료이지만,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혜택이 없다. 그래서 주민증이 있는 친구들은 입장을 했고, 주민증을 차에다 놔두고 왔거나 없는 친구들 입장표 12매를 끊어서 들어가려고 할 때 한 친구가 주민증이 있다면서 보여주길래 봤더니 50년생이었다. 그럼 한참 지난 65세가 아니던가.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총무로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끊은 표를 물려서 다시 끊어 영수증은 보지 않고 입장을 해서 부채길을 다 걷고나서, 서울에 올라와 저녁식사를 친구들과 하면서 영수증을 보니 12명에서 1명을 뺀 11명 표가 아니고, 오히려 3명을 더 얹어 15명을 끊었다. 참 난감한 일이었다. 총무로서 잘 한다는 것이 이렇게 부질없는 일을 했으니 속이 상했다. 이튿날 일요일인데도 헛일 삼아 입장권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서 전후사정 얘기를 했더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월요일 알아보고 전화를 준다고 하더니 실제로 12,000원을 환불해줬다. 비록 만이천원이지만, 내게는 백이십만원보다 더 값졌다. 어찌 보면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를 해준 강릉시 정동진부채길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승승장구하시길 소망합니다.”


초등친구들과 봄날에 같이 걸은 부채길, 친구들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기를 바라며 건강하게 잘들 있다가 다리에 힘이 남았을 때 자주는 아니더라도 어디든 또 가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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