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춘천 공지천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2. 20. 10:19

 

 

 

 

 

춘천을 가려면 상봉역에서 춘천으로 가는 전철을 타야한다. 1호선을 타고 가다가 용산역에 내려서 상봉역으로 가는 전철로 환승해야 했다. 용산에 도착하여 만나기로 한 친구를 찾으려고 하니 환승하는 사람들로 어디가 어딘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사람들이 얼추 빠져 나간 후 둘러봐도 친구가 보이질 않았다. 몇 번을 전화를 해서 간신히 친구를 만나 상봉동 가는 전철을 탔다. 그 전철은 용산에서 중앙선을 따라 용문까지 가는 전철이라 우리는 상봉동에서 내려서 춘천가는 전철로 바꿔타야 했다. 상봉동에서 춘천가는 전철은 급행이 있고, 완행이 있는데 우리는 급행이 있어서 바로 탔다. 전철은 바로 출발하지 않고 한참이 지나서 출발했다. 


전철을 타고 춘천으로 여행을 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지난 연말부터 전철이 개통되어 다니고 있었지만 나는 처음 타본다. 주말 오후라서 우리처럼 춘천 쪽으로 바람 쐬러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과 한 무리가 되어 여행 기분을 냈다. 친구와 같이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나누고, 때로는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산과 들, 휘돌아 나가는 강물도 구경하며 전철을 타고 춘천으로 가고 있다. 강 옆으로 마을들이 나타났다가 없어지길 반복하더니 우리를 태운 전철은 어느새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남춘천역에서 내리고, 우리는 거기서 한 정거장 더 가서 종점인 춘천역에 가서 내렸다. 상봉을 출발한지 꼭 한 시간 10분이 걸린 셈이다. 그런데 오늘 급행을 타고 가면서 알은 사실인데 평일에는 청평과 강촌을 무정차로 가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은 정차를 한다고 했다.


춘천역을 빠져 나온 친구와 나는 늦은 점심이지만 춘천의 명물인 “춘천닭갈비“를 먹으려고 명동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 친구 하는 말은 얼마 전에 여길 와서 춘천닭갈비를 먹으려고 기다리다가 할 수 없이 닭갈비를 못 먹고 다른 걸로 먹고 역 앞에서 닭갈비를 사 갖고 집에 가서 먹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던 참에 ”나그네닭갈비“식당차를 우연하게 만나 그 차를 타고 가서 복잡하지 않은 식당에 가서 오붓하게 춘천 닭갈비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22년 만에 춘천에 와서 먹어본 닭갈비다. 시간이 되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와서 닭갈비를 안주삼아 소수 한 잔씩 해야겠다는 생각을 뒤로 하고 그곳을 떠났다.


춘천역을 건너 널따란 도로를 따라 10여분을 걸었다. 가면서 공지천이 어딘지를  몰라서 지나가는 사람한테 두 번 물어서 공지천 입구에 도착하니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이 나왔다. 6.25전쟁당시 우리나라를 돕겠다고 이억만리 멀리서 와서  싸우다 전사해 돌아가지 못한 영령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함을 표시했다. 거기서 모퉁이를 돌아서니 바로 공지천 입구가 나왔다.


입구는 아직 단단한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배도 얼음에 갇히고, 물에 있는 카폐도 얼음에 갇힌 채 봄이 오길 기다렸다. 물 건너 언덕 위에 두어 채 되는 집 위로 해가 걸쳐 있다. 얼음이 아니고 물이었다면 석양이 물 속으로 빠져들어 장관이었을 것 같다. 공지천 가장 자리로 걷는 작은 길이 있고, 언덕위로 조금 더 큰 길이 나있는데 가끔 오가는 사람이 있긴 해도 한적할 정도다. 우리가 걷는 작은 길엔 걷는 이가 우리 밖에 없다. 얼마를 걸어 물길이 넓어진 데까지 나오니 군데군데 얼음이 녹고 그 사이로 청둥오리 떼가 물에도 한 무리가 들어가 있고, 얼음위에도 새까맣게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거길 지나니 호수가 멀리 산까지 이어져 춘천이 호반의 도시임을 알려주고 있다.


어둠은 금방 찾아왔다. 부지런히 춘천역으로 와서 서울 가는 전철에 몸을 실었지만 많은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다. 상봉동까지 계속 서서 와야 했다. 친구와 나는 청량리 행 전철로 바꿔 탔다. 친구한테 청량리에 있는 맛있는 칼국수 집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용두동에 근무할 때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점심시간에 들러서 먹고 가곤했다. 어느 때는 인도로 줄을 쭉 서서 기다리기도 하고, 때로는 번호표를 받고서 기다렸다가 먹고 갈 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집이다. 점심을 먹은 지가 얼마 안 되어 친구는 정말 맛있다고 하면서도 조금 남겼고, 나는 국물도 시원해서 다 비웠다.


오늘 호반의 도시 춘천에 가서 공지천의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았고, 아주 오랜만에 춘천의 별미인 춘천닭갈비로 먹는 즐거움도 느꼈다. 고마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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