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저녁 8시쯤에 출발한 비행기는 밤새도록 날아가서 시드니에 도착할 때는 아침이었다. 시드니의 기온은 한국의 늦여름이라기보다 초가을 날씨같다. 한낮 기온은 따사하다가도 저녁때가 되면 기온이 떨어져 썰렁함을 느낀다.
10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지만 별도의 휴식 시간이 없이 공항을 빠져 나온 우리는 시드니 서쪽에 위치한 불루마운틴으로 바로 이동을 했다. 일반도로를 타고 가다가 고속도로를 달리기도 하면서 부지런히 갔다. 점심은 가는 도중에 한식으로 해결하고 한참을 더 달렸다.
우리가 가는 도로 옆으로 열대림이 울창하다. 약간 경사진 오르막길이 길어지더니 산 능선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선이 없이 일자로 길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의 계곡 끝의 능선하고 비슷하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우리를 태운 차는 불루마운틴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하기 조금 전에 비가 왔는지 땅바닥은 젖어 있고, 산에는 군데군데 안개가 끼어 봉우리를 가리기도 했다. 우리는 옛날에 채광하여 운반하던 차를 개조한 열차를 타고 계곡 밑으로 내려갔다. 꽤 경사가 심해서 타는 맛이 났다. 내려서 꽉 우거진 산림 속을 둘러보며 한참을 걸었다. 아직도 안개는 다 걷히지를 않아서 멀리는 볼 수 없었다. 내려갔던 데서 올라와 반대로 내려가니 안개가 걷히고 산 모양새가 보이고, 멀리 세자매봉도 보였다. 일반 산보다는 경치가 좋다고는 할 수 있어도 감탄할 만큼 아름답다거나 빼어난 산이라고 칭찬할 정도는 아닌 듯 했다.
시드니에서 이튿날 아침을 맞았다. 시드니는 어디를 가든 나무가 많다. 우리가 투숙하고 있는 호텔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면 사람 사는 집이 있으면 그게 어디가 되었든 집 주변에는 나무가 우거져 있다. 우리나라하고 차이가 바로 나무가 있고 없고가 아니고 많고 적다다. 시드니는 수풀이 우거져 사람 사는 집들이 지붕들이 잘 보이질 않을 정도로 나무가 많다.
둘째 날은 포트스테판 공원으로 이동해서 동물구경을 갔다. 야생동물이 초원에서 뛰어 노는데 그들과 같이 어울릴 수가 있었다. 코알라, 캥거루, 에뮤 등 많은 희귀 동물을 만나 보았다.
호주는 땅덩어리가 크다. 우리가 있는 남쪽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날씨이지만, 북쪽은 기온이 섭씨 40도가 넘게 올라갈 정도로 폭염이라고 한다. 시드니 근처인 아나베이에 커다란 사막이 있다. 거기로 모래썰매를 타러 갔다. 모래 언덕이 산 능선같이 수 km를 이어지고 썰매를 가지고 모래언덕으로 올라가 타고 내려오면 시원한 모래바람이 기분을 돋아준다. 한번 타니 아쉬움이 있어 두 번 타고 세 번 타니 어렸을 때 뒷동산에 올라가 널빤지로 미끄럼을 타던 생각이 났다. 참, 이렇게 어른이 되어 애들 놀이를 해보니 그런대로 좋다.
오후에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배를 타고 얼마 안가서 뱃머리 옆으로 돌고래들이 몰려든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보이더니 금방 많은 돌고래들이 모여 들어 보는 사람을 즐겁게 했다. 야생 돌고래인데도 어느새 우리 인간들과 친해졌는지 한참을 우리를 따라 다녔다.
호주에서 3일째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남부 휴양도시인 울릉공으로 이동을 했다. 날씨는 잔뜩 흐리고 바람은 많이 불었다. 바람막이 옷이라도 입어야 체온을 유지할 것 같은 음산한 날씨이다. 그런데도 하늘을 쳐다보니 헹글라이더가 여러 개가 하늘에 떠있다. 거길 지나 서쪽으로 조금 더 이동하니 바닷가 전체가 새까만 바윗돌로 덮여 있다. 바위에는 잔구멍이 많이 나 있는데 아마 오래전에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긴 구멍으로 보인다. 그런 바위에 구멍이 깊게 난 속으로 파도가 밀려와서 부딪치면 바위 위쪽으로 흰 수증기가 올라왔다 없어지고를 반복한다. 이곳이 ‘퍽바위’라고 한다. 그 앞으로는 세계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울릉공 등대가 파란 잔디가 덮여있는 둑 방 끝에 하얀 기둥으로 단장하여 어디서 보든 훤히 보인다.
점심 식사 거리를 사 갖고 서브라임이라는 공원으로 갔다. 거기에는 취사시설을 군데군데 해 놓아서 음식재료만 있으면 언제든 손쉽게 취사를 할 수가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바비큐 요리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소주 한 잔씩 같이 나눴다. 호주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풍성한 식사였다.
나흘째 아침이다. 오늘은 시드니 시내를 관광하기로 했다. 먼저 우리는 세계 3대 미항 중에 하나라는 시드니 항으로 가서 배를 타고 수천 명이 타고 다니는 호화 관광선 앞을 걸쳐 웅장하게 펼쳐 놓은 오페라 하우스 곁을 지나 아름다운 하버브리지를 지나가고 있다. 시드니라는 큰 도시를 끼고 있는 바다가 티끌 한 점 없이 참 깨끗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드니 주위로 바닷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았다. 더구나 선상에서 뷔페로 된 식사를 하면서 시드니의 모든 걸 보고 있노라니 “아, 이래서 시드니가 아름다운 도시라고 하는가 보다.” 도심 속의 신선들이 노는 곳이라고 할 정도로 “세계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깨끗한 항구도시가 여기 말고 또 어디 있을까?” 혼자말로 해 보았다.
오후에는 규모가 세계적이라는 대형 수족관으로 이동해 바다에서 사는 많은 생물들을 둘러보고 저녁가까이 되어서는 본다이비치와 갭팍공원으로 갔다. 석양이 비치는 갭팍의 괴암절벽과 잔잔한 나무들 사이로 나있는 작은 길을 따라 걸었다. 가까운 바다부터 먼 바다까지 한 눈에 다 보였고, 언덕위에는 작은 마을이 석양에 곱게 물들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주길 바라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시드니 중심가로 들어왔다.
시드니에서 마지막 밤을 맞는다. 저녁을 먹고는 시드니의 시내투어를 했다. 낮에 그토록 눈부시도록 아름답던 항구도시치고는 시드니의 밤풍경은 여느 도시의 밤 풍경과 비슷했고, 크게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리 밤풍경이 여느 도시와 같다고 하더라도 시드니는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오고 싶은 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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