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대부도의 해솔길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5. 4. 23. 16:49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들렀다가 같이 점심을 먹고 나니 빗방울이 떨어졌던 날씨도 좋아져서 마누라하고 같이 안산 대부도로 바람을 쐬러 갔다. 마누라가 해솔길을 가서 걷자고 해서 사전 준비도 하지 않고 갔다가 그곳 입구를 한참을 지나쳐 되돌아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그래서 내비창에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1870-37”을 쳐서 오든지 아니면 종현체험마을 홈페이지를 참조해서 찾아오는 것이 좋고, 시화방조제 쪽에서 온다면 영흥도를 가기 전에 우측으로 들어와야 길을 놓치지 않고 쉽게 해솔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1코스와 종현체험마을을 찾을 수가 있다.

 

우리는 초행길이라 별도의 주차장이 있는데도 잘못 들어와 그곳으로 가지 않고 바로 종현체험마을 입구주차장에 파킹을 했다. 해안으로 나있는 포장로를 따라 걷다 보니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이 그 길을 걷고 있었다. 걷다 보니 바다에 나간 할배를 기다리다 망부석이 됐다는 할매바위, 나중에 돌아온 할배가 그 할매를 안타까워하다가 할매를 따라 바위가 되었다는 할배바위를 지나 코끼리열차를 타고내리는 정거장을 거쳐 개미허리까지 왔다.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개미허리 위로 나있는 다리를 건너서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가 다시 바다 쪽으로 내려와야 낙조전망대로 가는 데크 길이 나온다. 데크 길 끝에 가면 여러 명이 볼 수 있는 둥근 원형의 낙조대가 있고, 가운데로는 석양의 붉은 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변한 조형물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멀지 않은 바다 작은 섬 앞으로는 작은 배가 지나가고 있다. 여기서 바다 속으로 떨어지는 낙조를 편안하게 관망할 수가 있다.

 

우리는 낙조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다시 해안으로 내려와 개미허리까지 와서 능선으로 나있는 해솔길을 걷기 시작했다. 산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양쪽으로가 다 바다이고 걷는 길옆으로는 4-50년 된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이 길을 걷는다면 은은한 소나무 향기에 취해 걸음을 멈추게 하고 쉬어가게끔 붙들어 앉힐 것 같다. 솔밭 밑에는 어제 TV에서 보았던 독이 있다는 천남성이라는 식물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독이 있어서 옛날에는 사약재료로 쓰이기도 했다는데 이 식물은 이른 봄에는 나물로 먹고, 뿌리에 있는 독을 우려내서는 류마치스 또는 간경화 약으로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소나무가 가득한 솔밭 길을 따라 2-30분 걷다 보면 구봉천영물약수를 만나게 되는데 계단을 따라 해안으로 다 내려가서 있다. 품어져 나오는 물을 받아 한 잔 마시면 금방 뱃속까지 시원해짐을 느낀다. 좀 더 날씨가 더워지면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쉬었다가 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천영물약수터에서 되돌아 나와 곧장 고개를 넘어 10여분 바다를 보고 내려오니 우리가 처음에 걷기 시작했던 종현체험장 옆이 나왔다.

 

해는 아직 서산에 걸쳐 있다. 기회가 된다면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다시 와서 해솔길 1코스구간이 11.3km라고 하는데 제대로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오후에 나와서 대부해솔길 1구간을 절반 정도 걸으면서 맛만 보았다고 하더라도 바다도 구경하고, 해안길과 솔밭길을 번갈아 걸었다는 것은 별다른 생각 없이 하루를 쪼개어 쓴 것인데 해가 길은 봄날이라서 가능했다고 본다.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바다와 솔밭을 넘나들며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해솔길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행운이고 축복이지 않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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