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 내외 8명이 같이 동남아 여행에 나섰다. 친구들과는 오래 전부터 부부가 같이 만나서 식사도 하고, 국내여행도 가고 또 이번처럼 해외여행도 하고 그런다. 원래 두 가족이 더 있었는데 한 친구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동참을 못하고, 또 다른 친구는 중년에 사업이 잘 못되어 연락이 안 되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방콕에 오후 3시 가까이 되어 도착했다. 시차가 2시간이니까 여기 시간으로는 오후 1시인 셈이다. 공항을 빠져나와서 바로 파타야로 출발했다. 파타야까지는 약 2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우리는 가다가 미니씨암을 들렀다. 파타야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번 회사직원들과 올 때는 미니씨암을 들르지 않았었다. 미니씨암은 각국의 유명한 건축물 모양을 본떠서 작게 지어 놓은 곳인데 프랑스의 에펠탑, 미국의 자유여신상, 중국의 자금성 등이 있고, 우리나라의 남대문도 있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바로 호텔로 와 여장을 풀기도 전에 짐만 갖다 놓고 알카자쇼를 보러 갔다. 알카자쇼에 나오는 배우들은 모두 트랜스젠더라고 하는데 의상도 화장도 다 호화찬란하다. 세계 3대쇼 중의 하나라고 한다. 1시간 반의 공연이 끝나면 게이들이 나와서 사진 촬영을 같이하고 돈을 받는다. 남자아이들인데도 몸매도 날씬하고 얼굴도 아주 예쁘다.
호텔로 들어오다가 소주 한 잔씩 하다 보니 조금 늦은 시간에 들어왔다. 호텔에 들어와 보니 지난 번 여기 왔을 때 묵었던 호텔이었다. 바로 앞에는 수영장이 있고, 수영장에서 언덕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바다하고 바로 연결이 되는 로얄클리프비치호텔이다. 참으로 이 호텔과는 인연이 깊다.
이튿날 아침이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바닷가로 나갔다. 호텔에서 나와서 천천히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시원한 바람이 바다에서 불어온다. 한국을 출발할 때가 1월 4일이었으니 지금 한국은 영하 10도를 오르내릴 것이 아닌가.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추워서 벌벌 떨었는데 이렇게 따뜻한 나라에 와서 반바지 입고 바닷가를 걷고 있다. 참으로 좋은 세상 아닌가.
오늘은 아침을 먹고 산호섬으로 물놀이를 하러갔다. 산호섬 가기 전에 내려서 수상낙하산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서 푸른 바다를 내려보며 놀러온 기분을 한껏 냈다. 배를 타고 산호섬에 가서는 에머럴드 빛이 나는 바닷물에 들어가 헤엄도 치고, 바나나보트도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어 호텔로 와서는 친구 내외와 같이 한국에서 갖고 간 술과 안주를 꺼내서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술판을 물리고 바람도 쐴 겸 호텔 밖을 나와 바닷가로 나가다 보니 그 시간까지도 수영을 하는 사람도 있다.
파타야에서 또 다른 아침을 맞았다. 대체로 아침 식사는 호텔에서 먹고 점심이나 저녁은 여행 다니면서 외부에서 먹을 때가 많은데 태국에 와서 호텔에서 먹을 때나 외부에서 먹을 때나 별 걱정 없이 잘 먹었다. 다만, 태국 정통요리를 먹을 때는 워낙 향이 강해서 조금은 거부감이 있었다. 호텔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은 후 우리는 동양최대의 테마파크인 농눅빌리지로 이동했다. 여기는 자연식물 수천종이 자라고 있고, 큰 덩치의 코끼리 쇼가 볼만하다. 거기다가 민속무용공연도 있어 관람객의 흥을 돋운다. 우리는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코끼리 쇼만 보고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이동해 코끼리 등에 올라앉아 여행하면서 호사로움을 맛보았다.
오후에는 백 만년 바위공원으로 이동하여 악어 쇼를 보았다. 짝 벌린 악어 입에다가 처음에는 손을 집어 넣더니 나중에는 조련사 자기 머리도 집어 넣는걸 보고 섬뜩한 마음이 들었다. 저건 무모한 짓이 아닌가. 저러다 실수라도 한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데.....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니 호랑이와 돼지가 한 우리에서 공존하는 걸 봤다. 사나운 맹수도 처음부터 잘 길들여지면 저렇게 온순해 지는 걸까? 참으로 기이한 동거다.
