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만나는 일의 즐거움은 오늘도 이어졌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6. 2. 22. 00:34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과 죽어있다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비록 숨은 쉰다고 해도 죽은 사람처럼 혼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고, 사람 노릇을 하지 못하며 콧줄에 식사를 의존하여 연명하고 있어도 살아있다는 자체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고, 만나러간다는 기다림이 생기면서 그 언제부터인가 즐거움을 주었다. 바쁠 때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오늘처럼 만나는 일의 즐거움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나의 어머니가 병원에 누워 계신지가 벌써 7개월이 다 되었다.

 

눈을 뜨고 머리를 들고 어딘가로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는 것을 꼭 이해타산을 따져서라든가 누가 시켜서 한다면 그건 정말 재미없는 일이고 또 결과도 좋을 리가 없다. 자기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것이어야 즐거움도 생기고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를 느낄 수가 있다.

 

오늘 내가 그랬다. 어쩔 수 없는 일과 바쁘다는 핑계로 이틀을 건너 안양의 메트로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찾았다. 거의 매일 가다시피 가다가 이틀 만에 가서 어머니가 화가 나셨는지 자주 하시던 말씀인 왜 이제 와?” 그 소리도 듣지 못했다가 한참이 되어 나중에서야 넷째 아들... 넷째 아들아,” 그 소리를 들은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와야 했다. 오늘은 한 시간이 넘도록 있었는데도 여느 때보다도 통 말씀도 없으시고 저녁식사를 마친 끝이라 잠이 왔는지 곧바로 잠이 들어서 잡고 있던 손을 놓아도 모를 정도였다. 그런 어머니의 긴 투병이 어머니 당신으로서는 살아있는 삶 자체가 고통이어서 하루라도 자식들을 보지 못하셨을 때의 불안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되도록 자주 어머니를 찾아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이번에는 이틀을 빼먹어야 했다.

 

오늘이 개보름날이다. 개보름은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남들이 모두 잘 먹고 지내는 날에 변변히 먹지도 못하는 신세를 말하기도 하고, 두 번째로는 정월 대보름날에 개한테 음식을 먹이면 그 해 내내 파리가 들끓어 개가 쇠약해진다고 여겨서 개를 묶어 두고 음식을 먹이지 않았던 풍습에서 유래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충청도에서는 정월 대보름 전날을 개보름이라고 한다. 우리가 클 때 개보름날은 어머니가 건강하셨을 때만해도 이것저것 나물을 준비하여 저녁을 같이 먹던 생각이 눈에 선하다. 그런 어머니가 병원에 누워 계신 것을 보고 메트로병원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동편 쪽으로 둥그런 달이 내일이 보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옛날에는 정월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그래서 나도 저 달을 보며 우리 어머니 병 좀 낫게 하여 퇴원하게 해 주소서.”라는 말을 아주 여러 번 하면서 언덕을 내려와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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