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과천 대공원둘레길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5. 1. 17. 22:49

 

 

요즘에 날씨가 한겨울인데도 꼭 봄 날씨처럼 포근하여 바깥 활동하기가 참, 좋았다. 그러던 날씨가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서려니 꽤나 추웠다. 그동안 별로 춥지 않다가 추우니까 더 추운 것 같다.

 

오늘은 왜 날씨타령을 하냐면 카페동호회원들하고 과천에 있는 대공원둘레길을 걷기로 해서다. 오늘 걸을 이 길은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카페동호회원들과도 같이 걸은 적이 있고, 또 개인적으로 몇 번을 걷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겨울에 눈이 아주 많이 왔을 때 인도행카페회원들과 같이 청계산둘레길을 걸으면서 황홀해 하기도 하고 행복해 하면서 이 길을 걸었던 적도 있다.

 

대공원역 3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이 10시인데 10분 전에 나갔는데도 벌써 많은 회원들이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리고 문전성시이다. 간단히 인원체크하고 바로 역을 빠져나와 널따란 주차장에서 도보하기 전에 몸을 풀고 본격적인 도보에 나섰다. 실제로 나가서 걸어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날씨가 춥다. 문원동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얼마를 걷다가 계단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한참을 걷다가 보니 매봉산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추운 날씨인데도 걷는 속도가 빠른데다가 계단이 이어지다보니 벌써 이마에 땀이 나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러고 보면 지난해 11월에 인도행카페에서 화천의 비수구미길과 파로호산소길을 갔다가 와서 그 이튿날 뒷동산엘 올라갔다가 다리를 접질려서 두 달 동안을 산은 물론이고 평지도 걷지 못하고 꼼짝없이 집에서 보내야 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 내 딴에는 꽤나 힘이 부치고 벅차게 느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본다.

 

고갯길을 힘들게 올라가다 보니 사람들이 몰려있고, 출발한지도 1시간 가까이 되어서 일행들이 이제 쉬는가 보다 생각하고 부지런히 가보니 문원동에 있는 소망교회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와서 이 추운 날 따뜻한 차도 나눠주고 힘내라고 음악도 들려주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렇게 추운 겨울날 산에 와서 따뜻한 차 대접을 받아 보기는 내 생전에는 처음이면서 마지막이지 않겠는가 싶다. 여기에서 에너지를 재충전하여 30분 가까이를 부지런히 걸어서 아카시아 숲에 가서 휴식을 취했다. 오래전에 이 길을 걸을 때 아카시아의 진한 향기를 맡으며 쉬었다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우측으로는 매봉이 있고, 우리가 걷는 정면 쪽으로는 쳥계산 주봉인 망경대가 지척에 있다. 길이 응달이다 보니 눈이 녹지 않고 얼어붙은 채로 길에 깔려 있어서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송촌산막을 지나 독서숲까지는 오르막내리막이 적당히 있어서 추운 겨울에도 체온조절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독서숲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부지런히 걸어 소나무숲으로 들어오니 이 한겨울에도 양달이어서 그런지 솔향기가 은은하게 코끝에 닿았다. 길은 솔잎이 떨어져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질게 밟고 지나갔는데도 길바닥에 남아 있어서 발짝을 뗄 때마다 폭신폭신한 것이 기분이 좋았다. 소나무는 대체로 일본이 원산지인 리기다소나무가 눈에 많이 띄었고 사이사이에 드물게 금강송(적송)도 눈에 들어왔다.

 

솔밭 길을 지나 동물원 입구로 해서 현대미술관을 한 바퀴 돌아 저수지를 좌측으로 보고 길을 재촉했다. 백 명이 넘는 인원이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았는지 경마공원을 지나서 선바위역 방향으로 가다가 다시 경마공원을 보고 샛길로 빠져 한참을 걷고 나서야 식당이 나왔다. 식사를 하면서 불도저대장의 건배제창에 따라 건배를 하고 막걸리로 목을 축이니 13-4km를 걸은 것이 대견하다기보다는 같이 걸어줄 친구들이 없다면 과연 이처럼 걸을 수가 있을까 그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오늘 행사를 주관하신 인도행의 불도저대장님께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오늘 날씨도 추운데 시종일관 같이 걸어준 길벗께도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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