우리는 방콕으로 나와서 태국 정통 요리로 저녁 식사를 하며 식당에서 제공한 공연을 봤다. 요리에 진한 향을 조금만 줄인다면 그런대로 먹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에서 3일째 아침이다. 오늘은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서 차에 싣고 왕궁과 에머랄드 사원을 관람했다. 왕궁은 온통 황금빛으로 눈이 부시다. 불교가 국교인데다가 건축물이 불교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태국은 외침이 없어서 오래된 문화재가 잘 보존이 되었다. 다시 우리는 새벽사원과 수상마을을 보기 위해서 배를 탔다. 짜오프라야강을 따라 얼마 안가 새벽사원이 나오고 잠시 배에서 내려 사원을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 배에 올라 누런 강물이 흐르는 강을 따라 올라가니 강가로 수상마을이 나왔다. 강에다 집을 짓고 생활하는 것이 많이 불편할 텐데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었다. 진귀한 사람 사는 모습이다.
점심을 먹고서는 공항으로 이동하여 싱가포르 가는 비행기를 탑승했다. 태국에서 싱가포르 창이공항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하여 바로 멀라이언 공원으로 갔다. 가면서 보니 싱가포르가 도시국가라서 그런지 시내도 깨끗하고 건물들도 다 새것처럼 보였다. 특히 건물은 우리나라 유명한 건설사들의 이름이 붙어 있는 걸 봐서는 싱가포르 건물 중 상당수는 우리 기술로 지은 것으로 보인다. 상당히 기분이 좋다. 얼마 안가서 강이 보이고 강가에 싱가포르를 상징한다는 멀라이언 상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머리는 사자상이고, 몸통은 생선 모습이다. 싱가포르를 여행한다면 누구나 한 번은 보고 가야 싱가포르를 제대로 봤다고 한단다.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여 시내에 있는 국립식물원을 도보로 긴 시간을 돌아보았다. 도심 한복판에 이런 휴식 공간이 있다는 것이 싱가포르인들에게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지 않을까 싶다.
저녁을 먹고는 유람선을 타고 싱가포르의 아름다운 밤풍경을 보았다. 투어가 끝나고 강가에 쭉 펼쳐진 가게에서 시원한 맥주잔을 기울이며 싱가포르의 첫 날 밤을 보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의 첫날 아침을 맞는다. 싱가포르는 국민소득은 높을지 몰라도 도시 국가이기 때문에 물가도 비싸서 사람 사는 것이 빡빡하다고 한다. 공장들이 없어서 공산품을 다 수입해서 생활하다보니 물가가 비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오전에는 말레이시아 조호마루에 가서 회교사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버스로 가던 중 싱가포르 기차역이 나왔는데 기차역 중 절반은 말레이시아 땅이라 싱가포르에서 임대해서 쓴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는 몰라도 싱가포르 안에 다른 나라 땅이 있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내를 빠져나가자 얼마 안가서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가기위해 타고 가던 버스에서 내려서 비자를 받고 한참을 걸어가 다시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가이드가 싱가포르는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서비스업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대부분 말레이시아 사람들을 많이 고용해서 이 길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는 많이 붐빈다고 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2시간 남짓 달려서 말레이시아 회교사원에 도착했다. 건물은 그리 크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잠시이지만 그들의 신앙생활을 살펴볼 수가 있었고, 공동묘지를 들러 회교권의 장례문화도 엿볼 수가 있었다. 오는 길에 쇼핑을 했는데 가죽으로 만든 말 두 마리를 사왔다.
싱가포르로 다시 돌아와 오후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센토사 섬으로 이동했다. 높은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와 바다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 했다. 머지않은 싱가포르항구에는 많은 콘테이너가 쌓여 있다. 센토사섬은 싱가포르에서 약 800m되는 지점에 있으며 크기는 동서가 4km이고, 남북이 1.4km되는 작은 섬이다. 이 섬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영국 군사기지였으나 싱가포르에서 인수받아 관광지로 개발하였다. 우리는 모노레일을 타고 센토사섬의 해안을 구경을 하며 한바퀴 돌고나서 아시아에서 수족관으로서는 가장 크다는 해양수족관으로 갔는데 규모와 시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북적거리는지 정신이 없었다.
싱가포르에서 또 다른 아침을 맞았다. 오늘은 아시아빌리지에 있는 쥬농새공원으로 갔다. 거기는 새들의 천국인 듯 수풀이 무성하다. 새들의 공연장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새들이 어디 숨어 있다가 신호를 보내면 여기저기서 날라서 광장으로 모여든다. 쥬농새공원에는 600여종의 새, 약 8,000마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인도네시아 바탐을 가기위해 수속절차를 간단히 밟고 페리를 탔다. 거리는 20km인데도 가는 데만 4-50분 정도 걸린 거 같다. 바탐에 가서 바다에 기둥을 세워 집을 지은 케롱식당에서 신선한 씨푸드로 점심 식사를 맛있게 하고는 부지런히 움직여 원주민 마을에 들러 그들의 생활모습을 살펴보고 몇 가지 쇼도 보았다. 또 나오는 길에 인도네시아는 회교권인데도 중국절이 있어서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저녁을 먹은 후 시내야간투어를 하면서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 평소에 꼭 와 보고 싶은 곳이라서 좋았기도 했지만 어쩐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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