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충북 미원의 신가네 병신년 설 쇤 이야기

강일형(본명:신성호) 2016. 2. 11. 11:52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추석과 설이라는 두 번의 대 명절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인 설 명절이 지나갔다. 얼마 전부터 원래 추석과 설 당일을 전후로 하여 3일의 연휴가 주어지는데, 이번 설은 일요일과 겹쳐지게 되어서 하루를 더 쉬게 되어 토요일부터 시작해서 수요일까지 5일간이나 이어졌다.

 

특히 이번 설은 여느 해 명절보다 아주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이번 설 연휴 때처럼 여러 형제와 자매들이 같이 모여 명절 기분을 내면서 윷놀이도 하고 또 화투도 치고 했는데, 큰 형님이 귀향을 한 이후로는 한동안 뜸했었다. 그런데 이번 설에는 어머니가 안양의 메트로요양병원에 계시니까 충북 미원에서 차례를 지내고 큰형님내외와 조카, 부산 막내동생내외와 조카 등 여러 식구가 어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문병을 왔다. 요양병원으로 오신 지가 6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처음 오실 때보다 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지신 것은 분명하지만 노환이어서 병세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

 

우리 집에서 청주 형님과 형수, 부산 막내아우 내외와 조카는 설날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은 부천의 여동생 집으로 이동하여 거기서 안산 누님내외와 시흥 동생 등이 합세를 하였고, 서울과 일산에 사는 조카딸내외가 세배를 와서 많은 식솔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설 연휴를 같이 보냈다.

 

요즘은 다들 사는 것이 바쁘다보니 일부러 찾으면 몰라도 고향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시간적으로나 마음적인 여유에서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낄 기회가 흔치 않다. 그래서 이런 명절이나 돼야 고향을 찾아 변하지 않은 산과 개울을 눈으로 보고, 이리저리 이어지는 논밭 길을 따라 걸어보면서 따뜻하고 포근한 고향의 정취와 냄새를 한껏 맡아 그 속에 푹 빠져보기도 한다. 더구나 그동안 잊고 지내던 조상님에 대한 감사함도 가져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사는 우리 형제, 자매 들이 민족의 대 명절인 설이 있었기에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서 정을 나눌 수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 그런 걸 보면 설은 앞 선 세월을 사셨던 조상님들이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아주 잘 만들어 놓은 훌륭한 제도이고, 대대손손 물려주어야 할 전통이다.

 

이번 설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쾌유를 빌기 위해 여러 자손들이 병원을 찾은 것도 한 몫 했겠지만, 부천에 사는 막내 여동생이 특별히 자리를 만들어 20명이나 되는 식구들을 맛난 음식 해먹이고, 또 노소(老少)로 나누어 윷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형제자매간에 정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부천 여동생내외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겨본다. 또한 연로하신 큰형님과 형수님께서 어렵게 올라오신 것도 고마울뿐만 아니라 멀리 부산에서 몸이 많이 불편하신데도 막내제수씨께서 올라오셔서 어머니 문병하느라고 고생하신 것이 안쓰러워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충북 미원 종암의 축복받은 고령 신가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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